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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어디에 두고 온 걸까 - 문득 어른이 되어 돌아보니
이애경 지음 / 시공사 / 2015년 5월
평점 :

"나는 어른일까?"
타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어른으로 보여지는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도 난 어른이라고 받아들이기 힘들다.
어른이 되면 모든것을 알게 되고, 하고 싶은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지금의 나는 여전히 아는것보다 모르는게 많고 꿈꾸었던 것들을 하나 둘 포기하고 살아가야하는 사회속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투명인간으로 변해가고 있는 듯 하다.
언제쯤 어른이 되는 것인지 알지 못한체 방황중이다.
마음은 아이로 남은 어른아이, 이애경처럼.
지금까지 고민하고 걱정했던 일들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고, 답이 없는 수많은 질문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계속 될 것이다.
이러한 끝이 없는 방황이 나만의 일이 아니란걸 느낄 수 있어 이애경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더욱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된다.
텅 빈 마음의 한 구석을 그녀의 따스하지만 외로움이 서려있는 손끝 예술로 하여금 조금은 체워지는걸 느낀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더 치열하고 고통스럽게 보냈던 지난날의 모습을 버리고, 오늘의 소중함을 깨닫고 더욱 의미있고 행복한 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내가 될 것을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오늘의 행복한 내가 있어야 내일도 더 좋은 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에서의 낭만과 즐거움을 포기하고 살아야했던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말한다.
'카르페 디엠 Carpe diem!'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에서는 여행을 통해 낯선 곳에서 마주하게 된 진정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멈춰버린 시간속(바쁘게 돌아가던 일상에서의 탈출)에서 느리게 돌아가는 시간속에서 주어지는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내용이였다면, 《나를 어디에 두고 온 걸까 》에서는 저 깊은 나의 내면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져 있는듯 짧지만 강한 여운이 남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사랑과 상처, 그로써 겪게되는 이별을 마주하게 되고 마음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여 본다. '사는게 다 똑같지'라고 간단명료하게 말해주는 어른처럼,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듯 하다.
전 작품들은 이별의 아픔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담았지만, 이번에는 어느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삶의 그림을 크게 그려내고 있다. 그렇기때문에 더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사랑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지금까지 읽었던 그녀의 작품중에서 BEST라고 생각한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애경 작가는 여성들의 섬세한 심리 변화와 감성적인 부분들을 정말 잘 표현해 낸다.
서른 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고 고민할 법 한 일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듯 부끄럽도록 마음의 민낯을 공개해 버린다.
너무 젊은 세대라면 공감력이 떨어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의 경우는 마치 힘든일 서로 들어주며 의지하며 살아가는 친구처럼 느껴진다.
밖에서 겪었던 서운하고 슬펐던 감정들을 테이크아웃해서 집에 와 그 감정들을 다시금 추스리는 마음.
차갑게 식어 맛없어진 음식처럼 나의 감정 또한 덜 슬프고 덜 아프도록 감정을 다스리는 배워나가는 것 또한 어른이 되어가는 일일 것이고 마냥 시리고 차가운 겨울같았던 시기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봄을 맞이하는 것 처럼 나의 인생 또한 그럴할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봄에게 감사하기도 하며 미쳐 알아봐 주지 못한 봄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미안해하기도 한다.
아이펜슬, 펜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움을 이제는 멀리하고 뭉퉁하고 둥근마음을 갖으려 노력하고 온 종일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에게서 기다림의 미학을 배워나가기도 한다. 우리가 아직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에서는 겪하게 공감을 하기도 하였지만 너무 슬퍼서 두번을 읽어 볼 수 없었다. 남일이 아니라 당장 내 앞에 닥친 현실이기에 그저 웃을수만은 없었다. 담배는 끊는게 아니라 평생 참는거라는 말처럼 문득 문득 떠오르는 네 생각을 처음부터 끊으려고 했던 것이 잘못된 일이였다. 끊을 수 있는게 아니라 그저 참아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과 이별이 조금은 쉽고 간단하게 조금은 진지하게 받아 들일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는 글들이 어느 하나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것이 없는 듯 하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 또한 소중한 것이고 나의 인생에 있어 더 없이 아름다운 것들이다. 미쳐 알지 못했던 나의 마음들을 돌아보며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서툴기만 했던 나의 모습이 그래도 아름다울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순간만큼은 언제나 최선을 다 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 때는 알지 못했던 일들을 지금에서야 깨닫게 되는 아둔함은 어쩌면 나만의 일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하는 것들이 범하는 흔한 잘못이기도 하며, 가장 큰 축복일 수도 있다. 앞으로 나에게 펼쳐질 삶은 그보다 더 아름답고 빛날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은 아파하고 조금은 슬퍼해도 되. 그런게 인생이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거지. 너만 그런게 아니야. 마음속으로 이렇게 나를 다독이며 외롭고 힘든 기억들의 잔재들을 바람에 날려보내고 따스한 햇살을 내 마음으로 들여 놓았다. 지금 필요한건 내 마음에 한 발짝 다가가기!
나는 내 마음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현재의 내 위치가 어디쯤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을때 우리는 성장을 한다.
마치 멀리뛰기 선수가 도약을 위해 몸을 움츠리듯이 우리의 삶도 그러한 것이다. 지금의 불안과 방황이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더 나은 삶의 미리보기인 것이다. 사람에 사랑에 다친 마음에 후시딘 한 번 발라주듯 이애경 작가의 글들은 그 어떤 약보다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서툴지만 누구보다 가슴 따뜻하게 상처위에 반창고 하나 붙여줄것 같은 작가 이애경의 애정이 담긴 글이 위로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나를 사랑해주세요
이별이 없는 유일한 사랑은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
나르시시즘은 어쩌면
가장 소심하고
용기 없는 사람들의
자축 파티 같은 것일지도.
(p.94)

이별에도 노하우가 있다면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지 말 것.
모든 것을 이해시키려 하지도 말 것.
이것만 할 수 있다면
이별이 편해진다.
이별이 아프지 않다.
(p.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