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경작가가 전하는 세 번째 이야기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
전작인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을 통해 이애경이란 작가를 알게 되었고, 첫 만남에서 그녀의 글에 온전히 마음을 뺏겨버렸다.
서른의 문턱에 선 작가와 세월의 흐름을 비슷하게 느끼는 동질감이 있기에 그럴수도 있고, 이별의 아픔을 겪은 후 라는 점이 더욱 공감하게 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전작은 사랑에 웃고 사랑에 상처받고 그러다 이별의 아픔을 겪고 눈물로 지샌 나날들의 연속이였다면 이번에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는 이별의 아픔을 잊고 사랑의 상처가 아물어가는 과정의 어느 한 부분인것 같다.
조금은 무뎌지고 조금은 웃을 수 있는 더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새로운 여행을 떠난 그녀의 이야기는 더 없이 반갑게 느껴졌다.
삶에 대한 고찰과 여자로서의 삶의 무게를 견뎌내며 살아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가 된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그녀의 이야기, 가벼운듯 그렇다고 무겁지만은 않은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가 좋다.
일, 사람, 사랑, 삶이 내 뜻대로만 되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더 힘들고 눈물나는 일이 많지만 그렇다고 그게 인생의 끝은 아니다.
새로운 삶은 늘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우린 그 삶을 살아갈 눈과 마음만 있다면 언제든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여행을 통해 사랑과 삶의 쓸쓸함에도 미소 지을수 있는 내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녀와 함께 일탈을 꿈꿔 본다.
" 당신이 떠난 자리에 솟아난 나를 위한 작은 움직임. 이제 나를 만나러 갑니다."
저자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기자가 되어서야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지금은 작사가이자 에세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글이 치유의 힘과 생각의 변화를 일으키는 기적이 담겨 있다고 믿는 작가는 그녀 자신이 글을 통해 그 기적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조용필과 윤하, 유리상자의 작사가로 활동을 했다는점이 대단하고 멋진 일은 하는 여성으로 보여진다.
서른쯤의 그녀의 인생, 슬픔, 위로를 함께 할 수 있는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이 느껴지는 글이 참 좋다.
여행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낯설음이 주는 모든 의미들로부터의 해방이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 아닐까.
나에게 단 하나 부족한 것
여행을 좋아하고
일하는 것을 즐기고
적극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나에게
부족한 것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용기. (p34)
고집과 유연성의 사이
어른이 된다는 건
몸만 뻣뻣하게 굳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흘러가는 길까지 굳어지게 되는 것.
중요한건
끝까지 유연성을 잃지 않는 것이다.
마음도, 생각도, 몸도 …… (p39)
나도 선인장이 되었을까
섭취한 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잎이 변해 가시가 되었다는 선인장.
우린
우리가 가진 것을 뺏기지 않기 위해
어떻게 변해왔을까. (p40)
가시 돋친 차가운 모습의 선인장은 많은 사랑과 관심이 없이도 햇볕과 조금의 물만 있어도 꽃을 피워낼 수 있다.
하지만 그 마저도 관심가져주지 않는다면 금새 말라 죽게 된다.
요즘 우리들의 모습이 마치 선인장 같다.
서로에게 상처주기위한 날카로운 가시를 세워 나를 보호하고 내것을 빼앗기지 않기위한 몸부림을 치듯이.
실은 너무나도 여리고 상처받기 쉬운 존재이며, 조금의 관심으로도 화사한 꽃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그 안에 나다.
진정한 내 모습은 어떤 것일까?
나는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비록 가시돋친 선인장의 모습일지라도 자연의 비와 바람이라는 관심으로 사막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선인장의 강인한 생명력과 삶의 의지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내가 아니 다른 가시돋친 선인장을 보거든 작은 관심을 보여주자.

벚꽃보다 청춘
"엘리지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빨강머리 앤 》중 (p55)
여행 중에는 특히 계획했던 것과 다르게 돌발상황이 많이 생기게 된다.
당황스럽고 곤욕스러운 일들이 많지만 그래서 새로운 생각과 경험을 통해서 또 다른 여행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여행 후 추억을 되 살려보아도 편안한 여행보다 좌충우돌 고난의 여행기가 더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이유도 그래서 그런것 같다.
틀에 박힌 생활속에서 틀에 박힌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 우리는 장애물을 뛰어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창조적인 생각과 지금까지 편하게 생각해왔던 것들로부터의 고마움을 느끼며 나를 사용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것 같다.
여행 예찬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여행지에서 일어난 일들,
여행지에서 향유하는 순간들.
여행이 가져다주는 깨달음으로
우리의 일상은 넉넉해진다.
때로는 여행지에서
평소 시도하지 못했던 일들을
스스럼없이 해보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떠나면 떠날수록
내가 누구인지 더 잘 알게 되고
길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p64)
" 춤을 추고 나면 춤추는 법을 알게 될 거야." (p77)
알아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하다 보면 하는 법을 알게 된다.
하기전에 미리 준비가 완벽해야만 무엇이든 일을 시작하고 실행에 옮기는 성격때문에 지금의 나는 하지 못했던 일들이 너무도 많다. 늘 생각만 하다 준비하다 결국엔 포기하기 일쑤였다. 처음이 어렵지 한 번 해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도 시작하기란 나에겐 너무나도 어려운 일 중에 하나다. 늘 조심성이 강하고 용기가 부족한 내 모습을 이젠 바꿀때가 되었다.
춤을 추다 보면 저절로 춤 추는 법을 알아 가듯이 나 또한 하다 보면 잘 할 수 있을거라는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겠다. 조금더 능동적인 삶을 살아야지.

삶이란 완전하지 못한 사람들이
서로를 채워주고 잘 서 있을 수 있도록
서로 지탱해주는 것이다.
내가 힘이 있을 때는 누군가에게 나의 어깨를 빌려주고
내가 힘들 때는 누군가에게 기대하고 의지하는 것.
어쩌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이런 지혜를 얻기 위해
여행을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p83)
흔히 지혜와 지식을 같은 뜻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식은 내가 살아 남기 위해 필요하지만, 지혜는 내가 살아 나가기 위해 필요하다고 한다.
요즘같이 과학이 발달하여 삶이 풍요로워지고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기에 사람들은 더 외롭고 불편하고 힘들어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은 누구나 꿈꾸는 일상의 바램이기도 하다. 여행을 통한 현실에서 익숙한 것들로부터의 일탈을 꿈꾼다.
지식만이 모든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되어지는 요즘 같은 때 잘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삶의 지혜를 쌓는것이 중요하다.
책으로는 배우기 힘들고 우리가 몸소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느끼고 알 수 있는 것들이 많기에 우리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떠나야 비로소 지혜로운 삶을 사는 법을 배워나가는지 모른다.
여행에서의 이방인들의 만남과 잠깐의 인연이 베풀어주는 따스함이 우릴 더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지도.

변한 건 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p98)
여행은 할 때 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늘 했던 고민과 걱정들이 날 기다리고, 달아날 수 없는 현실의 문제들과의 만남이 있다.
잠시 그것들로부터 떨어져 있었을 뿐이지 여전히 존재하는 일상들이다.
다들 열심히 일하고 버텨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어제도 오늘도 더욱 치열하게 살고 있는 현실에 여행을 다녀온 이는 더욱 조바심나고 쫒기는 오늘은 맞이하게 될 것이다. 혹 더 어둠고 불확실한 미래와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것을 떠 안을 수 있는 새로운 내가 되어 돌아와 조금은 더 힘들고 어려움이 있어도 다시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다. 이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남들보다 조금은 더디게, 천천히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를 돌아볼 시간이 너무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끝까지 견뎌내기엔 너무 팍팍한 세상을 살고 있는게 사실이다.
내가 가는 길은 똑같겠지만 그 길을 가는 나는 달라질 것이다.
진흙속에서 진주를 발견해 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의 흔적
여행에는 흔적이 남는다.
잠시 머문 곳이든
매일 아침 지나던 길이든
'안녕'하고 눈 인사를 나눴던 사람이든
스쳐간 것들은
그렇게 기억되고
또 추억이 된다.
너와의 만남도 어쩌면
내게 여행과 같았는지 모른다.
너는 내게로 걸어왔고
나는 너에게 머물렀고
우리는 서로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남았다.
아픈 흔적들이.(p140)
사랑이 이와 같다면...
재미없겠지?
세상에 변하지 않는 사랑이 어디있어?
하지만 늘 꿈꾸길 영원히 변치 않을 사랑이였으면 하는 바램은 어쩔 수 없다.

다행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동시에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가 외로울 때
누군가는 외롭지 않을 것이고,
누군가 외로워할 때
외롭지 않은 내가
위로해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p191)





소유하지 않고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의 웃음을 보는 것, 나의 고민이 다른 사람들의 고민과 별다를 게 없음을 혹은 나의 고민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을 여행이 주는 선물로 생각하는 저자의 마음이 참 따뜻하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값진 경험들을 여행을 통해 배웠고, 나의 내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이다.
그녀의 생각으로, 그녀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 이 이야기는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도 되지만 나의 이야기일 수 있다.
잔잔하면서도 조용하게 울려오는 설렘과 행복, 문득 스치는 슬픔의 기운들, 낯설음들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하다.
여성들의 섬세한 감성을 자극하는 사진들과 글은 내가 모르는 나의 깊은 곳에 머물렀던 감정들까지 불러 일으켜 설레게 한다.
낯선 땅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 그래서 작은 것에서도 더 큰 위안과 더 큰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어떠한 위로보다도 여행을 가보길 권하는지 모른다.
이별의 아픔을 잘 견뎌내고 여행을 통해 마음을 다 잡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그리는 작가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그녀와 더불어 나 또한 이제는 덜 아파하며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을 끝까지 갈 수 있는 용기를 얻고 조금은 변화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여유롭고 편안함이 느껴지는게 이애경 작가의 글이 주는 매력인것 같다.
여심을 울리는 그녀의 글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