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말해줘
존 그린 지음, 박산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 나는 언제나 같은 이름의 소녀를 좋아하고 그들은  항상 나에게 헤어지자고 한다."




<안녕, 헤이즐>이 영화로 나오면서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가 더욱 인기를 얻었다.
그 인기에 힘입어 후속작인 <이름을 말해줘>는 그 기대감이 더욱 컸다.
분명 이야기는 엉뚱하고 재미있고 존 그린만의 등장인물에 대한 독특하고 매력적인 설정이 더욱 흥미롭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보다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다양한 장면들을 묘사하면서 다채로운 즐거움이 있고
등장인물이 많아져 그들에 연계된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하지만 주인공 콜린은 헤이즐보다 매력적인 인물은 아니였다.
헤이즐은 자기만의 톡특하고 철학적인 삶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콜린은 주위 사람들에 의해 자신의 존재를 알아가는 결코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아닌 한 사람처럼 보여진다.
어떻게 보면 남들이 보기엔 천재처럼 보여지나
정작 자신은 바보같이 남들이 아는 것은 하나도 모르고 있는 외골수같다.
그의 매력은 애너그램을 잘 한다는 정도이다.
크게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생각이나 자기 주관이 뚜렷한 것도 아니고 천재도 아니다.
천재라는 주인공의 특성을 한껏 기대하고 보았다면 큰 실망을 할지도 모른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이야기 소개하면
신동으로 유명한 콜린 싱글턴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캐서린이란 이름의 소녀에게 열아홉 번째로 차이고 다음 날 아침 목욕을 하는 장면으로 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별의 슬픔을 절실히 느끼며 이 세상 모든것이 혼돈에 빠진듯 처참하게 우울한 상태이다.
아픈 마음을 계속 부여잡고 있는데 뚱뚱하고 털이 많은 레바논계 남자아이인 하산이 방문한다.
하산은 라틴어 학교에 다닐때 10학년 이였고,
콜린은 9학년이였는데 미적분 I수업을 같이 들으면서 알게된 사이로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뜨거운 태양아래 거의 죽어가는 모양새로 누워있는 길가에 개마냥 아무런 의욕도 없이 슬픔에 젖어
쓰러져 있는 콜린을 그의 친구 하산이 그를 구원할 방법을 모색한다.
그것은 바로 자동차 여행이다.
콜린의 부모님에게 허락을 구하고 하산도 그의 부모님의 허락하에 여행을 떠나게 된다.
콜린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부모님을 실망시켜 드린적이 없었다.
그의 엄마는 칼만학교 프랑스어 교사이고, 아빠는 노스웨스턴 대학 사회학 교수이다.
그들의 사회적 위치를 고려해 보았을때 콜린은 신동이기 보다 부모의 남다른 교육열에 의한
선행학습 덕분에 조금더 일찍 알게된 지식들이 콜린을 천재로 보이게 한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나 그의 아빠는 지식 축적에 대한 열망이 대단하고 콜린이 천재이길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콜린, 하지만 네가 지적으로 계속 성장하려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훨씬 더 열심히 노력해야해.
그러지 않으면 네 잠재력을 낭비할 위험이 있어."
여행을 가기 위해 부모님께 말씀 드리자 그의 아빠가 그에게 한 말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자신의 아들이 오직 지식 축적에만 전념하길 바라고 남들보다 뒤떨어지는 걸 염려한다.
콜린이 어릴 적부터 얼마나 힘들게 부모의 인형 노릇을 하고 자랐을까 상상해 본다.
콜린은 세상에 정확히 단 두종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믿는다.
차는 사람과 차이는 사람.



이렇게 콜린의 연애 공식은 시작된다.
 콜린과 하산은 악마의 영구차라 부르는 자동차를 타고 긴 여행을 시작 한다.
여행의 목적지는 얼떨결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의 무덤으로  정해진다.
그곳에 가기 위해 린지 리 웰스가 투어 가이드로 나서게 되면서 그들의 여행은 더욱 흥미로워 진다.
그들은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페르디난트 대공의 무덤 투어를 무사히 마치고 나서
린지의 남자 친구와 학교 친구들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여기서 하산과 콜린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할 궁리를 하며 엉뚱하고 재치있는 발상을 한다.
그들의 자기소개 부분은 정말 웃겨서 나도 모르게 피식거리기도 했다.
린지의 남자 친구의 이름은 콜린으로 주인공 콜린과 동명이다.
그래서 그들은 또 다른 콜린의 줄임말인 또따콜로 그를 부른다.
그들은 그렇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린지의 엄마인 홀리스와의 만남으로
그녀의 집에서 지내면서 용돈벌이를 하게 된다.
홀리스는 탐폰의 끈을 만드는 방직 공장의 사장으로 하산과 콜린에게 주급 500달러를 주기로 하고  
그들에게 건샷의 구전 역사 수집을 부탁한다.
공장 직원들에게 가서 공장에 대한 이미지와 생각들을 녹음해 오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고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였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방직 공장이 그들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그들의 인생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끼쳤는지 알게 된다.
또한 콜린은 린지가 사람을 만날때 카멜레온처럼 자신의 모습을 변화하는 모습을 주의깊게 지켜본다.
콜린은 한 순간도 연애 공식 그래프를 완성하기 위해 애쓰지 않은 적이 없고 이야기가 끝날 때 까지 집중한다.


 



건샷에서 린지와 그 주변 인물들과 어울리면서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왔던 삶과는 너무나
다른 공간과 방식들로 콜린은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러면서 차차 그에게도 변화가 온다.
늘 말주변이 좋고 유머러스한 하산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고 쉽게 어울린다.
그러다 카트리나와 키스를 한 사실을 콜린에게 말하면서 그들은 처음으로 다툼을 하게 된다.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이다.
친구에 대한 하산의 따뜻한 속마음이 가장 빛나 보였다.
또한 콜린의 불안정한 마음도 들여다 볼 수 있다.
"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버림받고 나만 영원히 홀로 남아 세상에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을
어떻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어?" 
서로의 속마음을 시원하게 보여주고 다시 언제 그랬냐는듯 친구 사이로 돌아온다.
콜린과 린지는 하루가 다르게 가까워지고, 서로에 대해 자세히 알아 간다.
비록 린지가 남자 친구가 있었지만 그것은 별개의 일이 였다.
 또따콜과 다른 친구들과의 돼지 사냥을 가기로 약속하고 린지는 콜린과 단둘이 데이트를 나선다.
린지가 총을 한번도 쏴본적이 없는 콜린에게 총쏘는 법을 가르쳐 주기 위함이였다.
그녀의 배려로 콜린은 친구들 앞에서 어설프게 보이지 않을 수 있게 총을 쏘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린지의 아지트인 동굴에 함께 가게 된다.
그곳에서 왠지 모르게 콜린은 그녀에게 더 끌리는 감정이 커진것 같다.
린지 또한 콜린을 남자 친구보다 더 서슴없이 자신의 모든것을 보여 줄 만큼 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숫퇘지사냥을 하는날!
콜린과 하산은 같은 팀이 되어 돼지 사냥을 나선다.
그러던중 말벌들의 공격으로 혼비백산 도망가며 우스꽝스러운 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벌에 쏘여 힘들어 하는 그들에게 대공의 무덤집에 걸어가다 본 집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거기서 그들은 봐서 안될 장면을 보게 된다.
또따콜과 카트리나가 벌거벗은 채 한 몸이 되어 있었다.
그들에게 다가간 카트리나의 남자 친구인 하산은 그녀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그녀는 그에게 말도 안되는 변명들을 늘어 놓는다.
또따콜은 별일이 아닌냥 두사람에 서로에게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무언의 압박을 가하며
입단 속을 시킨다.
그러다 린지와 친구들과 합류하는 자리에서 콜린이 또따콜과 카트리나의 말을 몰래 녹음해 놓은 것을 틀어버린다.
그 후로 또따콜을 상대로 3:1의 싸움이 벌어진다.
가장 흥미 진진하고 재미있는 부분이 이 장면이다.
또따콜에게 상대도 되지 않는 그들은 차례대로 나가떨어지고 만신창이가 된다.
린지는 또딸콜의 배신에 오히려 기쁜듯도 싶다.
그렇게 그들은 또다른 하루를 맞이하고 
콜린은 자신만의 연애 공식을 완성하게 된다.
그리고 캐서린이 아닌 또 다른 사랑을 찾게 된다.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들의 기발한 발상과 행동들은 청소년시기의 남자 아이들의 성격을 잘 반영한 듯 싶다.
천재와 신동의 묘사가 콜린에 의해 정확하게 정의 되는 것 같은데 여기서 그 정의에 대한 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열아홉명의 캐서린에 대한 이야기는 중간 중간 따로 설명이 되고 
마지막에 처음 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또 설명이 나온다.
캐서린이란 인물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 길래 콜린을 차버리는 걸까?
콜린은 뭐가 문제 일까?
이러한 궁금증으로 책을 읽어 나가는데 열중 했지만 이 이야기에서 
캐서린이란 인물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죽을 것 처럼 힘들고 아프고 견디기 힘든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고 해도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였다는 것을 알게 될 때가 있다.
너무 좁은 세상에서 자기 자신이 아닌 남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고,
존재감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서 오는 삶의 마비가 아닐까.
콜린은 부모의 그늘 아래서 그저 그들에게 길러졌고 그들의 삶을 대신 살았을 것이다.
나는 없고 그저 그들의 그림자만.
콜린은 캐서린이란 인물을 통해 점차 자신의 모습을 찾아 가는 여행을 하는 것이다.
나의 진정한 삶을 만들어 가는 시간.
그 끝엔 내가 그동안 찾아 헤맸던 내 삶의 반쪽을 만나게 되고 또한 자신만의 인생을 멋지게 즐기게 된다.
시련의 아픔이 배경으로 깔려 있으나 결코 슬프지 않고 유쾌하고 즐겁다.
콜린이 주인공이라고 하기 보단 하산이 더욱 매력적이여서 그에게 더 관심이 가기도 했다.
이 소설은 스토리와 재미를 함께 어느 정도 잘 배합해 놓은 먹을 만한 음식과 같다.
특별하진 않지만 진부하지 않은.

그들의 우정이 빛나는 13번째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 인간은 어디서나 자연과 운명 탓을 하지만 그의 운명은 대개 그의 성격과 열정, 실수와 약점의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p.44)



책이야말로 항상 차이는 쪽이다. 읽다가 내려놓으면 책은 당신을 영원히 기다릴 것이다.
관심을 기울이면 항상 받은 만큼 애정을 돌려줄 것이고.
(p.163)



수학 실력이 모자란 것이 문제가 아니라 헛된 희망이 문제였다.
(p. 1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