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의 인문학 비틀기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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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면서 자극적인 표지에서부터 눈길을 사로 잡는다.
저자 소개에 초베스트셀러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의 저자 마광수라는 타이틀이 더욱 궁금증을 자극한다.

작가의 화려한 이력이 독보이는 것이 그가 성적 아이콘이라는 점에서 더욱 부각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생각들을 확실히 다른 시각으로 볼 줄 안다.
조금은 남들보다 개방적인 생각으로 다르게 생각했기에 문학계에서 문제아로 낙인 찍혔던것 같다.
『즐거운 사라 』로 인해 과거의 억압된 성의 자유를 표출한 결과로 쓰디쓴 인생의 참맛을 봐야 했지만,
사람들은 그를 그를 인문학의 반항아로 재조명 하기도 한다.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흔히 말하는 포르노와 누드에 관한 자료들을 볼 수 있다.
격세지감을 느끼는 것이 그는 과거에 야한 글을 썼다고 그렇게 힘든 세월을 보내야 했는데
지금은 안방에서 조차도 쉽게 노골적인 정사장면과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연 그가 앞서나간 것일까, 우리들의 생각이 미치지 못 한 것일까?

어쩌면 너무 노골적이고 직선적인 표현 방식이 눈살을 찌뿌리게 만들수 있지만
주위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는 듯 하여
글 속에서도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흔히 야설이라 생각하는 이야기들을 서슴없이 풀어내고 있는 면에서
새로운 방식의 이야기를 접하는것과 함께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요즘 현대사회에서 성에 대한 사회적인 시각과 문제성은 심각하다.
그 문제의 핵심이 어디서 부터 오는 것인지, 또한 왜 우리나라의 성 범죄율이 가까운 일본에 비해서 보더라도 높은 것인지에 대해 그의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정해진 틀에 따른 해석과 정답을 요구하는 인문학의 높은 고정관념의 벽을 뛰어넘어 재치 있고 재미있는 접근 방식으로
동서양의 사상가와 문학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글의 구성은 총 4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Part1. 거꾸로 보면 어때?
동양 사상가들 공자,장자,주자,양주,순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무위자연을 주장하였던 장자의 사상에 대해 재해석한 부분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그가 들었던 예를 보면, 치아가 썩어서 당장 치료를 해야되는 상황에서 그냥 내버려 둘것인지 아니면 뽑아 내 버릴것인지에 대해 말하는데 이는 모든일을 자신의 생각대로만 대입해서 이해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인 삶의 큰 틀을 이야기 했다면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겠지만
지나치게 현대의학의 한 부분에서 '무위자연'이 꼭 최선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설득력이 떨어졌다.
작가는 장자라는 책을 그가 쓴 소설로 인해 필화사건에 휘말려 감옥에 가고 직장에서 해직 되었을때, '마음의 위안'을 주는 서적으로 손꼽고 있다. 그리고 장자의 사상을 우수한 심리치료사 역할을 해준다고 보고 있다.
문명과 자연의 조화를 강조하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평형상태를 유지하길 바라고 있는 점에는 같은 생각이다.

서양에 쾌락주의자 에피쿠로스가 있었다면, 동양에는 쾌락주의자 양주가 있다.
양주의 실존주의와 쾌락주의에 대해 작가는 상당히 마음에 들어한다.

나는 솔직한 이기주의자로 사는 것이 진짜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본다.
육체적 쾌락에 죄의식을 느낀다면 응당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
결혼은 섹스의 무덤이기 때문이다.


Part2. 너도 빠져봐!
서양사상가 에피쿠로스,데카르트, 톨스토이,프로이트,D.H 로렌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데카르트는 '이성의 시대'를 열어간 사상가이다.
감성이나 감각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오직 '생각하는 이성'만이 인간의 속성을 대변해줄 수 있는 진리라 생각한다.
정신과 육체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는 그는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작가는 정신과 육체는 서로 상보작용을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 예로 든것이 정신이 우울해지면 위장 기능이 저하되어 소화가 잘 안되는데 그걸 바꿔 생각하면 소화가 잘 되면 쓸데없는 근심이나 걱정이 사라진다. 이러한 것들을 한방의학에서는 비위가 맡은 기능을 '생각의 조절'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남겨간의 사랑에 반드시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스킨쉽을 통한 쾌락 감각을 교환해야 한다고 한다.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교감이 이루어 질때만이 진정한 사랑이 싹뜨고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성만을 중요시 했던 데카르트의 사상이 지나치게 편중된 생각이 아니였나 생각한다.
작가의 생각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더욱 재미를 더한다.

Part3. 나만 잘났어!
플라톤,니체,루소,예수,석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니체와 빈센트 반 고흐가 매독 환자였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충격이였다.
작가는 니체가 쓴 책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난삽하고 무질서한 문체로 씌여 있기 때문이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고전문헌학 교수가 됐을 정도로 명석한 두뇌를 소유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렇게 밖에 글을 쓸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매독때문이였다. 빈센트 반 고흐 또한 정신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충동적으로 자살을 한것이 같은 이유라는 것이다. 그 외에 루소에 대한 사상과 그의 삶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 또한 새로웠다.

루소의 사상이 그의 실제적인 삶과 괴리되어 있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책은 『에밀 』이다.
이 책에서 그는 소년들의 성적 자위행위가 병이요 죄악이라고 단정 짓고 있다.
그가 소년시절부터 귀족 부인들의 '펫'노릇을 하여 학비를 벌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그런 주장은 위선적이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p169. 나는 꽤 파란 많은 인생을 살아본 결과, 믿을 것은 오직 나밖에 없고,
우정이든 애정이든 아무것도 믿을 게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한문장에 그의 삶과 애환이 모두 녹아 있는 듯 하다.


Part4, 망치를 들자!
보카치오,포송령,사드,빅토르 위고,손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중국판 『아라비안나이트 』를 탄생시킨 포송령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깊다.
중국인들의 사고방식과 운명과, 내세관, 자연관, 종교관 등에 대해 알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445편의 길고 짧은 단편들로 이야기도 모두 흥미진진하여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서구문학처럼 작가의 교훈적인 잔소리나 지루한 묘사 같은 같은 것들이 전혀 없어 독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인듯 설명또한 자세하고 흥미롭게 열거하고 있다.
간략한 줄거리만 들어봐도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 치솟았다.

외설적인 소설로 유명한 사드의 소설에는 '가학적인 놀이'에 대해 다채롭게 표현되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채찍질, 물고문, 똥 오줌 먹고 먹이기, 거꾸로 매달기, 똥통에 빠뜨리기, 굶어죽게 내버려두기 등이다.
최고의 성적 오르가슴은 가학적인 섹스에서 온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그의 삶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분변 페티시즘'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충격적이였다.
똥과 오줌을 먹으면서 성적 오르가슴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를 즐기는 많은 사람중에 작곡가 모차르트가 있다는 사실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 생각하였지만 그러한 행동이 죽음과의 연계된 하나의 불안한 심리를 가장 평온한 상태로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며, 정신질환자가 아니라 가장 원시적인 상태에 있는 어린아이들에게서 흔히 볼수 있는 천진무구한 행동이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이해를 할 수 있었다.

p218. 문학의 흐름은 언제나 '낭만주의와 사실주의의 교태'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것이다.
낮과 밤, 생시와 꿈의 교차라고나 할까.

책의 첫 부분은 아주 비판적인 시각으로 사상가들을 꼬집어 그들의 사상을 비틀어 보기 하고 있고, 중간 부분에서는 유쾌하고 재미있고 약간은 지루할 수 있는 틈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열거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갈수록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와 우리 삶의 직접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있다. 글을 읽어가면 읽어 갈수록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이 이러한 글의 구성력이 아주 좋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가장 마지막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였다.
작가 또한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알짜배기 이야기를 아껴두었다가 마지막에 풀어 논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p228.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바로 "두고 보자" 정신이다.
"두고 보자" 정신은 복수를 맹세하는 의미로 쓰이곤 하는데, 내 생각엔 그 말이 "길게 보자"
천천히 노력해 가면서 느긋한 자세로 성과를 기대하자"의 뜻으로 쓰이는 게 더 옳다고 본다.



그의 글은 신선했다.
문화적인 충격과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성에 대한 인식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유교적 가치관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퇴폐적이고  음란성이 강한 성에 대해
억눌린 우리의 성의식을 되돌아보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가 말하는 인문학이 정통이냐 이단이냐 틀에 박힌 생각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들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형식적인 규범과 인식을 벗어나 조금더 창조적인고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를 고심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진정한 그가 말하는 참다운 글쓰기라 생각이 들며
단순히 야한 이야기를 즐기는 작가가 아닌 그동안 하지 못했던  어둠속에 가려진 이야기들을 본질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 생각이 든다.
처음에 생각했던 마광수에 대한 나의 생각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상당히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만큼 나 또한  여전히 성에 대해 금기시 되고 혐오스럽고 위선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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