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함의 힘 - 현경 마음 살림 에세이
현경 지음, 박방영 그림 / 샘터사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책 표지가 먼저 시선을 사로 잡는다.
각양각색의 꽃들과 나비가 춤을 추듯 손짓을 하고 있다.
화가 박방영은 홍익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유학했다.
전통 동양화의 정신과 맞닿아 있고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면서도 서양적 기법과 동양적 요소의 접목을 시도하여, 그의 화폭은 항상 자유와 활력이 넘친다. 세한대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섬세하고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이 그림들은 중년 여성이 그렸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인물 검색을 해본 결과로는 전북 부안 출신의 58세 남자 화가의 작품이였다.
어쩜 이렇게 여성성이 독보이고 아름다움을 강조한 그림들을 그렸을까 생각이 든다.

굵고 큼직한 꽃이나 나무가 아닌 가녀리고 힘없어 보이는 작은 꽃들이 연약함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세찬 비바람이 불어와도 유연하고 모질게 꽃을 피어내는 작은 꽃들이 우리내 인생과 다르지 않다.

저자 현경은 세계 진보신학의 명문인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 아시아계 여성 최초의 종신교수. 여성·환경·평화 운동가. 신을 설명하지 않고 표현해 내는 신학적 예술가. ‘다름’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 문화 통역사.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캘리포니아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연약함은 여자를 대변하는 여자를 상징하는 표현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연약하기 때문에 강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가 보여 주고자 한 강인한 힘이 아닐까.
신학자라고 생각하여 신적인 존재에 의존하여 모든 현상과 삶이 신과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할 법 한데 그녀는 종교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세게 환경과 평화에 대한 지극한 관심을 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뻗어있는 그녀의 관심과 사랑, 애정등이 더 강하게 인상에 남는다. 종교가 없는 나로서 더없이 편하게 접할 수 있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책의 구성은 4부분으로 나뉜다.


1. 내가 사랑이니까요


나이를 지우다 에서 소개된 타라라는 여신같은 할머니는 우리가 어떻게 아름답게 나이 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시원한 답을 해주고 있다. 나이 여든에 숲속에 손수 통나무집을 짓고 혼자 살고 30개가 넘는 직업을 가졌였고 지금은 자원봉사를 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삶에서 뿜어져 나오는 건강한 에너지는 20대의 어느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이다.
인생의 절반도 살지 않은 나는 참 부끄러운 일이다. 벌써 부터 나이들어서 이건 못해, 저건 안될꺼야 쉽게 포기하고 도전조차 하지 않고 안전함만을 꿈꾸는 나태한 삶이 그녀의 삶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인간의 진짜 나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생물학적 숫자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나이는 젊어도 두려움에 가득 차 안전한 길, 사회에서 모두 인정하는 길로 가려는 청년들이 있는 반면, 생물학적인 나이는 많아도 호기심과 희망에 가득차게 늘 새로운 길을 걸아가는 노년들이 있다. 나부터 삶의 자세를 바꿔야 겠다.

결혼을 하지 않고 싱글 여성으로 혼자 외롭게 늙어 가지 않을까 두려움이 앞서는 요즘 가장 가슴깊이 와 닿은 말이 있다.

p43 
" 우주에 가득한 것이 사랑인데 뭐가 무섭고 외로워요? 눈 내리는 겨울에는 사슴들이 우리 집 마당까지 내려와 친구가 되어 주고, 봄이 오면 온갖 꽃들이 만발해 기쁨을 주고, 여름에는 짙은 초록 잎과 시냇물, 채소, 과일들이 나를 채워 주고, 가을이 되면 불꽃처럼 아름다운 단풍들이 나를 황홀하게 해요. 이 그득한 사랑 속에서 모두와 연결되어 있으니 외로움이나 두려움을 느낄 이유가 없지요."



행복의 조건 에서 세계에서 사회복지가 가장 잘 되어있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를 예로 들어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물질적인 만족감과 편안함만이 행복한 삶을 만들어 주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너무나 안정적이기에 열정과 의욕을 잃어버린 스칸디나비아 사람들보다 치열하고 부족함으로 사람들의 삶의 의욕이 넘치는 쿠바 사람들이 더 행복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행복만 있다면 과연 그 행복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슬픔과 고통, 모진 고난과 역경이 있기에 행복함을 알 수 있는것이라 생각한다.





2. 가끔은 행복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가끔은 행복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에서 작가는 말한다.
자신을 되돌아 보면 오랜시간 그저 '행복'이란 신기루를 좇아 열심히 찾아 헤매던 모습이 기특하고 측은하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전처럼 기를 쓰고 행복을 찾지 않으려 한다. 그냥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경이롭게 받아들이며 살아간다고.
그녀의 50 인생의 삶의 깨달음을 마음속에 잘 새기고 싶다.
우리의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그녀와 같다면 좀 더 행복해 지지 않을까?


p113
"아,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구나! 이 순간 편안히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구나! 바로 다음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 삶을 이토록 재미있게 하는구나!"



여려 종교 중에 작가가 직접 체험하고 배운 종교는 불교와 기독교라고 한다. 또한 고통의 두가지 모습에대해 설명한다.
불교에서는 탐진치(貪瞋癡, 욕심, 화냄, 어리석음)의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 인간 해방의 지름길이라 가르쳤고, 기독교에서는 자기 중심적인 죄에 빠져 '빗나간 화살'처럼 사는 데서 벗어나 자신이 하나님의 거룩한 형상임을 깨닫고 하늘의 뜻에 따라 사는 것이 구원의 길이라 말한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고 불행한 이유를 심리학의 지혜에서 답을 얻는다. 다 맞는 말 같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으며 그럴법도 한 말이다.
가끔 불행해 져도 괜찮은 이유는 불행이 있기에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평탄한 길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구불구불 오르락 내리락 심심할 틈이 없이 우여곡절 인생이 더 재미있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3. 연약함의 힘



연약함의 힘이란 무엇일까?
자기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힘, 참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 줄 수 있는 힘,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공감할 수 있는 힘, 진실대로 살기 위해 모험할 수 있는 힘, 모험에 동반되는 불안과 두려움을 견뎌 내는 힘, 자신이 원하는 것과 남이 원하는 것이 상충될 때 관계의 성장을 위해 균형 있게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힘이 그것이라 작가는 말하고 있다.
연약함의 힘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과 명상, 매 순간 마음을 닦아야 한다고 말한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자아찾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자신의 내면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그로써 강인함을 키워나가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여성운동가라는 타이틀이 있어서 그런지 특히나  여성에 초점을 맞춰 말하고 있는것 같다.






인생은 아름다워
성소수자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같은 인간으로서 사랑하고 사랑받아 마땅하며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산다고 해서 비난하거나 손가락질 해서는 안된다.
얼마전까지만해도 TV에서 동성애자나 트렌스젠더에 대해 이야기 하면 눈살을 찌푸리며 곱지 않은 눈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또한 같은 인간으로 받아 들이지 못하고 마치 외계인 처럼 그들을 바라보기 쉽상이 였다. 이제는 숨기고 감추고 쉬쉬할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 참된 아름다운 세상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p230
다수자와 다르다고 해서 소수자의 선택에 대해 비난하고 범죄시 할 권리는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영혼과 몸이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을 찾아 사랑할 권리, 인생을 함께 꾸려 갈 권리가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인생은 아름답다'고 느낄 권리가 있습니다.






4. 우주는 웃고 나는 세운다


결혼에 관한 농담
미국 여성운동의 대모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젊은 여성들에게 최고의 배우자를 찾지 말고 먼저 스스로 정말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되라고 한다. 그러면 찾지 않아도 결혼 상대자가 나타날 것이고 배우자가 없어도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언젠가 TV에서 그러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기 위한 조건 만남에서는 진정한 사랑을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내가 돈도 있고 명예도 있고 조건적으로 풍요로워 진다면 남자를 고를때 그의 조건이 아닌 사람만 보고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그 말을 듣고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나 또한 조건이 아닌 사랑만 보고 배우자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마음 하나 돌리면 결혼을 해도 행복하고, 안 해도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럴 수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든다.
요즘처럼 결혼이 ' 흥정'이 된 시대에는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는 자체도 어려운 일이 되었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오래 유지해 나가는 것도 더욱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이 더 늦어지고 어려워 지는것 같다.
결혼에 대한 농담이 결코 우스겟소리로 들리지 않는 나는 그 어디에서도 결혼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세계 여러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내가 미쳐 알지 못한 사회 현상과 문제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한 작가의 생각과 깨달음들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마치 세계여행을 하며 이야기들 듣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흔해빠진 격려성 글이 아닌 작가 자신의 일상을 바탕으로한 인생 경험이 더 현실성있기에 글 하나하나 가슴에 와 닿았다.

어설픈 자기 계발서 보다 훨씬 재미있고 유익하며 삶의 여러방면에 걱정과 고민이 끊이질 않는 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평온하고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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