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것 - 혼돈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강상중님과의 인연은 《고민하는 힘》에서부터 시작했다.

일본과 한국의 수많은 독자들이 그렇듯 고민하는 힘을 읽으면서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베버라는 인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은 그만큼 그의 고민과 생각이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쓰메 소세키 소설을 먼저 읽어 본다면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혼돈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 물음의 답을 제목으로 답하고 있는듯 하다.

지금 사회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사랑이며, 희망이 없어도 사랑은 있을 수 있지만 사랑이 없으면 희망도 없다는 그의 말에서 이 책의 제목이 왜 사랑할 것인지 이해가 된다.

 

 

달콤한 연인들의 사랑이야기나 나올법 한 책 제목에 이끌렸다면 막상 책을 읽으면서 실망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잡지 《아에라 (AERA)》에서 4년 동안 연재한 칼럼을 토대로 정리해서 묶어 놓은 것이다. 주로 사회와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풀어 놓았고  이웃나라인 일본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인 그의 아들의 죽음은 슬픔과 고통을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더 나아가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연관지어 숙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시대적 배경이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고 사상 최대의 원전 사고가 후쿠시마를 덮쳐 여전히 수습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해일, 원전 사고 그리고 지진까지 자연의 재해와 인간의 욕심과 방조로 발생한 방사능의 공포까지 밀려오는 상황등 그가 마주한 일본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것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한국, 나아가 전 세계적인 문제임을 암시한다.

 

이야기는 일곱개의 단락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나. 지금 내가 있는 자리

둘. 사랑과 꿈 그리고 가족

셋. 청춘에 대한 고민

넷. 잊을 수 없는 사람들

다섯. 내가 마주한 세상

여섯. 시대의 경계인, 자이니치

일곱. 이츠키 선생과의 대담

 

나와 도라의 접점에서 영화 《남자는 괴로워》를 보며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들고 영화속 주인공들에게서 의지할 곳 없고 외로움을 느끼며 뿌리를 찾아 헤매는 자이니치를 느껴보기도 한다. "나그네"라는 말이 그의 삶, 자이니치를 대변해 주는듯 하여 가슴이 아팠다.

 

사람의 마음은 고민의 바다와 같다에서 그는 고민하는 힘에 대한 언급을 한다.

자이니치로서의 삶을 어떻게 살아 갈 것이며, 정치학이라는 학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걱정과 혼돈만이 그를 에워쌀때 독일 유학을 하면서 외롭고 우울한 나날들을 보내며 고민하게 된다.

그는 50여년을 살아 오면서 고민과 마주하는 힘이 그를 더 강하게 만들어 주었고 인생에서 반드시 필요한 '힘'임을 강조하고 있다. 고민을 어렵게 생각하지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고민을 함께 나눠가는것이 인생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결혼 활동에 대한 나의 생각에서 내가 생각했던 결혼 생활에 대한 고민을 어느정도 해결해 준 듯 한다. " 결혼은 '자연'에 맡기는 것이 어딘가 안심이 되고 신뢰가 생기지 않을까요. 비록 실패하더라도 인연이 없었다고 생각하면 그 나름대로 납득이 되겠지요. 그러나 '결혼 활동' 처럼 선택권을 타인에게 맡기면 선택받지 못하는 것은 자기에게 문제가 있다고 여기기 쉽고 좋지 않은 상태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자유라는 것이 반드시 행복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반쯤 포기한 듯한 기분이 담겨있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결혼이 사랑이 아닌 브랜드만을 보고 선택하는 경제활동처럼 그 의미와 중요성이 퇴색해 버린 현실이 안타깝다. 유행처럼 결혼은 보여주기식 사치스러운 행위이며 조건 투쟁과 같은 건조한 연애를 꿈꾸는 것이 아닌가 나도 역시 나의 삶의 주체자가 아닌 방관자로 살아가고 있는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야구를 품에 안고에서 어릴 적부터 야구 선수가 되길 바라며 꿈을 잘 키워 나가다 고등학교 3학년에 야구를 그만 두게 된다. 그는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이제 나는 별처럼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별똥과 같은 인생이 사랑스럽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빛나는 별을 꿈꿨지만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그는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

그것이 빤짝 빛나는 별보다도 값지고 소중한것이 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내 인생이 그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순간 불타오르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폭죽보다는 오래도록 잔잔하고 은은하게 주위를 밝혀주는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촛불같은 인생이 더 아름답지 않은지.

 

역시 좋이책이 좋다에서 종이책에 대한 애착과 책을 다루는 그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전자책이 세상의 이목을 불러 모으고 있지만 나 또한 종이책이 여전히 좋다.

작가는 책을 읽을때 책속에 늘 메모를 해둔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나서 책장에 그대로 꽂아 두었다가 시간이 지난뒤 그 책들을 펼쳐 과거의 생각들을 마주하면 흥미롭고 이런한 과정을 " 생각의 앨범"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말한다. 주로 도서관 책을 읽는 나에게 밑줄 긋기나 메모는 생각할 수 없었다. 혹여 책을 사서 보더라도 늘 깨끗하게 새것처럼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에 메모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을 읽고나서 느낌점이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다면 시간이 지나서도 어떤 내용이였는지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최근에 서평을 적으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가 책에 대한 생각의 정리를 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해 주더라도 자신있게 내용을 말해 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짧은 글귀들 위주로 좋은 말들을 옮겨 적기만 했지만 앞으로는 짧게라도 메모를 해가면서 나만의 생각의 앨범을 만들어 가야겠다.  

 

 

어떻게 되겠지는 가장 마음에 들었다.

"시대는 풍요로워졌고 자유가 늘어났으며 마음속에 몇 가지 생각들을 담아 둘 수 있게 되어, 이제는 무엇을 선택할 때 고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는 불안이 동반됩니다. 그 불안은 사물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합니다. 앞날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불확실한 무엇인가에 인생을 걸어야 하는 위험과 불안. 생각해 보면 이 불안은 우리가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것 같습니다."

시대가 불확실한데 어떻게 확실한 것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는 방황하는 이들을 위해 말합니다.

'어떻게 되겠지'

내 인생에서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으로 낭비한 시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설사 좋은 기회가 왔더라도 고민하느라 놓쳐 버리는 경우도 많았지요.

주위에서 사람들이 말하기 "그냥 해봐! 안되면 뭐 별 수 없지."

"넌 저질러야해" 등등 열정만 있지 겁쟁이인 나를 그렇게 격려해 주었습니다.

내 인생의 답은 여기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걱정만 하지말고 해보라고! 용기와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한마디가 아니였나 싶습니다.

이또한 지나가리와는 다른 의미의 희망 메세지였습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일본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일본 사회의 정치와 경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였고 관심도 없어서 이해하는데에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그의 삶을 통해 보여지는 일본의 모습들과 그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본의 현실은 그가 재일 한국인이기에 더 가깝게 느껴진게 아닌가 생각이든다.

자이니치의 삶을 산 그에게서 외로움과 슬픔, 한국인의 가슴속에 멍울진 한이 느껴지는 듯 하다.

강상중의 일기를 엿 본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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