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 현실과 환상이 만나고 다투다가 하나 되는 무대 클래식 아고라 2
일연 지음, 서철원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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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라는 제목에서 '유사'는 빠뜨린 일, 남겨둔 일 혹은 버려진 일 등으로 풀이할 수 있다.

p11

《삼국유사》 (三國遺事)는 고려 시대의 승려 일연(一然)이 고려 충렬왕 7년(1281년)에 인각사(麟角寺)에서 편찬한 삼국시대의 역사서이다. 대한민국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흔히 《삼국유사》와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비교되곤 하는데 《삼국사기》가 정사(正史)라면 《삼국유사》는 야사(野史)에 해당하는데 삼국사기에 실리지 못한 단군조선, 가야, 이서국 등의 기록과 수많은 불교 설화 및 향가를 기록했다는 이유로 일연은 정사로 존중했다고 한다. 

《삼국사기》가 왕권의 강약과 귀족 세력의 부침에 따른 정치사를 바탕으로 서술되었다면, 《삼국유사》는 불교와 유교신앙의 대립과 화해, 향가를 비롯한 문학과 미술 작품, 건축물의 조성 등 종교를 중심으로 한 문화사 영역을 해명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일종의 사전과 모음집을 비교하는게 쉬울 것 같다. 

이 책은 다른 번역서들처럼 정확한 번역을 하기 보다 좀더 잘 읽히는 번역을 추구하였다고 번역가는 말한다. 원서를 어떻게 우리말로 잘 풀어내는지가 관건인 것이다. 

고려의 설화문학으로 취급될 수 있는 《삼국유사》는 단군신화를 비롯하여 이두로 쓰인 향가 14수가 기록되어 있어 국어 국문학 연구에 좋은 자료이면서 《균여전》에만 11수가 기록되어 있을 뿐, 다른 전적에는 전혀 전하지 않기 때문에 향가 연구에 특히 중요한 역할도 한다. 

이 책의 번역과 해설을 맡은 서철원씨는 향가를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다수의 책을 출판하는 등 번역 및 해설사로서 충분한 요건을 갖춘듯 하다. 

본문을 읽기에 앞서 맨 앞의 일러두기를 꼼꼼히 읽어 보면 다른 번역서와 차이점 및 이해력을 높일 수 있다. 

《삼국유사》의 중요성은 역사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다양성과 다원성을 길러 주며 과거에 그치지 않고 미래의 모습까지 담아 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삼국유사》의 세상은 다문화사회이다.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세상에서 온 존재들까지도 넉넉한 인심으로 대했다.

이러한 '감통'이야말로 오늘날에도 유효한 고전의 가치가 아닐까?"

p13

《삼국유사》의 구성은 전체 5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5권 내에 다시 9편으로 나뉘어 있다. 이 책은 왕력편을 제외하고 번역하였다. 

《삼국유사》에는 삼국과 가락국의 왕대와 연대, 고조선 이하 여러 고대 국가의 흥망, 신화, 전설, 신앙 및 역사, 불교에 관한 기록, 고승들에 대한 설화, 효행을 남긴 사람들의 이야기 등이 수록되어 있다. 

체제는 왕력편, 기이편, 그 밖의 것들을 포함한 셋으로 나눌 수 있는데 왕력편은 다른 부분과 성격이 달라 연구 목적이 아니라면 읽지는 않고 기이편은 환상속의 존재들이 현실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내용이다. 《삼국유사》에서 가장 중요하며 널리 알려진 이야기의 다수는 감통편에 속한다. 



1편 기이에서는 고조선으로부터 남북국 시대 이전까지를 다루고 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예시문으로 자주 봤던 내용이라 낯설지 않았지만 이야기 보단 기록에 가깝기에 재미를 보긴 어렵다. 

2편 기이는 고조선에서 고려 건국 이전까지 존재했던 여러 국가와 와에 대한 기이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 그 분량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방대하지만 이 책에서는 적절히 구성해 놓았다. 1편에 비해 2편은 흔히 알고 있는 설화에 가까워 훨씬 이해하기 쉽다. 

원성왕에 나오는 사미승 묘정(妙正) 은 자라를 보살펴 대가로 받은 구슬을 몸에 지니고 다니니 온 갖 좋은 대접을 받다 나중에 구슬을 돌려주니 아무도 묘정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구슬 하나 때문에 사랑받다 버림 받은 묘정이 불쌍하다. 

3편 흥법은 삼국에 불교가 처음 전래되고 흥성하는 과정을 기록했다.

4편 탑상 은 불교의 흥성에 따라 삼국의 주요 사탑이나 불상을 조성했던 사실을 기록했다. 

신라에 3보가 있는데 황룡사 장육상과 9층탑, 진평왕이 하늘에서 받은 옥 허리띠 "천사옥대'이다.

특히 황룡사에 관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역사적으로도 다사다난했던 사건들이 많아 그럴 것이다.

불타고 재건하길 6번 반복하다 고종 때 몽골의 침입으로 모두 타버렸다고하니 말이다.

낙산의 관음, 정취 두 보살과 조신의 이야기에서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덧 없고 허망한지를 잘 나타낸다. 일장춘몽이라는 말과 같음을.

잠깐 즐거워 한가롭다가

어느덧 근심 속에 늙었어.

좁쌀밥 익기도 전에

번거로운 인생 한 가닥 꿈인 줄 깨닫고,

수행을 잘하려면 성심껏 해야 할 텐데

홀아비가 미인을, 도적이 창고를 꿈꾸듯.

어쩌면 가을밤 맑은 꿈으로

때때로 눈 감아 보살들 (청량산)에 이를까?

p277

5편 의해는 신라의 고승들이 보여줬던 뛰어난 행적들을 보여줬다.

6편 신주는 신라 밀교계통 고승들의 기이한 행적을 통해 불교와 무속의 융합 및 호국 불교의 모습을 소개했다.

7편 감통은 불심이 남달랐던 일반 신자와 승려들의 이야기다.

8편 피은은 세상을 등지고 홀로 불법을 닦은 승려들의 이야기다.

9편 효선은 세속적인 윤리인 효와 불교적 윤리의 결합을 통한 효행의 이야기다.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일연(一然)이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주고자 했던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완전한 이해를 하기엔 역부족이지만 기록에서 보여지는 사실과 진실을 구분해 내는것이 중요한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 들이고 앞으로의 내 삶에 투영해 볼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한 듯 싶다. 원문을 최대한 이해하기 편하게 번역한 덕분에 가독성이 좋았다. 읽고 나서도 뿌듯하고 자랑할 만한 책인 것 같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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