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카페 - 350년의 커피 향기
윤석재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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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커피 사업이 나날이 번창하고 있음을 동네 작은 골목에서도 느낄 수 있는 요즘이다. 밥 보다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졌고 어딜가나 카페가 즐비해 있는 곳이 넘쳐나 이미 한국은 카페 포화상태다. 하루에도 몇 군데씩 새로 생겨나는 곳과 없어지는 곳이 교차하며 유행과 트랜디함을 좆아가기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유럽의 유명 카페들은 그들만의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며 몇 백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문을 연 곳이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장소인 곳들이 많다. 반면에 한국의 커피 문화가 활성화 된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인기가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이 책은 프랑스의 사상과 예술을 꽃피운 파리 카페의 역사에 대해 소개해주는 책이다. 사진작가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저자가 유학생활 때 파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파리의 여러 카페들에 대해 이야기를 전해준다. 지난날의 카페 사진들과 함께 파리의 유명 카페들의 역사를 알아 갈 수 있다. 유명 문인들의 발자취와 그들의 작품속에 반영된 카페의 모습까지 알 수 있어 흥미롭다. 아쉬운 점은 코로나로 인해 현재 파리 카페들의 모습은 담을 수 없어 예전 모습들로 충족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 여행의 묘미가 무엇인가. 바로 몇 백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고유함이 있기에 언제 어느 때 다시 찾더라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책에 소개된 카페들 또한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손님을 맞고 있을 것이다.

                                    

파리에서 커피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669년에 오스만제국의 대사 슐레이만 아가가 태양왕 루이 14세를 알현하고 커피를 선물한 이후다. 유럽에서 커피가 처음 소개되고 환영받기까지 약 60년이 걸렸는데 파리에서 처음으로 카페를 연 사람은 파스칼이였다. 소규모 카페에서 점차 대형화 되고 체스를 두는 곳에서 문학카페와 문화살롱의 역할을 하는 장소로 거듭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되기 시작했다. 카페는 남성들의 공간으로만 여겨졌던 시대에 여성이 주최가 되어 문학살롱을 개최하기도 했는데 문학살롱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여성은 카트린 드 랑부이에였다. 그 외에 마담 마리 조프랭과 마담 쥴리에트 레카미에가 문학살롱을 성공적으로 이끈 여성이다.

유럽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카페는 영국 옥스포드에 있는 퀸즈 레인 커피하우스며, 프랑스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카페는 프로코프다. 19세기 최고의 문인들이 찾은 문학카페 프로코프는 자체적으로 문학 소식지를 발행하기도 했다. 20세기에는 카페에서 레스토랑으로 변신하여 300년 이상의 전통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 카페 뿐만 아니라 100년이 넘는 다른 카페들도 카페만을 고집하지 않고 레스토랑과 함께 운영을 하는 등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19세기 말 수많은 몽마르트의 카페들은 예술가들과 삶과 역사를 함께 했고 창작의 고통과 애환을 커피와 술로 잊으면서 영혼의 안식을 찾던 곳이 카페였다.

그 대표주자는 피카소였다고 한다.

19세기 후반의 인상주의, 20세기 초의 입체주의, 이렇게 미술사에 혁명적인 사조가 잉태한 곳은 파리의 몽마르트였고, 세계 미술사를 주도한 곳도 역시 몽마르트였다.

헤밍웨이 소설의 무대가 된 몽파르나스의 카페 '라 클로즈리 데 릴라' 에는 헤밍웨이 이름이 적힌 동판이 부착된 테이블이 있다. 몽파르나스 광란의 시대는 1929년 10월 미국 월스트리트의 주식 폭락으로 세계공황이 닥쳐 파리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고 예술가들은 이곳을 떠나기 시작하며 점점 쇠락해갔다.

"우리는 완전히 그곳에 주둔했다. 아침 9시부터 그곳에서 작업했다. 점심 먹으러 나갔다가 오후 2시에 돌아왔다. 8시까지는 우리가 만났던 친구들과 떠들었다. 저녁 식사 후, 우리는 만남을 약속했던 사람들을 맞이했다. 어떻게 보면 남들에게는 희한하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집처럼 그렇게 플로르에서 지냈다."

-사르트르의 카페 플로르에 대한 언급-

카페 문화가 활성화 되면서 커피와 카페에 대한 관심도가 최고조에 이른 요즘 파리 카페에 궁금한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인것 같다. 최신 카페들에 대한 내용도 함께 소개되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 카페도 화려함과 새로움에만 치우치지 않고 역사성, 시대성, 문화성을 반영한 고유한 문화로 정착하여 오래도록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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