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유럽의 모습을 알고 싶다면 소도시로 발길을 옮겨라”
이 책은 영문학 교수인 저자가 20여 년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연구하고 탐구한 도시들의 이야기를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라는 책에 담았는데 미처 다 담지 못한 소도시 이야기들을 한데 엮어 놓은 책이다. 저자의 마음속 깊은 미련이 만들어낸 책이자 유럽 사랑에 대한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알면 알수록 가보면 가볼 수록 빠져 드는게 여행의 묘미. 학자의 시선으로 보는 유럽의 모습답게 서양의 문화, 예술, 사상, 역사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뤄지고 있으며 여행서라기보단 역사서에 가까운 인문학 중심의 문화기행 도서다. 7개 코드는 아름다운 순수한 우리말로 이루어진 한 음절 단어들로 돌·물·피·돈·불·발·꿈이다. 총 50개의 도시를 폭넓게 다루고 있지만 이탈리아에 좀 더 집중되어 있다. 유럽 도시의 역사는 대부분 로마에서부터 비롯되었고 그 뿌리가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 유럽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돌
세계 최고의 석조 모스크를 건설하라는 아브드 알라흐만 1세의 명령으로 온 세상에서모양, 색깔, 크기가 다 다른 돌기둥을 가져와 알록달록 말발굽 모양의 반원형 아치기둥을 세웠고 그것이 코르도바 모스크의 독특한 풍경으로 남았다.
물
물 많은 도시, 운하 교통의 허브 네덜란드의 레이던에는 물방앗간을 운영하며 렘브란트를 먹여 살리고 교육시킨 곳이기도 하다.
불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은 여러 차례의 화재로 여섯 번이나 건물을 올려 만든 대성당으로 수백 년 변치 않는 채색 유리 제조 비법은 현대 과학으로도 설명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과 독일군 간의 전투 중 샤르트르 시민들은 스테인드글라스를 미리 제거해서 시골에 분산 보관해 놨다 전쟁이 끝난 후 이 유리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 건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과 헌신이 얼마나 큰 것인지 보여주는 하나의 예로 유명하다. 불길에 휩싸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그에 그치지 않고 더욱 견고하고 단단하게 건물을 올려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대성당으로 자리매김 하는데에는 가치 있는 것을 지킬 줄 알았던 사람들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돈
고대 코린토스는 육상 및 해상 교통의 요충지라는 이점을 활용해 막대한 부를 축전했다. 그 배경에는 아프로디테 여신과 깊은 관계가 있는데 아프로디테 신전에서 여사제들은 신도들과 성관계를 맺고 이로써 값을 치루는 방식으로 코린토스에 온 사내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했다는 증언과 기록이 많다고 한다. 미와 사랑의 여신으로 알려진 아프로디테가 섹스의 여신으로 극진히 섬겨졌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긴하다.
발
집은 쉬는 곳 뿐만 아니라 걷고 산책하는 공간이여 한다고 생각한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 ‘동선’을 염두에 두고 건물을 설계한 선구자이기도 한데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난 창의적이고 기발한 발상으로 집에 대한 상식을 깬 사람이다. 공공건물 중에서는 비첸차 시청으로 사용되었던 ‘바실리카 팔라디나’가 대표적이다. 그에게서 영감을 받아 프란체스코 무토니도 ‘포르티치 디 몬테베리고’를 설계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