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열 개의 길 - 로마에서 런던까지 이어지는 서유럽 역사 여행기
이상엽 지음 / 크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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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해야 될 것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여행지에 대한 기초적인 배경 지식을 쌓는것이 중요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다. 보통의 여행자들이 그렇듯 화려한 건축물과 풍경들을 눈으로 담기 보단 사진으로 더 아름답게 남기길 원하고 그 이면에 담겨 있는 이야기에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된다.

서유럽은 특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해외 여행지로 볼거리 즐길거리가 넘쳐난다. 여행자들은 화려한 불꽃놀이를 보듯 반짝임에 이끌리지만 뒤 돌아서면 어둠만이 남아있는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준비되지 않은 자들의 여행기가 그렇듯 그저 인증샷을 남기기에 급급할 뿐이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이유가 얼마나 많이 보느냐 보다 얼마나 집중해서 자세히 보느냐가 중요하고 이야기를 연상할 수 있어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 이상엽은 모두투어의 컨덕터로서 세계 여행을 하며 손님들이 아쉬워했던 부분들과 자신이 손님의 입장이 되어 유럽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 출간하였다.

관광지 안내 책자나 일상 여행기가 아닌 테마가 있는 역사 여행기이다.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영국을 통과하는 열 개의 길로 구성되어 있으며 문명, 회복, 자유, 통일, 창조, 개척, 관용, 문화, 혁명, 진보라는 테마를 통해 서유럽 역사의 큰 틀을 잡고 있다.

각 테마에 어울리는 이야기들이 챕터마다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일반적인 역사서와는 다른 부드러움이 느껴지며 책 제목처럼 서유럽의 큰 길을 천천히 걸어가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는 기분이 든다.

로마, 문명의 길

로마의 역사는 기원전 753년 팔라티누스 언덕에서 시작된다. 초기 인구 부족의 문제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던 도시 시설 문제들도 있었지만 로물루스로 시작해 244년간 일곱 명의 왕이 로마를 다스리며 부족국가 수준에 못 미치던 로마를 선진화된 문명국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민족 침입에 대비해 성벽을 쌓기도 하고 아피아 가도와 같은 포장도로를 만들어 빠른 물자의 이동과 동맹국과의 관계도 굳혀 나갔다. 제국의 확장과 함께 황제들의 치적을 홍보하는 화려한 건물이 로마 곳곳에 들어섰고 벽돌의 도시가 화려한 대리석의 도시로 변했다. 또한 깨끗한 물의 공급을 위해 수로 시설을 갖추어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중목욕탕을 만들어 복합문화 공간까지 갖추게 된다. 로마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만들어진 콜로세움은 네로의 인공 연못이 있던 자리에 물을 빼고 그곳에 5만 명의 관람객 수용이 가능한 대형 원형경기장을 황제 베스파시아누스가 건설했다. 이는 어떠한 강력한 힘을 가진 황제라도 민심을 잃으면 권력을 지속할 수 없다는 교훈을 준다. 건국 700년 만에 로마는 역사상 최고의 위치에 섰다. 기원후 96년부터 180년까지 다섯 황제가 다스렸던 오현제시대는 로마 역사상 최고로 평화로웠던 시기로 판테온이 로마의 기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건물이기도 하다. 콘스탄티누스 1세가 수도를 동방의 비잔티움으로 옮기자 제국의 수도 지위를 잃어버린 로마는 급격히 몰락하기 시작했고 유럽 문명의 줌심도 콘스탄티노플로 이동했다. 로마 약탈과 종교개혁으로 사람들은 안정보다 변화를 추구했고 이를 계기로 화려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바로크 도시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로마를 시작으로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까지 연결이 되어 하나의 이탈리아의 대동맥을 이루었고 알프스를 넘어 스위스를 통과하는 루체른, 인터라켄, 제네바까지 이어진다. 문화와 혁명의 힘을 잘 보여주는 베르사유, 파리를 지나 마지막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을 통과하는 것이 이 여행의 과정이다.

서유럽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잘 알려진 관광지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는 용도로 한 번쯤 읽어 보는 것도 좋지만 세계사의 기본적인 틀을 잡고 싶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자세한 정보는 역사서를 참조하는게 좋겠지만 부담없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유럽의 길은 서로 이어져 있고 그 역사의 흐름속에 인간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창조적인 인간으로서 발 돋음하는 개척의 삶을 일궈낸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살아 숨쉬는 그들의 숨결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 곁으로 올 수 있었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볼 수 있고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는기에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하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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