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살고 있습니다
김혜지 지음 / SISO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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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하늘 길도 닫혀버려 해외여행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르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인간의 의지와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 인생에는 참 많은 것 같다. 당장 여행을 갈수 없는 상황 속에서 여행지에 대한 소식과 이야기들은 더욱 관심을 끌게 된다.

저자 김혜지는 이탈리아에서 7년째 거주 중이며 유튜브 '이태리부부'를 운영하며 남편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막연하게 이탈리아서 산다고 하면 모두가 부러워하는게 사실이다. 나 또한 문명의 꽃을 피워낸 역사적인 장소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기에 그곳에서 사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상당히 차이가 많이 났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는 순간 즐거움을 느끼기 어려운 것 처럼 여행 또한 삶이 되는 순간 우리는 자유를 속박당하게 되는 것 같다. 그곳이 한국이건 해외건 상관없이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손에 넣어야하는 과정은 똑같다. 책임과 의무, 규율과 규칙에 따라 삶의 정상 괘도에 안착해야 평범하다 불리는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어떠한 이유로 해외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또는 이주를 꿈꿀테지만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구나라는걸 저자는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그로써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 결코 녹록치 않다. 막연한 생각으로 해외살이를 꿈꾼다면 큰 코 다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의 일기와도 같은 기록물이다.

그도 그럴게 기록 중독자로 불릴 만큼 사소한 것 하나까지 매일 이탈리아에서의 삶의 기록을 놓치지 않았던 남편과 저자 본인의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다. 낯선 땅에서 정착해서 보고 듣고 느낀 일상의 모습과 불편한 점들, 러브스토리나 부모님에 대한 애정, 코로나로 인해 바뀐 삶의 모습들. 여행자로서 이방인으로서 살아간다는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상깊었던 것은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현실에서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 대견하고 멋져보였다. 이탈리아의 코로나 상황이 매우 안 좋았을 때 이동 제한령까지 발표되었고 여행 가이드였던 남편이 백수가 돼고 집 밖에 한 발자국도 못나가던 날도 있었던 암울하고 답답한 상황에서 어떠한 미래를 꿈꿀 수 있었을까 싶다. 하지만 부부는 현실을 직시하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유튜버라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결국 암흑과 같은 어둠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아낸 것이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더라면 아마 그대로 주저 앉아 모든걸 포기하고 말았을지 모른다. 아직 아무도 이 상황이 언제 끝나질 어떻게 될지 장담을 할 수 없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몸부림쳐 삶을 살아내고 있는 이태리부부가 대단하고 멋져보인다.

종종 유튜브로 해외여행지의 모습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실시간 랜선투어도 보면서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데 이태리부부의 영상도 하나하나 챙겨봐야겠다.

제작하는 과정을 책으로 먼저 접해봤기에 영상에 대한 궁금증도 있지만 역시나 현지 모습에 대해 더 알고 싶기 때문에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과장없이 솔직담백한 이야기로 책을 읽는 내내 편안하고 믿음이 갔다. 사진과 글의 구성 또한 가독성 좋게 만들어져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는 그녀만이 알려줄 수 있는 맛집, 멋집들도 있으니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그걸로도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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