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 공지영의 섬진 산책
공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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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것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겉으로 보기에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할 것만 같은 사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고통과 아픔이 있고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삶이 힘겨울 것 같은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만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대한민국에서 단행본을 가장 많이 판매한 작가, ‘도가니라는 작품명을 딴 도가니법을 만들게 한 장본인, 공지영. 그녀의 이름표를 따라 다니는 것은 이러한 화려한 스펙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세 번이나 한 여자로만 비춰지는 한국 사회. 그녀는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으로 차별 받는 현실에 분노할 줄 알며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남부러울 것 없이 잘나가고 성공한 여성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을 것 같은 그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진실을 건드리지 않으면 크게 움직이지 않아. p99

 

 

영화로 작품이 제작되면서 그녀의 작품들은 비문학인들에게까지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다. 그리고 꾸준한 활동으로 독자들에게 늘 책 읽는 즐거움을 선사해주던 그녀. 언제부터인가 작품 활동이 아니라 뉴스에서 그녀의 소식을 더 자주 듣게 되었던 것 같다. ‘니가 왜 거기서나와라는 노래 제목처럼 그녀의 이름이 생뚱맞게 뉴스에 나왔고 심지어 부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충분한 자극적인 기사였다. 동명이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였다.

그녀는 어느 순간 남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으며 온갖 구설수에 오르고 악플에 시달리게 된다.

죽고 싶은 생각까지 하며 삶을 포기하려고 까지 했던 그녀는 절망 속에서 삶의 의지를 다시 다지게 된다. 행복해지기로 결심한다. 불행과 절망이란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그녀의 삶.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아픔과 슬픔으로 얼룩진 자신의 과거의 시간들을 말하며 지금은 그 어떤 순간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33년의 작품 활동을 이어오면서도 생계를 걱정해야 했고 세 번의 이혼 경력이 있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고 전혀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행복하단다.

많은 책을 읽고 프로이트, 융의 입문서, 스캇 펙 박사의 심리학 시리즈, 카톨릭 영성 서적들의 도움을 많이 받으며 그들의 행복해지는 공통적인 비결을 찾아내게 된 것이다.

그 비결은 15년 동안 갈고 닦은 노력의 결실.

 

 

안다는 것과 깨닫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안다는 것은 우리를 아프게 하지 않아요. 그러나 깨달음은 아픕니다. 당신이 어떤 사실을 알았는데 아프다면 당신은 깨달은 거예요. p.114

 

 

2010년도에 출간 된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에서 그녀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너무 즐겁고 행복한 한 때를 보내고 있고 따뜻하고 소중한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 밝히는 그녀의 또 다른 모습들, 그녀의 본 모습을 제대로 엿볼 수 있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섬진강변으로 거처를 옮긴 작가는 자신의 근황을 밝힌다.

자신을 찾아 온 지인들과 나눈 대화에서는 과거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과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그때는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을 지금은 득도한 수행자처럼 타인에게 깨달음을 전해주기도 하고 삶을 구원해주는 의인 역할을 맡기도 한다. 인생의 벼랑 끝에 서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궁극의 진리.

마치 어떠한 물음에도 현답을 내 놓는 공자의 말씀처럼 그녀의 말에는 힘이 있고 믿음이 간다. 섬진강물처럼 잔잔히 흐르는 유려한 글 솜씨야 두말하면 잔소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윤슬처럼 그녀의 인생도 밤하늘에 별빛처럼 아름다워 보인다. 암흑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더라도 스스로 주위가 어둡기에 더 밝게 빛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삶을 빛내고 있다.

달라진 주거환경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다.

 

 

인간 모두에게 공평하게 내리는 늙음과 죽음이 두렵다면 그것은 불행한 일이다. -p245

 

 

아파 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이기에 작가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더 이상 아파하지 말고 행복해지자고 말을 건넨다.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묻고 찾아야 하는 과정과 시간을 갖고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 맛볼 수 없다는 것 또한 그녀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 글이 주위에 많이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것 같다.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채기를 드러내면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자신만의 성공스토리를 보여준다. 가만히 있는데 자꾸 건드리는 사람들 때문에 겉모습이나 인생이 온 몸에 가시 돋친 고슴도치처럼 되더라도 지금 난 행복하다고 말한다. 남들이 뭐라 해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고 멋있게 그녀답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그녀도 행복해지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 속에서 많은 것을 잃어야했고 눈물 흘려야 했을 것이다. 그런 그녀도 이렇게 행복한데 난 어째서 불행한 현실을 탓하며 하루하루 반복되는 의미 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야하나. 시간은 만인에게 똑같이 적용되고 흘러간다. 어떻게 그 시간을 만들어갈지 자신의 인생을 이끌고 갈지는 오직 자신만이 택할 수 있다. 비록 혼자면 어떻고 둘이면 어떻고. 지금 행복하지 못한 자 앞으로도 행복하지 못할 것이고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바로 행복이란 것.

 

꽃은 모두 열매가 되려 하고

아침은 모두 저녁이 되려 한다

이 지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변화와 세월의 흐름이 있을 뿐

 

-헤르만 헤세-

 

 

작가는 제일 먼저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긍정적인 말을 걸어주고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자존감을 키워주고 타인을 의식하기 보단 내 자신을 위해 애쓰고 보살피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미 정착된 주거와 환경을 완전히 바꾸기는 힘들지만 주변을 정리하는 것 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녀가 말하는 행복해지는 법은 돈이 들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고 누구나 가능하며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완벽에 가까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자신의 몫. 책 속에 멋지고 감동적인 글귀들이 너무 많아 읽는 내내 몇 번이고 소리 내어 읽어보기도 하고 내 자신에 대한 성찰의 시간과 미래에 대한 다짐을 새롭게 해보기도 했다. 페미니즘 성향이 강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아직도 한국의 많은 여성들이 차별받고 제대로 존중받고 살아가지 못 하는 게 현실이기에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라면 충분히 옹호할 만 하다. 여성으로서 가져야 할 마땅한 권리와 행복을 찾아주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 같아 고마움도 느껴진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서도 받지 못한 사랑과 관심을 책 속에서 받는 기분이고 위안과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해줬다. 모든 여성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나부터 그녀의 행복 비법을 잘 실천해나가야겠다. 이제부터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면 날마다 점점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자!

 

 

*이 글은 책과콩나무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개인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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