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없는 세상 - 개정판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중 옮김, 최재천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평점 :
일시품절


                                   

이 책을 처음 접했던 인생의 스무 몇 해를 지나고 있던 그때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2007년에 출간되어 동네 도서관 구석진 곳에서 나를 기다리던 < 인간 없는 세상>. 타인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깨끗했던 이 책은 무심히 책 제목을 훑어보며 지나가던 나의 발길을 붙잡았다. 그리고 2020년 새 옷을 입고 개정판으로 다시 내게 돌아왔다. 흔히들 ‘인생책’이라고 말 할 만 한 책들이 몇 권씩은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책들을 조금은 손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20대를 장식할 만한 인상적인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추천도서로 많이 언급했을 정도로 나에게 아주 재미있게 읽혔고 또한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500페이지 분량의 다소 두꺼운 책에 속하지만 구성이 뛰어나고 작가의 필력이 좋아 지루한지 모르고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지식과 상상력이 더해져 인간이 사라진 세계의 모습들을 과장되고 허황된 모습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보다 철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세계의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사실성과 현실성이 적극 반영된 내용이라 더욱 재미있게 다가온다. 이 책은 과학 분야의 광범위한 영역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인문학적 접근법과 고찰이 눈에 띈다. 또한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무엇보다도 강조되고 있다. 동식물, 토양, 기후, 공기, 우주, 역사, 예술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든 영역에 관해 이야기 한다.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다각도에서 그려낸다. 막연하게 상상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 지구에서 일어났고 아직도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려낸 모습을 상상해보면 그것이 현실로 곧 다가올 것 같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린 미래의 모습들이 생각보다 더 일찍 찾아 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간이 없던 세상의 모습, 인류가 생겨나고 달라진 자연과 환경,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 일상적으로 느낄 수 없는 존재들을 예로 들어 작은 변화에서 멸종에 이르는 큰 변화까지도 자세히 설명한다.

과학의 힘으로도 해결 할 수 없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 10만년의 시간이라면 해결해 주지 않을까하는 낙관적 입장을 그저 웃으며 지나칠 수 없다. 중금속과 화학물의 사용으로 인해 POP(잔류성 환경오염물질)가 늘어만 가고 생물분해도 되지 않는 이런 것들을 처리할 방법 없이 그저 임시방편의 방안들로 덮어놓기 일쑤이다. 방사능 물질과 원자력 관련 핵폐기물들의 처리와 보관법 또한 완벽한 듯 보이나 언젠가는 벌어질 끔찍한 일들을 상상하면 소름이 끼친다. 또한 이미 많은 사람들의 죽음으로 그러한 상황을 겪었던 과거의 경험이 수차례이기에 더욱 공포감이 든다. 지구의 역사에 비해 인류의 역사는 한 점에 불과하겠지만 우리 인간은 영생할 듯 모든 것을 누리고 가지려고 하고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탐욕과 욕심에 눈멀어 많은 만행을 저질러 왔다. 그로 인해 그 찬란하고 화려했던 고대 마야 문명 또한 흔적도 없이 해체되고 정글에 묻혀버리게 된 것이다. 앞으로의 인간의 멸망이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러한 역사적 증거들이 충분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처럼 자신만만하던 사회가 결국 해체되어 정글에 묻혀 버린 과정을 살펴보면, 생태와 사회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민감한 것인지 알 수 있어요. 무엇이든 너무 지나치면 다 끝을 보기 마련입니다.”

인간의 탐욕과 욕망이 불러낸 처참한 자연 파괴의 현장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란 건 아마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운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지구를 병들고 아프게 하는 속도보다 보호되고 재생되는 수준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심스런 노력이 계속적인 관심과 지지로 지속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언젠가는 없어질 인간 세상이라 할지라도 지구는 인간이 없더라도 엄청난 생명력으로 다시 세상을 꾸며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회복과 치유 능력은 인간의 상상 이상의 것일지라도 오래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에 우리가 지금껏 저질렀던 만행을 반성하고 늦지 않게 자연과 인간이 공존해서 행복하게 오래 살아 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노력하지 않으면 인간이란 최상위 포식자는 과거의 어느 멸종된 동물의 시간과 똑같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미 과학 분야에서는 인간이 사라진 세상, 지구가 멸망할 그날을 위해 우주로 인간의 모든 정보를 담은 흔적을 남겨놓았다. 외계인이 이 정보를 접하고 인간의 존재를 알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인간들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벽화에 그림을 그려두는 시절에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는 없다.

많은 연구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책 속에서 그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 때 나는 앨런 와이즈먼의 이 책을 다시 한 번 기억 속에서 끄집어냈었다. 아마 유발 하라리 보다도 먼저 인간 역사의 대담한 질문과 미래의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10년이 지난 후 세상의 모습은 그가 그려냈던 미래 인류의 모습과 흡사했다. 누가 먼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리는 우리의 미래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인류의 유산 챕터에서 한국 비무장지대의 교훈은 더욱 가슴에 와 닿았다.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 단 한 가지를 말하라고 한다면 이 부분 때문일 수도 있다. 역사적 아픔의 현장이지만 세계적으로 교훈을 남겨줄 수 있는 뜻 깊은 장소이기도 하며 동식물들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멸종 위기의 개체들을 지켜낼 수 있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유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 지금 2007년에 앨런 와이즈먼이 말한 바이러스에 관한 것들은 이미 이 상황을 예견하고 있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 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논리와 이론들은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저자는 저널리스트답게 자신의 입장을 내세우기 보단 독자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진실을 알려주고 이미 정해진 듯 한 미래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살아가야 할지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누구나 예견할 수 있으나 확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비관적인 미래가 그려질지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능동적으로 나서서 움직인다면 작은 행동들이 모여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려는 것이 우리의 우주와 지구는 인간의 것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의 것이며 우리는 그것들을 잠시 빌려 쓰고 갈 뿐이지 영원히 함께 할 수 는 없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아름답게 공존하는 삶을 살아가자는 것이다. 우리가 자연을 아프게 하면 그만큼 우리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주는 교훈은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교육적인 목적으로 쓰여도 정말 좋을 것 같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꼭 한번쯤은 읽어봤으면 좋겠다. 인생과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시간을 좀먹고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큰 깨우침이 될 것이다.

“21세기 인류에게 계시록으로 남을 책”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쓴 개인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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