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 도시소설가, 농부과학자를 만나다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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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탁환은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눈먼시계공』등 많은 역사소설과 장,단편 소설로 알려져 있는 작가다.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주제와 이야깃거리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커피로 구한말의 역사에 관여한 당찬 여인의 삶을 그린『노서아 가비』도 재미있게 읽었다. 그의 작품에서는 인물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 된다. 마치 주인공이 실제로 눈앞에 살아있는 듯 한 사실적인 묘사와 표현들은 그가 소설의 등장인물에 대해 상당히 많은 연구와 노력을 들여 탄생시켰음을 알게 해준다. 소설가로서 23년 동안 글쓰기에 매진하며 살아 온 인생 또한 녹록치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 출간한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에서 이를 반영하듯 저자 또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창조자로서의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정체되어 있는 무형의 것들로부터 벗어나 유동적, 생동감 있는 유의 삶을 느껴보고 싶어 한다. 여행에 있어서도 종(縱)으로만 다녔던 습관을 횡(橫)으로 다니며 전라도, 충청도, 곡창지대로 걸으며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을 만나게 된다.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곳이 곡성 마을이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과 삶에 있어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움들을 깨닫는 시간을 갖게 된다. 소설에서 느껴볼 수 없던 작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라 더 뜻 깊다.

“지나온 풍경은 아름답고 쓰라렸다.

빛나는 순간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부끄러운 찰나는 삭제가 불가능했다.”

p25

도시소설가 김탁환이 농부과학자이자 미실란의 이동현 대표를 만나 소설 밖의 새로운 삶의 현장을 발견하고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담백하게 풀어 놓았다. 마지막 책장을 넘겼을 때는 곡성에 살고 있는 이동현이란 사람과 이미 오래 사귄 친구가 된 느낌일 것이고 미실란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게 될 것이다.

소설가가 그려낸 농부과학자의 이야기는 에세이가 아니라 아주 친근한 한편의 소설이다.

책의 구성은 총 5장으로 나눠져 있고 사진과 함께 글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소설가와 농부과학자의 만남은 다른 조건에서 다른 삶을 꾸려왔지만 서로는 통하는 구석이 많았고 열심히 달려온 지난날의 발자취에 허무함과 지친 일상에 여유와 휴식이 필요한 시간에 그들의 만남도 우연히 적당했다. 우연이 아닌 필연이였던 것 같다.

“첫날 좋더라도 다음 날 싫어지고, 다음 날 싫더라도 그다음 날 좋아지는 것이 이야기요, 우리네 삶이다.”

p28

‘미실란’의 이름에 대한 의미와 해석을 작품 해설과 함께 엮어 이름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곡성의 역사에 대해서는 역사소설가의 능력치를 발휘해 보다 자세하고 세세히 알려준다.

‘飯하다’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이동현 대표는 자신의 소신과 신념에 맞지 않는 일에는 누구나 꿈꾸는 자리와 명예를 마다할 줄 아는 사람이고 고학력과 스펙을 뒤로하고 시골에 내려와 농사를 지으며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이런 사람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고 소설 속 어떤 주인공보다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지 모른다. 과학자로서 인정받고 성공을 보장 받을 수 있었지만 그에게는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누구나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결과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실패하기 위한 길을 택하진 않는다.”

p116

저자는 2009년,2010년 『밀림무정』을 쓰면서 야생동물, 멸종위기, 동물복지, 공장식 축산의 폐해에 대한 관심과 공부를 하면서 채식에 눈을 뜨게 된다. 이 책을 읽기 전 『동물해방』이란 책을 읽고 있어서 더 공감이 갔고 이해도 잘 됐다. 책을 읽으면서도 채식의 중요성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몸소 깨달았는데 저자는 결단력이 대단히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함께 채식을 하는 지인들 또한 대단하다. 생명을 살리는 친환경적인 연구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인간의 이기심 속에 고통 받고 있는 힘없는 것들의 외침을 무시하지 않는 다정함과 세심함이 돋보인다. 자연사랑 나라사랑이라는 옛 표어를 다시 불러 일으켜 모두의 관심사로 등극하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동현 대표와 그 주변 인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현대사회에서 소외되고 소멸되어 가는 것들이다. 누구도 관심이 없는 일에 누구나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대단하고 멋진 일인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이 할 일을 하고 최선을 다하는 이 대표는 존재만으로도 주위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 같다. 그렇기에 소설가 김탁환도 그의 매력에 푹 빠져 자신의 에세이에 담아내지 않았을까.

“무엇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하지 않느냐도 중요하다. 수 백년 이어온 관습을 바꾸려면 철저한 단절이 필요할 때도 있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면, 관행이란 미명 아래 불합리한 일들이 용인되고 만다.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스물두 번이나 쉼 없이 달려온 미실란 작은 들판 음악회가 증명하고 있다.”

p239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 하지만 인간들의 손이 닿으면서 훼손되고 소멸되어 가고 인공적인 미를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삼아버렸다. 더 이상 자연은 아름답지 않다. 이제는 인간의 노력으로 아름다운 것들을 지키고 아름답게 가꿔 나가야 한다. 이동현 대표는 한국인의 주식인 쌀을 중심으로 발아현미에 대한 연구를 전문적으로 해가며 매일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더불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운동에도 참여하며 목소리를 더하고 있다.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환경과 자연에 대한 태도다. 보다 아름다운 세상에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되는지 물음을 던져주기도 한다. 참 따뜻하면서도 아름답고 슬프지만 희망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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