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고전문학이 현대 문학에 비해 인기가 많고 오래도록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있듯이 음악 또한 고전음악이 오랜 시간의 주름을 견디어 내고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클래식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지적 허영심이 가득해서인지 아니면 클래식은 부유한 상위 계급의 주요 취미생활로 여겨져 그들의 문화를 쫒고 싶어서였는지 클래식을 알고 싶고 아는 척 해보고 싶은 욕망은 늘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우연히 흘러나온 음악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해박한 이해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분명 교양 있고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물론 진정으로 음악을 공부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처럼 전문지식이 전무하고 음악에 대한 호기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될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고민거리를 말끔히 해결해 줄 책이 있다. 바로 서양음악사 저술가 겸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인 김태용 작가가 9개월에 걸쳐 공들여 집필한 책 <90일 밤의_클래식>이다.
이 책의 중점은 클래식 입문자들을 위한 쉽고 간단한 해설과 더불어 작품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기존의 접근 방식 보다는 곡의 배경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가급적 난해한 음악 이론을 적용하는 것을 피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책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중세부터 현대까지 폭넓은 90곡의 클래식을 담고 있고 천재 음악가들의 사랑과 이별, 다채로운 음악 세계를 엿 볼 수 있는 풍부한 이야깃거리들로 가득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책의 구성이다. 매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적당한 길이와 어렵지 않은 난이도의 곡과 해설, 사진과 그림의 적절한 활용 및 감상 팁을 따로 적용하고 QR코드를 통해 글과 함께 음악도 그 자리에서 찾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음악은 곡마다 시간이 다르지만 글의 구성은 2장을 넘지 않아 짧고 간결해 바쁜 와중에도 챙겨보기 쉽고 눈의 피로도를 덜어줄 만한 아기자기한 구성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