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
김예지 지음 / 성안당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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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방송을 통해 유명 연예인들이 공황장애 사실을 고백하면서 연예인병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갈수록 늘고 있는 질환이다. 우울증이란 말이 생겨 난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이미 이 단어를 쉽게 입 밖으로 내뱉고 있다. 기술의 발달은 눈부시게 빠른 성장을 보이며 삶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지만 사람들은 세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점점 퇴행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그것은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고 익숙해지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울증, 공황장애, 사회 불안 장애 모두 비슷한 듯 보이지만 엄연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김예지 작가가 자신이 경험한 불안 장애에 대해 솔직 담백하게 말해주면서 자신과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과 위로를 주고자 이 책을 만들게 됐다.


전작 <저 청소일 하는데요?>를 통해 그녀가 보여줬던 모습은 청소 일을 하면서도 당차고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열정이 가득한 20대 여성이였다. 그래서 그녀의 꿈을 열렬히 응원해주고 싶었고 인상이 강하게 남아 가족들에게 그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아침마다 청소하시는 분들을 보면 항상 그녀를 떠올리게 되는 일상의 작은 변화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렵고 감추고 싶은 그녀의 치부를 드러낸 것과 마찬가지다.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이야기를 알지도 못하는 낯선 독자들에게 용기 내어 말을 한다. 세상에 덩그러니 나 혼자만 남겨진 것 같고 희망 없는 미래와 우주에서 개미만한 존재도 되지 못하는 쓸모없는 인간인 것 같지만 너처럼 힘들게 사는 사람이 여기 또 있어. 너만 그런게 아니라 우리도 그럴 때가 있어. 그러니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고 다시 한 번 힘을 내봐! 내가 응원할게. 

 작가도 단번에 힘든 순간들을 이겨내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몇 년의 시간동안 꾸준히 시간과 돈을 들여 노력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 노력이란것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상상할 수 도 없겠지만 조금은 알 것 같다.


어떤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성격이 내향적이라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는 사람들 혹은 예민한 사람들이 많은 공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나 또한 작가와 비슷한 경험을 해봤다.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라 작은 일에도 크게 타격을 입고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이 모든 것에 실수와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며 자신을 갉아먹고 채찍질을 해가며 늘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하루하루가 힘든 나날이 있었다. 아주 행복하고 따뜻했던 유년시절을 겪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 타고난 성격은 쉽게 바꿀 수 없는 것 같다. 아마 김예지 작가도 나와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드니 더욱 그녀의 이야기에 빠지게 되고 공감이 간 것 같다. 여리지만 절대 약하지 않은 그녀의 모습과 당당하게 문제 해결을 하려는 의지와 용기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정말로 죽지 않아줘서 너무 고맙고 앞으로도 우리 인생이 살만한 것이라고 외치며 당차게 살아가길 바란다.


“인생은 가혹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살만하기도 하거든요. 스스럼없이, 주저 없이 행복해집시다!”


전보다 그녀의 그림에 여유가 생기고 한결 부드러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 청소일 하는데요?>에서는 너무 많은 그림이 빽빽하게 채워져 다소 답답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녀의 삶의 변화가 그림에도 느껴지는 듯하다. 만화라고 하면 마스다 미리의 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었었는데 김예지 작가에게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여성 작가라는 공통점과 소소한 이야기들,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건내주고 있는 느낌이 들고 무엇보다 편안하고  담백한 이야기들이 있어 더욱 공감되고 재미있어 순식간에 몰입된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막장 드라마의 파격적인 사건들은 없지만 오늘 이야기가 끝나면 다음화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 호기심과 기대감이 충만해진다. 책장이 너무 빨리 넘겨져 버려서 아쉬움이 남지만 그 자리엔 또 다른 이야기가 채워질 것을 알기에 차분하게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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