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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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 뇌 속의 관자엽의 안쪽에 위치하며 대뇌 겉질 밑에 존재하는 해마는 장기 기억과 공간 개념, 감정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기관이다. 뇌기능이 손상되면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올 수 있다. 르네 톨레다노의 아버지처럼 너무 많은 것들을 기억하려다 자신의 기억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기억의 심연으로 빠져버린 사람도 있다. 주인공 르네 톨레다노는 학교에서 역사 수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평소 최면에 관심이 많은 동료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가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지만 피험자로 뽑혀 <심층기억> 최면술을 받게 된다. 르네는 자신의 엄청난 전생의 기억을 마주하게 되고 충격과 함께 최면에서 급하게 깨어나 도망치듯 공연장을 나와 혼자 있게 된다. 그러던 중 노숙자의 금품탈취 협박을 모면하려다 그만 살인을 저지르고 시신을 강에 유기하고 도망친다. 이때부터 주인공 르네의 심리적 갈등과 전생에 대한 충격이 그를 다른 세상으로 이끌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최면을 통해 자신의 심층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신비스러운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소설 속에서 <거짓 기억 이론>, < 의지와 무관하게> 등 마술과 최면 등에 쓰이는 전문 용어들이 많이 나오면서 꾸며낸 이야기와 진실 사이에 무경계성이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 이야기 또한 소설의 주요 바탕이 되어주고 르네의 역사 선생님이라는 직업적 배경을 통해 알게 되는 사실들은 더욱 그 경계성을 모호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가 역사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기 위해 어떠한 노력들을 해야 되는지 독자들에게 물음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사고와 인식의 틀을 깨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창의성이 이 작품을 통해 온전히 드러나 있다. 112번의 생과 전생의 기억들을 최면을 통해 자유롭게 넘나들고 전생의 나와 대화가 가능하며 현재의 삶에 전생의 기억들이 미치는 영향력, 전생의 또 한명의 나의 삶,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지나온 과거의 삶과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와 사건들이 지루할 틈 없이 빠른 전개로 이어진다. 르네의 삶은 불교의 윤회輪廻 사상을 바탕으로 죽어도 다시 태어나 생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나라와 인종, 문화를 아우르는 전생의 인물들을 배치함으로써 이야기는 더욱 다채로워지고 독자들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부풀려 준다. 인간의 삶이 미리 정해진 필연적 법칙에 따라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운명론적 입장과 이와는 반대로 인간의 의지대로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다는 인물들 간의 철학적 사고의 대립 또한 눈여겨 볼만 하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화려한 액션 영화를 보는 듯 병원과 감옥 탈출기, 경찰에게 쫒기며 도망자 르네가 보여주던 긴박하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도피 과정, 심쿵하게 만드는 사랑을 완성해가는 과정 등 조만간 영화로 제작자에게 러브콜을 받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기존 흥행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자극적이고 흥미를 유발 시키는 요소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감사의 말부분을 보면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가 직접 마술과 최면을 경험해보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 본 듯하다. 그렇기에 이렇게 자세하고 전문적인 지식들을 나열할 수 있었을 것이고 역사 교사의 도움을 받아 사실과 진실의 적확한 표현을 구현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2권으로 이뤄졌지만 가독성이 아주 좋아 한 번 책을 손에 잡으면 쉽게 놓지 못할 것이다. 총천연색의 화려한 이야기들을 만나 볼 수 있고 주인공을 통해 직접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는 사색의 시간을 갖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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