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위로 -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에마 미첼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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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는 동안 단 한 번도 우울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기간이 오래되고 깊어지면 우울증이라는 마음의 감기를 앓게 되는데 요즘엔 이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너무 익숙한 나머지 친숙하기까지 하다. 삶은 더욱 살기 편해지고 풍요로워 졌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오히려 메마르고 거칠어지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소통의 길은 확장되었지만 진정한 관계 맺음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는 사람은 많은데 외롭고 쓸쓸한 은둔형 외톨이가 많다는 말이다.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게 되면 점점 우울증도 심해지면서 안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우울증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문제되고 있는 인류안건이다. 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다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완치라는 개념도 무의미하다. 사람의 마음이 병들면 그만큼 고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 힘든 병증을 이겨내려고 고군분투하며 생존하기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저자 에마 미첼은 우울증을 25년이나 앓고 있다. 당당히 자신은 심각한 우울증 증세가 있으며 그 증세로 인해 자신의 몸과 마음이 어떻게 변하고 또 어떻게 상황을 대처하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책에 담았다. 약으로도 치료할 수 없었던 것을 자연으로부터 위로받고 기운을 얻는 모습은 작가 자신이 직접 경험한 특효약으로 부작용이 없으니 따라할 만 하다. 우울증이 완벽히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잠시 잠깐의 산책과 자연의 遭遇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이 있으며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고 아끼며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아가야만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저자는 동식물과 광물, 지질학을 연구하는 박물학자, 디자이너 창작자,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하다. 다방면으로 재주가 많아 보이는 작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활기 넘치고 건강한 모습이 아닌 심각한 우울증을 앓는 보통의 사람 중에 하나다. 그녀의 단짝인 반려견 애니와의 산책은 그 어떤 항우울제보다 효과가 좋다.


1년 동안의 산책과 탐사기를 통해 보고 듣고 만졌던 감각들과 자신의 상태를 꼼꼼히 기록해 둔 일기 같다. 다양한 식물과 동물들의 스케치는 마치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름도 생소하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꽃들이 많지만 작가의 상세한 묘사와 섬세한 표현들 덕분에 마치 언젠가 본적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책 제목처럼 야생의 날것들이 주는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것들의 생명력이란 어떠한 상황이나 환경 속에서도 포기를 모르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나타낸다. 우리가 보기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한 포기의 풀이라도 말이다. 이러한 작은 존재들로부터 우리는 삶의 탄력회복성을 강하게 만들 수 있고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고 지금도 어디에선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 여기며 어둠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누군가도 그 나름의 존재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어릴 적 자연을 너무 사랑한 소녀였던 난 어른이 되어서도 그 때 만났던 꽃, , , 벌레들을 잊지 못하고 자연이라는 품속에서 온전히 사랑받고 자유로움을 느끼며 행복에 젖어 살았던 유년의 기억은 절대 잊지 못한다. 나도 한 때는 작가가 느꼈던 우울감으로 모든 의욕을 상실한 상태를 겪었던 적이 있다. 그때는 어떠한 산해진미를 가져다 놓아도 식욕을 느끼지 못하며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고 거동을 하는 것 자체가 힘들며 숨만 쉬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 잠깐씩 산책과 야외활동을 하면서 다시금 삶의 의지를 다져갔는데 그때를 돌이켜 보면 그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지나고서야 알았다. 저자처럼 심각하게 약까지 먹어야 할 정도는 아니였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껴봐서 공감이 많이 갔다. 특별히 직업 정신이 투철하여 멀리까지 가서 새때를 보고 야생화를 보기 위해 헤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한 투쟁 이였다는 것.


저자의 심각한 우울증 증세에 다소 기분이 안 좋아질 수 있지만 이 또한 삶을 살아가는데 지나가는 한 때인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언젠가는 지나간다는 안일한 희망적 메시지라고 할까. 사실 책이 워낙 예뻐서 보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고 늘 주위에 있으나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만큼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마음의 여유와 휴식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잃어버리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지금에라도 작은 생명체들에게 호기심과 탐미의 시간들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하나의 대상을 오래도록 관찰하는 것, 그것이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깨닫는 첫걸음일 것이다. 우리 인생도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 자주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밖으로 나가 가볍게 산책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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