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수생각 : 그러니 그대, 부디 외롭지 마라 광수생각 (북클라우드)
박광수 지음 / 북클라우드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눈 한 번 보지 못하고 너무나 따뜻한 立春을 맞이했던 2020년의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시작은 사람들 마음속에서 그렇게 잊혀져가는 듯 했다. 앞으로 눈을 영원히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과 공포는 無에 대한 갈증을 더욱 불러일으켰다.

그러다 연이틀 하늘에서 쉴 새 없이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소복하게 쌓인 눈을 보며 추운 겨울의 시작이 아닌 끝맺음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더불어 익숙한 것의 부재가 가져온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은 밤늦도록 온 몸으로 눈을 반기며 차갑고 뜨겁게 각인시켰다.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던 눈과 봄을 한 몸에.



계절의 정류장

   

엄마,

봄을 타면

어디서

내려야 하나요?

-P169-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의 한 순간을 영원히 응고시켜 놓은 듯 샛노란 책표지가 인상적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 좋아진다. 광수생각은 1997년 신문사 연재를 시작으로 24년이 흐른 지금까지 이어져 온 시리즈물인데 이번이 그 마지막이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느 덧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남을 세월이 흘렀다.

박광수라는 사람의 텍스트 안에는 저자 그 자신이 곧 글이요, 그림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그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글에는 인생의 喜怒哀樂이 있다. 특별한 누군가의 일이 아니기에 우리는 그의 글과 그림을 더 좋아하고 반긴다.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지만 늘 삶의 정답은 알 수 없고 욕망과 탐욕은 줄어들지 않고, 영혼은 점점 더 메말라가는 듯하다.

이것이 인생인가?


이번 시리즈에서는 그리움이란 향기가 짙게 배어 있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에 아파하고 그 사람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그 사랑을 잊지 못하고 사랑의 불씨를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끝내는 완성되지 못한 실패한 사랑일 수 있지만 그 또한 사랑이라는 범주 속에 속해있는 일이기에 우리는 끝에서 시작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연인과의 사랑과 그리움으로 시작해서 부모에 대한 연민과 아련함으로 이어지는 글들은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반백년 생존자인 작가의 나이를 고려하면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머니


내가

짊어져야 했던

십자가를 대신

짊어졌던 사람

-P51-




그의 만화 몇 컷은 적인 함축성이 대단하여 이미지의 잔상이 오래 남는다.

작가의 필체와 서체가 다양하고 알록달록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듯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있는 글들은 다채로운 꽃밭을 연상시킨다. 작가의 세심함은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별책부록에 만두군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신뽀리와 작별해야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달래주기라도 하는 듯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은 희망적이다.

찬란하도록 눈부신 봄과 함께 맞이한 광수생각의 마지막 이야기는 더 없이 따스하고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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