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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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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에 괴담을 읽어도 되는가? 내 답은 Yes이다.

사실 서늘하기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조금 따뜻하다.

이야기의 첫 시작의 계절은 여름이다. 나는 퍽 추워지는 12월 무렵 읽었던 터라 기이한 계절감을 더투어 올라가면서 이 이야기를 읽었다. 왠지 연결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네 명의 중년 남성. 그마저도 한 사람은 너무나도 바쁜 검사 출신이라 초반에는 내내 보이지 않다가 후반부에서 겨우 나오나 그 등장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이 퍽 서늘하다.

작가가 서술하는 계절이 너무 선명하다. 내가 겪었던 여름이 생각날 만큼. 땀으로 끈끈했고 걷는 걸음마다 버거웠던. 그 세세하고 녹음 짙은 여름을 읽다 보면 겨울로 넘어오게 되고 덜덜 떨며 사계절은 이상하다고 말하는데 같은 사계절을 나는 나라에서 사는 처지로서 크게 공감하며 읽게 된다.

괴담보다는 기이한 이야기인 기담에 좀 더 가까운 이야기를 나눈다. 이를테면 잃어버려도 자꾸만 돌아오는 우산에 대한. 그리고 그 우산 이야기를 끝내는 순간 비가 내린다. 아, 영락없이 비를 맞겠다고 생각하며 가게를 막 나서던 차에 다른 지역에서 잃어버려 이번에는 못 찾겠다고 생각했던 이야기 속 주인공인 우산과 조우하는.

왠지 그 작은 우산이 꾸역꾸역 주인을 찾아 돌아왔을 것을 생각하면 귀엽다. 보람찼을까? 오늘도 주인님을 비로부터 막아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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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호더
프리다 맥파든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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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페이지 터너. 팽팽한 긴장감에 주인공들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쉬는 순간 없이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달리게 된다. 결핍증을 채우기 위해 호더로 발현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엘라. 집은 온갖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 학대와 방임. 미성숙한 어머니 밑에서 아이가 아이답지 못하게 자람은 어딘가 애처로운 구석이 있다. 너무나도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이. 이 더러운 집을 치우려고 하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고 그걸 들켰던 날에는 내내 옷장에 갇혀 있었던 엘라. 이 엘라의 삶에 희망이라는 건 허락 되는 일일까. 학대당한 어린아이 엘라와 학교에서 해고당한 교사 케이시. 이 둘의 이야기가 교차 되는 순간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는 아니었으나 그 서술 방식이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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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
이소영 지음 / 래빗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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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좋은 기회로 통역사를 읽어 볼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청소년 문학 같은 표지에 큰 기대 하지 않고 읽어 나갔으나 이 책의 큰 허들이라고 하면 책 표지 말고는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평소에는 첫 장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재미를 붙이기까지 예열이 오래 걸리는 소설들이 많은데. 시나리오 작가답게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끌어당기는 소설이었다. 잠깐 시간 있는 도중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전부 읽고서는 숨 쉬는 것조차 잊은 채로 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통역사 '도화'는 소수 민족 언어인 네팔어 법정 통역사인 탓에 수입이 변변치 않아 마트에서 알바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그마저도 갑상샘암, 후유증 탓에 약값이 만만치 않다. 그러던 도중에 변호사 '구재만'이 허위 통역을 부탁받는다. 무려 1억 원과 함께. 살인 피의자는 무려 전직 로열 쿠마리.

변호사는 그저 피의자의 죗값을 온전히 받게 하기 위해서라는데.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하나둘 알아보니 그 뒤에 있는 방사는 폐기물 처리장과 연관이 되어있는데......

나는 여수에 산다. 광양에 사는 여자들은 갑상샘암에 잘 걸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거기에는 제철 공장이 있기 때문인데 어쩐지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였다.

지나치리만큼 해피엔딩 중독자인 내게 이만한 결말도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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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강보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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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보라의 소설은 어딘가 내가 한번 즈음 가져봤던 못난 마음 같다. 타인을 반면교사 삼으면서 그래도 내가 쟤보다는 낫지, 같은. 종이처럼 평평하지만 잘못 짚으면 상처를 만들던 마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의 야릇한 결핍에서 나오는 열등감과 수치심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린다. 친한 사람끼리 못마땅한 사람 이름 하나를 혀 위에 올리고 돌림 노래처럼 조근조근 씹었던 나날들. 우습게도 나는 그런 것에 끼지 못했다. 항상 방관자처럼 자는 척 눈은 감고 귀는 열었던 시절처럼. 이 소설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비좁은 선박에 두 개의 이 층 침대. 커튼 치고 누워 자는 것처럼 숨을 죽이고 있으면 내가 아는 사람의 이름이 나오고 별 해괴한 말들이 자장가처럼 노다니던 그 시절. 어쩌면 입을 닫고 듣고 있던 나도 어느 정도 일조하고 있지 않았던가. 남을 씹어대는 그 애를 속으로 되뇄다. 이 이야기에서 가진 묘한 불편감은 사실 무결한 사람은 없다는 방증 같기도 하다. 배배 꼬여있는가 싶다가도 사람이 그렇지 뭐, 하는 이해로 마무리되는 감각. 그러니 그 모난 감정은 오래 곱씹지 말라고. 그건 그저 그런 찰나이니 쉽게 털어내라고 일러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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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잘린, 손 매드앤미러 5
배예람.클레이븐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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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잘린, 손. 이 제목에 강렬한 이끌림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이 소설집은 두 작가의 서로 연결 된 단편이 두 개 수록 되어있다. 최근에 읽은 괴이 소설이 마땅치 않던 참에 받은 자리에서 숨 한 번 쉬지 않고 결말부까지 내달리게 만드는 흡입력에 감히 감탄한다.

첫 번째 단편 [무악의 손님]은 내가 좋아하는 소설 두 가지를 너무 맛있게 섞인 느낌 이었다. 조예은 작가의 만조를 기다리며, 하나는 김보영 작가의 역병의 바다.

무악의 손님은 제 유년시절 제 몸보다 더 제 몸 같았던 동생을 잃어버린 주인공. 그 아픔을 극복하지 못 하고 성인이 되었는데. 옆자리에는 맞잡은 손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친구가 있다. 묘하게 결혼을 바라는 눈치지만 마뜩찮다. 맞잡은 손이 너무 억세고 제 손을 감싸는 느낌이 퍽 강압적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무악이라면 무악의 미음 조차 싫은데 제 의사 하나 제대로 묻지 않고 무악으로 여행지로 잡은 걸 보면 이 남자는 옛날 옛적에 글렀다 싶은데 입으로 싫다는 소리를 잘 못 뱉는 여자 주인공은 그대로 무악에 다시금 이끌려 들어가고 다시금 운명의 해일이 주인공을 덮친다. 해일에 휩쓸려 시체조차 찾지 못 했던 동생의 목소리가 아른 거리는데. 왠지 모르게 여동생의 몸을 찾을 수도 있을 거 같아.

지긋지긋한 운명과 눅눅한 바다. 과거의 아픔을 잊어 버린 채 관광 상품으로 삼은 섬을 보면 어딘가 기이쩍다. 어쩌면 그들의 파멸은 고통의 망각에서 오리라.

다른 단편 바다 위를 떠다니는 손은 어쩌면 조금 뻔한 듯 한 도입부다. 미확인 생명체와 거기에 극심한 탐구심 따위를 느끼는 과학자. 온 몸으로 위험을 직감 하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관성에 떠밀려 그 입을 쩍벌린 나락의 아가리에 속절 없이 굴러 떨어지는 인간들의 이야기. 성마른 호기심이 개구리를 죽인다는 말이 어울린다. 과학자들의 치기 어린 호기심이 이 군대 하나를 절멸 시킨 거라고 생각 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가는 건 잠수함이 가는 거니까요."

이야기 속의 과학자가 하는 말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건 꼭 어차피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잖아요, 같은 말이다. 빨래를 추려서 세탁기에 넣고 다 된 빨래를 잘 골라 햇볕 아래 말리는 일련의 행위가 얼마나 수고스러운지 해본 적 없는 사람의 발언처럼. 어두운 수면 아래에서 촉각을 세워 당직 서 본 적 없는 인간의 입에서나 가능 한 말이라. 이 무신경하고 어딘가 무례하기 까지 한 발언에 이 이야기의 도입부에서부터 꽤나 재수 없다고 생각 했는데. 이 발언에 야릇한 혐오감과 동시에 처절한 최후를 직감하게 되는 건 어떤 연유일까.

종내에 군인들은 이 과학자들의 학구열과 군인들을 그저 그런 소모품정도로 취급하는 것에 못 이기고 때려 눕히는 지경에까지 이르느는데. 솔직히? 누구는 팔이 떨어져 나가는 와중에 태연작약한 먹물쟁이를 후드려 팼을 때는 희열감까지 느꼈다. 처음에는 관망하던 이야기에서 나는 그 핵잠수함 속 군인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정말 무서운 것은 밖에서 우리를 덮칠 괴생물체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이 비좁은 곳에서 신선한 공기조차 허락 되지 못 해 고여버린 우리라는 것을. 점점 함 내의 광기의 농도가 짙어지고 조만간 대차게 어그러질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했지만 내가 넘기는 페이지처럼 도무지 이야기는 절벽의 끝을 향해 멈추지 못 했다.

올 여름을 적당히 식혀 줄 공포 이야기가 필요 하다면 이 책이 적당할 것이다. 시원한 수박을 삼키면 손에 남는 끈끈한 과즙처럼 내 신경에 그 손들이 끈끈하게 들러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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