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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
이소영 지음 / 래빗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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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좋은 기회로 통역사를 읽어 볼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청소년 문학 같은 표지에 큰 기대 하지 않고 읽어 나갔으나 이 책의 큰 허들이라고 하면 책 표지 말고는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평소에는 첫 장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재미를 붙이기까지 예열이 오래 걸리는 소설들이 많은데. 시나리오 작가답게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끌어당기는 소설이었다. 잠깐 시간 있는 도중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전부 읽고서는 숨 쉬는 것조차 잊은 채로 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통역사 '도화'는 소수 민족 언어인 네팔어 법정 통역사인 탓에 수입이 변변치 않아 마트에서 알바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그마저도 갑상샘암, 후유증 탓에 약값이 만만치 않다. 그러던 도중에 변호사 '구재만'이 허위 통역을 부탁받는다. 무려 1억 원과 함께. 살인 피의자는 무려 전직 로열 쿠마리.

변호사는 그저 피의자의 죗값을 온전히 받게 하기 위해서라는데.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하나둘 알아보니 그 뒤에 있는 방사는 폐기물 처리장과 연관이 되어있는데......

나는 여수에 산다. 광양에 사는 여자들은 갑상샘암에 잘 걸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거기에는 제철 공장이 있기 때문인데 어쩐지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였다.

지나치리만큼 해피엔딩 중독자인 내게 이만한 결말도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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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강보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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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보라의 소설은 어딘가 내가 한번 즈음 가져봤던 못난 마음 같다. 타인을 반면교사 삼으면서 그래도 내가 쟤보다는 낫지, 같은. 종이처럼 평평하지만 잘못 짚으면 상처를 만들던 마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의 야릇한 결핍에서 나오는 열등감과 수치심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린다. 친한 사람끼리 못마땅한 사람 이름 하나를 혀 위에 올리고 돌림 노래처럼 조근조근 씹었던 나날들. 우습게도 나는 그런 것에 끼지 못했다. 항상 방관자처럼 자는 척 눈은 감고 귀는 열었던 시절처럼. 이 소설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비좁은 선박에 두 개의 이 층 침대. 커튼 치고 누워 자는 것처럼 숨을 죽이고 있으면 내가 아는 사람의 이름이 나오고 별 해괴한 말들이 자장가처럼 노다니던 그 시절. 어쩌면 입을 닫고 듣고 있던 나도 어느 정도 일조하고 있지 않았던가. 남을 씹어대는 그 애를 속으로 되뇄다. 이 이야기에서 가진 묘한 불편감은 사실 무결한 사람은 없다는 방증 같기도 하다. 배배 꼬여있는가 싶다가도 사람이 그렇지 뭐, 하는 이해로 마무리되는 감각. 그러니 그 모난 감정은 오래 곱씹지 말라고. 그건 그저 그런 찰나이니 쉽게 털어내라고 일러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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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잘린, 손 매드앤미러 5
배예람.클레이븐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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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잘린, 손. 이 제목에 강렬한 이끌림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이 소설집은 두 작가의 서로 연결 된 단편이 두 개 수록 되어있다. 최근에 읽은 괴이 소설이 마땅치 않던 참에 받은 자리에서 숨 한 번 쉬지 않고 결말부까지 내달리게 만드는 흡입력에 감히 감탄한다.

첫 번째 단편 [무악의 손님]은 내가 좋아하는 소설 두 가지를 너무 맛있게 섞인 느낌 이었다. 조예은 작가의 만조를 기다리며, 하나는 김보영 작가의 역병의 바다.

무악의 손님은 제 유년시절 제 몸보다 더 제 몸 같았던 동생을 잃어버린 주인공. 그 아픔을 극복하지 못 하고 성인이 되었는데. 옆자리에는 맞잡은 손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친구가 있다. 묘하게 결혼을 바라는 눈치지만 마뜩찮다. 맞잡은 손이 너무 억세고 제 손을 감싸는 느낌이 퍽 강압적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무악이라면 무악의 미음 조차 싫은데 제 의사 하나 제대로 묻지 않고 무악으로 여행지로 잡은 걸 보면 이 남자는 옛날 옛적에 글렀다 싶은데 입으로 싫다는 소리를 잘 못 뱉는 여자 주인공은 그대로 무악에 다시금 이끌려 들어가고 다시금 운명의 해일이 주인공을 덮친다. 해일에 휩쓸려 시체조차 찾지 못 했던 동생의 목소리가 아른 거리는데. 왠지 모르게 여동생의 몸을 찾을 수도 있을 거 같아.

지긋지긋한 운명과 눅눅한 바다. 과거의 아픔을 잊어 버린 채 관광 상품으로 삼은 섬을 보면 어딘가 기이쩍다. 어쩌면 그들의 파멸은 고통의 망각에서 오리라.

다른 단편 바다 위를 떠다니는 손은 어쩌면 조금 뻔한 듯 한 도입부다. 미확인 생명체와 거기에 극심한 탐구심 따위를 느끼는 과학자. 온 몸으로 위험을 직감 하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관성에 떠밀려 그 입을 쩍벌린 나락의 아가리에 속절 없이 굴러 떨어지는 인간들의 이야기. 성마른 호기심이 개구리를 죽인다는 말이 어울린다. 과학자들의 치기 어린 호기심이 이 군대 하나를 절멸 시킨 거라고 생각 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가는 건 잠수함이 가는 거니까요."

이야기 속의 과학자가 하는 말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건 꼭 어차피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잖아요, 같은 말이다. 빨래를 추려서 세탁기에 넣고 다 된 빨래를 잘 골라 햇볕 아래 말리는 일련의 행위가 얼마나 수고스러운지 해본 적 없는 사람의 발언처럼. 어두운 수면 아래에서 촉각을 세워 당직 서 본 적 없는 인간의 입에서나 가능 한 말이라. 이 무신경하고 어딘가 무례하기 까지 한 발언에 이 이야기의 도입부에서부터 꽤나 재수 없다고 생각 했는데. 이 발언에 야릇한 혐오감과 동시에 처절한 최후를 직감하게 되는 건 어떤 연유일까.

종내에 군인들은 이 과학자들의 학구열과 군인들을 그저 그런 소모품정도로 취급하는 것에 못 이기고 때려 눕히는 지경에까지 이르느는데. 솔직히? 누구는 팔이 떨어져 나가는 와중에 태연작약한 먹물쟁이를 후드려 팼을 때는 희열감까지 느꼈다. 처음에는 관망하던 이야기에서 나는 그 핵잠수함 속 군인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정말 무서운 것은 밖에서 우리를 덮칠 괴생물체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이 비좁은 곳에서 신선한 공기조차 허락 되지 못 해 고여버린 우리라는 것을. 점점 함 내의 광기의 농도가 짙어지고 조만간 대차게 어그러질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했지만 내가 넘기는 페이지처럼 도무지 이야기는 절벽의 끝을 향해 멈추지 못 했다.

올 여름을 적당히 식혀 줄 공포 이야기가 필요 하다면 이 책이 적당할 것이다. 시원한 수박을 삼키면 손에 남는 끈끈한 과즙처럼 내 신경에 그 손들이 끈끈하게 들러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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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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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메세지를 주려고 하는지 알겠는데. 너무 얼기 설기 엮어 만듬새가 조악하다. 이도저도 되지 못 한 느낌. 어딘가 쿨하고 요즘 세대의 새로은 젠더와 가족의 형태를 집어 넣었지만 그저 멋져 보이려고 사용한 도구처럼 그저 그렇게 이용 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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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괴물관리협회 안전가옥 오리지널 42
배예람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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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터너. 느낌은 보건 교사 안은영과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를 적당히 섞어둔 느낌. 떡밥을 남겨두고 결말을 지었는데 후속작이 있을지 궁금하다. 예상 되는 전개, 나쁘게 말하면 고루하고 좋게 말하면 머리 크게 안 쓰고 읽을 수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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