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2025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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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Die Liebe verwirrt nicht alles, sondern vermischt es."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이런 소재를 이렇게 재미있게 쓸 수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표면적으로는 갈등도 크지 않고 사건도 요란하지 않지만, 인물 간 대사와 미묘한 시선의 차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이러니가 읽는 재미를 만든다.
작가는 종종 설명을 생략한 채 상황을 보여주는데, 그 여백이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뒤로 갈수록 하나씩 맞물리듯 모여드는 사건들은 이 소설이 얼마나 단단한 플롯을 지니고 있는지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무엇보다, 괴테라는 이름만으로도 내게는 궁금한 소설이었다.
그 이름이 한 권의 이야기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등장하고, 어떻게 변주되는지를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번역자가 “이 책을 여섯 번 통독했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가 보였다”고 쓴 문장을 보고, 나는 책장을 덮은 다음 날 바로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프롤로그를 펼치는 순간, 처음 읽었을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재미와 감각들이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읽기에서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은, 이 소설이 단순히 ‘괴테의 말’을 둘러싼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어떻게 인용을 소비하고, 권위를 오해하고, ‘괴테가 말했다’는 말 한 줄에 얼마나 쉽게 기대어 버리는지를 섬세하게 드러낸 다.

작가는 독자가 스스로 그 빈칸을 채우도록 유도하며, 말과 진실, 오해와 해석이 교차하는 지점을 끝까지 밀도 있게 따라가게 만든다.
읽고 나면 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괴테의 말’을, 혹은 ‘누군가의 말’을, 그대로 믿고 살아왔을까?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제목은 그래서 역설적이다.
정작 이 소설이 말하고 싶은 것은, 괴테가 무엇을 말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듣고, 어떻게 자기 방식으로 해석해 버리는가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조용하고 절제된 문장 속에서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이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한 번 읽고 나서 다시 펼치게 되는 힘을 가진 소설.
읽을수록 새로운 결이 드러나는 소설.

그렇기에 번역자가 여섯 번이나 읽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두 번째 읽기에서 나 역시 실감할 수 있었다.
멀지 않은 어느 날 다시 이 책을 펼치게 된다면, 그때는 또 어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될지 기대해본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에도 잔잔한 즐거움이 오래도록 마음속에서 진동하는 작품이었다.

📖 “지난번 꽃 정말 고마웠습니다. 다소 특이한 모양이지만 향기는 분명 장미와 비슷 하니 참 신기했습니다. 친구에게 보여주자 이런 것도 꽃이냐며 놀라더군요. 하지만 실로 조물주의 사랑은 하나의 꽃에서 모든 꽃을 싹트게 했습니다. 그걸 알면 우리 인간도 언젠가는 혼란 없이 뒤섞이리라 믿을 수 있습니다.” -괴테- (P.216)


🤔💬 이 편지를 정말 괴테가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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