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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전 - 제3회 이화글빛문학상 수상작
정시은 지음 / 글빛(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08년 9월
평점 :
내가 좋아하는 보랏빛 표지의 의미심장한 글씨체의 제목 [연화전]. 이화글빛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전(傳)이라는 글자자체가 품고 있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갔다. 그리고 책을 읽어나갔다. 오랜만에 앉은 자리에서 쉽고 빠르게 한권을 뚝딱 읽어버렸다.
책은 이야기, 소설에 대하여 우리가 지금 너무나도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그것들이 금지되었던 시대의 살았던,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살고 있지만 싶게 펼쳐 보일 수 없었던 사람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조선시대 규방에서 수를 놓거나, 바느질을 하거나, 수다를 떠는 것만이 세계가 되어버린 여인들과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억누르고 잠재워야 하는 것을 강요받았던 여인들, 그리고 조선시대의 그 답답한 윤리에서 강요를 받아온 재능을 가진 여인의 연화의 이야기들을 풀어 가고 있다.
책의 구성이 아주 독특한데 번갈아 가며 <연화전>으로 연화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풀어가고 "연화의 이야기"로 연화 자체에 초점을 맞춰 풀어가고 있다. 나중에 정신없이 이야기를 창작하던 연화의 모습에서는 <연화전>이 바로 연화가 쓴 책의 일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소설의 내용은 그렇게 혼합이 되어 마치 한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본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역사적인 시대적 상황을 모티브로 하지만 마치 현대소설을 읽는 듯 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소설은 "여성"과 "이야기"에 초점을 확고하게 맞추고 그것을 하나로 묶어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지금 현재가 인류의 역사 중에 가장 자유로운 시대다 라는 말이 떠오른다.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현재의 여성으로서 나는 그 시대 규방안에서 책을 통해 세상을 유람해가는 그녀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지금 내가 참으로 행복한 세상을 살고 있다는 당연한 안도가 느껴졌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이 자유를 더욱더 즐겁고 행복하게 누려야 된다는 다짐 역시 하게 되었다. 아주 오랜만에 술술 읽을 수 있었던 재미있는 책 한권으로 다시 한번 독서의, 그리고 글쓰기의 즐거움을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