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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늘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신경숙의 글을 읽을 때마다 놀라는 것은 그의 감수성에 대해서이다. 사물에 대해, 그리고 그가 겪은 경험들에 대해 느끼는 그 예민함에 한번 놀라고, 그 기억력에 또 한번 놀란다.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 같은 그의 표정이 떠오른다.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책 속의 그의 목소리도 역시 가만가만하지만, 그 조용한 목소리는 다른 그 어떤 목소리보다 귀기울이게 하는 힘이 있다.
퍼올려도 퍼올려도 마르지 않는 우물처럼 그는 기억속에서 이야기를 계속 퍼올리는 것만 같다.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하면 나도 저처럼 쓸 수 있을까, 매번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한다. 나는 실제로 그를 한번 본적이 있다. 시내의 한 대형서점에서 사인회를 했을 때, 인사도 하고, 내 만년필로 사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는 만년필로 쓴 것이 번질까 다 마른 다음에 책을 덮으라는 말까지 해주었었다. 그는 그일을 기억하고 있을까... 아주 작은, 사소한 기억들이 세월이 지난 다음 주는 따뜻함이 바로 이런 것일까...
나는 그가 타고나기를 글쟁이로 타고났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타고난 글쟁이여서 그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이 작은 그의 따뜻한 추억들에, 그 기억들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