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펼쳐보니 11월 1일이라고 써놓은 게 보인다. 11월의 첫날 읽기 시작했던 책이다. 한동안 책을 전혀 읽지 않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다시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은 그야말로 막힘없이 술술 너무나도 쉽게 읽혔다. 글에서 화자는 뜻밖의 두 사람, 우아한 부자 아파트의 수위 아줌마와 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상류층가정의 12살짜리 꼬마여자아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숨겨진 천재라는 점과 자기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위 아줌마 르네의 비밀은 모든 사람들이 그저 평범한 수위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엄청난 독서가이며 상당한 인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고, 이 맹랑한 꼬마 팔로마의 비밀은 어른들과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나름대로의 날카로운(?) 비판능력과 그 결론으로 자신의 13번째 생일에 자살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 책을 사게 된 이유는 르네라는 이 수위 아줌마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정식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독학으로 현상학을 논할 정도의 인문적교양을 지니고 있고, 취미가 독서, 음악과 영화를 사랑하며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공평한 비판의 기준과 우정, 연민의 감정을 가질 줄 아는 사람. 누군가가 인용한 고전소설 속의 한 문장을 단번에 알아채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만족스럽지 않은 현실에 긍정할 줄 아는 사람... 진정한 의미에서 '우아한' 인간...

400쪽이 넘는 소설 전반에 걸친 이 두 천재들의 기발하고 재미있는 생각에 나도 모르는 새에 그만 빨려들게된다. 읽으면서 나도 공부해야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두 사람의 박식함, 재기발랄함도 마음을 끌고, 이 둘의 인생을 향한 (안 그런 척하는, 하지만 실은 무척) 진지함과 세상과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었던 책.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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