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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게 말걸기
대니얼 고틀립 지음, 노지양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영화감독 송일곤은 만약 이 세상에 태어나서 딱 한 편의 영화만 보고 죽어야 한다면,
찰리 채플린의 <시티 라이트>를 보고 죽겠다고 했단다.
그 인터뷰를 멍하니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꼭 한 권의 책만 읽고 죽어야 한다면,
만약, 지금 저승사자가 거대한 ‘기억의 지우개’를 들고 불쑥 나타나,
지금 당장, 내 머릿속에 딱 한 권의 책만 넣고 떠나야 한다고,
꼭 한 권이어야 한다고, 더는 안 된다고 말한다면.....
그럼... 난 어떤 책을 남겨야 할까....
순간적으로 <샘에게 보내는 편지>를 떠올렸던 것 같다.
책을 덮는 순간, 압도적인 감동과 위로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던 책.
고작 20대인 나에게, 마치 인생을 한 번쯤은 다 살아낸 듯... 삶과 영혼의 비의를 속삭여주던 책.
<샘에게 보내는 편지>는, 날 데리러 온 저승사자에게 읽어주면서 가도 괜찮겠다고,
그럼 저승사자가, 너, 다시 한번 열심히 살아보라면서 세상에 돌려보내줄지도 모르겠다고...
혼자 키득키득....
그런 공상도 해봤었더랬는데.....
오늘 나는,
내 단 한 권의 책을 바꾸기로 한다.
내가 읽었던 모든 책을, 심지어 내가 그토록 좋아해서 곱씹어 읽었던 <샘에게 보내는 편지>까지 저승사자가 지우개로 싹싹 지운다 하더라도,
내 머릿속에, 영혼에 지워지지 않는 화인으로 새겨두고 싶은 책이 생겨버렸다.
<마음에게 말걸기>.
놀라운 일인지, 당연한 일인지, <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던 그 작가의 신작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우리는 누구나 적어도 한 번쯤, (아니 나이가 들어갈수록 수없이 많이)
“이런 젠장, 난 이제 어떻게 살지?”의 순간에 맞닥뜨리게 된다고 말한다.
내가 지금 딱 그렇기 때문일까. 그 “이런 젠장”의 순간이라는 거.....
이 책은 그 ‘이런 젠장’의 순간에 우리가 죽음과 우울과 절망의 길이 아닌,
그렇다고 나를 더욱 애타게 하고 초조하게 하는 덧없는 희망의 길도 아닌,
뚜벅뚜벅 내 마음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길을 보여준다.
인간과 삶을 또렷이 응시하는 그의 멘토링들은 불에라도 덴 것처럼 한없이 뜨겁고 간절하다.
이 책에서 그는 내 마음에게 묻는다.
지금, 간절한가?
간절하다면, 아직 살아 있다면,
마음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최후의 보루이기에,
세상은 흉흉하고 마음은 한없이 어지럽지만,
적어도 이 멀미 나는 세상에서 우리가 붙잡고 지켜내야만 할 단 하나의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마음일 것이라고.
부디... 내가,
마음이 몸보다 먼저 죽어버리는 시체 같은 삶은 살지 않게 되기를....
내가 온전히 나 자신로 살아가겠다는 이 용기와 다짐을,
늘 이 책을 읽고 있는 순간처럼 뜨겁게 간직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