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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아이 김용택
김훈 외 엮음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김용택은 정말 복 많은 사람이다.
퇴직하고, 환갑을 맞는다고,
이렇게 많은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한마음으로 모여서 잔칫상을 벌여주다니.
이렇게 인복 많은 사람이 또 있을까?
진짜 부럽다, 샘난다.... 싶다가도,
계속 책장을 넘기다보면,
이렇게 육십 평생을 깨끗하게, 욕심 없이 사니까,
이렇게나 쟁쟁한 사람들이 ‘김용택’이라는 이름 하나로, 우르르 모이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신문에서 책기사를 봤을 때는 일종의 헌정문집 형태가 아닐까 했는데,
직접 내 손에 쥐어진 책은,
엔간한 소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재미났다.
환갑의 김용택 옹에게 정중하게 ‘헌정’하는 글이라기엔,
개구쟁이들의 ‘선생님 뒷다마’ 식의 얘기가 많아서
읽으면서 몇 번씩이나 킥킥 웃었다.
문득,
이 책 나오고, 김용택 ‘선생님’이 여기 글 쓴 사람 죄다 소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김용택 샘은 훈장님처럼 맨 앞에 앉아 있고,
이 49명의 다 큰 제자들, 줄줄이 끌려가서 한 사람씩 종아리 걷고 회초리라도 맞은 건 아니겠지?
“내가 당최 은제 그랬냐잉, 말 줌 해봐라, 이눔의 시키들아!!” 하면서.ㅋㅋ
지금 기억나는 재미난 얘기 하나.
김용택이 사는 고향마을에는 학이 날아가는 듯한 모습을 한 산이 있다고 한다.
평지에서 돌출된 모양의 이 산을, 이 동네 사람들은 ‘젖산’ 내지는 ‘브라자 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마을을 찾아든 한 기자에게, 이 산에 대해 진지하게 가이드를 해주던 김용택.
문득 산을 우러러 보더니 킬킬거리며 덧붙이더란다.
“……나는 조금 유식하게 ‘브라자 마운틴’이라고 혀.”
ㅋㅋㅋ 갑자기 김용택이 사는 그 섬진강변의 '브라자 마운틴' 탐방이라도 가보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이 책은 비단 김용택을 위한 잔칫상이 아니라,
이 엉망진창 팍팍하고 우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오래간만에 작가들이 의기투합해서 꾸린 서프라이즈 ‘종합선물세트’다.
오밀조밀 짭짤한 글들이 잔뜩 들어 있는 이 종합선물세트!
기왕 받았으니 오래 두고 맛나게 즐겨보련다!
참,
산문집이긴 하지만, 중간 중간 여러 필자들이 소개하는 김용택 시인의 베스트 연애시, 민중시들까지 쏙쏙 뽑아 읽을 수 있다는 건 보너스!
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강추다! -_-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