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잭나이프 ㅣ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뉴엘 베른하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엠마뉴엘 베른하임의 첫작품인 잭나이프는 극도로 간결된 문체로 서술된다. 군더더기가 배제된 마치 최소한의 문장만을 정제한듯 싶은 이 책의 문체는 주인공의 심리와 맞물려 독특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매일 매일 반복적이고 무기력한 삶을 살던 엘리자베스는 그에 대한 반항일까? 어느날 자신이 항상 지니고 다니던 잭나이프로 지하철에서 한 남자를 찌른다. 자신의 파멸을 추구할지도 모르는 이러한 일탈적 행위는 세실이라는 한 남자와 만나게 되는 계기를 준다.
자상하고 완벽한 남자 세실. 그 후 엘리자베스와 세실은 가장 이상적인 동거 생활을 들어간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목숨을 노렸던 여자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세실의 마조히즘적 욕망과 그가 언제 떠날지 불안해하는 엘리자베스의 위험한 줄타기 같은 동거였다. 그리고 세실이 마침내 엘리자베스에게 실증을 느낄때의 조짐을 보이자 그녀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책은 어찌보면 킬링타임용 소설로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인이 품고 있는 소외감과 타인에 대한 갈망, 비뚤어진 욕망을 대변하며 꼬집고 있는 날카로운 글이다. 우리에게도 마음속에 숨겨둔 날카로운 잭나이프로 상대방을 상처입혀서라도 그를 소유하고 싶어하고, 혹은 누군가가 자신을 그렇게 잡아주길 원하는 비뚤어진 욕망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