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보라
한금선 외 22인 지음 / 아카이브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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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진중공업 사태의 현장을 카메라로 담아낸 사진집.

책 표지의 CT85는 김주익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그리고 지금은 김진숙이 여전히 올라가 있는 크레인이다.

 

참여정부 시절은 2003년 10월 17일, 김주익은 85호 크레인에 오른지 129일만에 목을 맸다. 그의 주검은 보름 동안이나 땅으로 내려오지 못했고, 동료이자 선배인 곽재규가 맞은 편 도크에서 투신함으로서 그 둘은 땅에서 만날 수 있었다. 과연 '죽음이 투쟁의 수단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과연 이명박 때문에 '죽음이 투쟁의 수단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작년에 한진에서 밀려난 아저씨를 우연히 길에서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30년 일해 온 일터에서 명퇴란 이름으로 강제로 밀려난 아저씨는 술이 한잔 들어가자 박창수 위원장 이야기를 하며,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 아저씨가 자꾸 미안하다며 울었습니다.

  50이 넘은 사내가 10년도 더 지난 일로 술잔에 눈물, 콧물을 빠뜨리는 걸 보면서 우리 모두에게 박창수란 이름은 세월의 무게로도 덮을 수 없는 아픔이구나 생각했습니다. 박창수 하나만으로도 우린 무겁고 아픕니다.

  두 번 쨉니다. 대한조선공사를 한진중공업이 인수한 이후 여섯 명의 위원장 중 두 명은 구속 뒤에 해고되고, 한 명은 고성으로, 율도로, 하루가 멀다 하고 쫓겨 다니고, 두 명은 죽었습니다. - 김진숙, '김주익 추모사'

 

아내 설경애 씨는 경찰의 (쌍용자동차) 강제진압이 있기 전인 2009년 5월 20일 아이 둘을 데리고 농성자 가족들과 회사 앞에 천막을 쳤다. 그해 6월 26일부터는 아이들을 아침이면 어린이집에, 저녁이면 이웃에 맡겼다. 밤마다 '그들'의 괴롭힘이 반복됐다. 시커멓게 늘어선 전투경찰들은 공장 안 농성자들이 못 자도록 방패를 치며 땅을 흔들었다. 확성기로 고막을 찢으려 했다. 헬리콥터가 떴다. 물도 음식도 없는, 고립된 공장 안에서 남편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겠구나, 경애 씨의 속도 썩어 문드러졌다. 짧은 여름밤이 길게만 느껴졌다. 2011년 7월, 지금도 남편은 경찰차 사이렌 소리만 들려도 눈자위에 실핏줄이 돋는다. 아내는 안다. 남편이 경찰만 보아도 힘줄이 튀어나오도록 주먹을 쥔다는 사실을. 그때마다 아내는 먹먹하게 되뇐다. "잊자, 우리 잊자." 남편의 손을 맞잡아주는 것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 남은주 기자, <한겨레21>

 

남편은 울면서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내는 도저히 저 사람들을 포기 못하겠다. 도저히 크레인 위를 포기 못하겠다. 내가 조금만 큰 가방을 들고 잠깐 나갈라 하믄 거기 사람들, 또 자기들 버리고 가는가 하는 눈으로 말은 못하고 쳐다만 본다. 내 그 눈빛이 밟혀 도저히 포기 못하겠다. 내 끝까지 가보면 안 되겠나. 니한테는 진짜진짜 미안한데, 내 그 사람들하고 끝까지 가볼란다. 크레인 위, 끝까지 바라볼란다. 내 좀 그라믄 안되나..." - 어느 비해고 노동자의 아내, <저는 그날 희망을 보았습니다>

 

김진숙이 35미터 크레인 위에서 160여 일이 넘게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그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나 아닌 타인의 고통에 아파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또한 내가 한진중공업에 갔다온 이유도 다른 이의 고통에 내 마음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내가 한진 중공업에 갔다 왔다니까, 나 보고 투사 났다고 하는 사람도 사람이다. 우리는 모두 외부 세력이면서 사람으로서 내부 세력이다. 사람이라는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 - 공선옥, <자본가도 사람이고 노동자도 사람이다>

 

노동이 삶의 밑천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좌절이 버스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므로 희망버스엔 희망이 아니라 각자의 절망이 실렸다. 저 거대한 85호 크레인에 우리의 절망을 걸어두고 올 수는 없을까? - 노순택

 

주절주절 말이 필요가 없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아니, 구입을 권한다. 당신의 구입도 기록의 일부가 될 것이다.

잊어서는 안된다. 잊혀져서는 안된다.

 

이 책의 수익금은 희망버스의 주유비로 사용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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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 - 민주노동당 정파 갈등의 기원과 종말 이매진 컨텍스트 32
정영태 지음 / 이매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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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하고 불편한 이야기지만 해야하고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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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gles - Hell Freezes Over [CD+DVD][Special Tour Package]
이글스 (Eagles)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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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캘리포니아의 라이브 공연은 정말 길이 남을 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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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씨날코 - 1959년 이기붕家의 선물 꾸러미
김진송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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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실패,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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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 - 세종.문종실록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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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금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권까지 사서 읽었다. 문종까지가 4권까지의 내용.

작가의 성실함도 느낄 수 있고, 자료를 보고 난 뒤 자신만의 추측도 과감하게 포함시킨 점이 맘에 든다.

나이에 구분 없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굳이 만화라는 장르를 따지지 않더라도, 왜 역사가들은 이렇게 재미있는 역사서를 쓰지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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