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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그램 - 내겐 너무 무거운 삶의 무게 ㅣ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수신지 지음 / 미메시스 / 2012년 5월
평점 :
갑자기 암 선고를 받게 된다면 느낌이 어떨까? 그리고 일상은 어떻게 변하고 무너질까? 작가가 20대에 난소암을 극복하면서 직접 겪었던 체험을 바탕으로 그려낸 그래픽 노블.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식상한 장면이지만, 암에는 여전히 '선고'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만큼 충격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선고'를 받은 이후 삶은 급작스럽게 변화한다.
여러가지 변화가 생겼다. 멋쟁이에서 단벌 신사로, 1인실에서 6인실로, 하루 만에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45쪽)
'환자'가 되는 순간 사람은 너무나 약해지고, 병원이라는 격리된 섬에 있는 동안 사람은 너무나 민감해지고 우울해진다. 나는 다행히 아직 오래 입원해본 경험이 없지만, 작가의 심정이 너무나도 잘 이해가 되었다. 평소에는 닭살 돋는다고 생각되는 '희망을 주는 책' 하나에도 깊이 감화되고, 병원을 나갈 수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뛸듯 기쁨에 젖는다. 물론, 퇴원이 하루 연기가 되면 그 기쁨에 비례해 좌절도 심해지지만(이 부분에 대한 묘사, 어렵지도 않으면서도 탁월하다).
어찌보면 '병원일기'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책인데, 작가의 솔직한 태도와 뛰어난 표현이 어우러져 꽤 괜찮은 그래픽 노블로 만들어졌다. 아, 여기서 제목으로 쓰인 '3그램'은 영화 <3그램>의 의미와는 다르게 난소 하나의 평균 무게라고 한다.
미메시스 SNS 이벤트로 받게 된 책인데, 우선 정성스런 포장과 함께 보내온 선물에 "아, 역시 미메시스, 열린책들"을 중얼거리게 만들었다. 책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책을 잘 만드는 출판사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