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Yahoo 5 - 대한민국 현대사에 기생했던 짐승들의 기록
윤태호 지음, 석정현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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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작품도 놓칠 수 없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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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윤리 - 실천윤리학의 거장 피터 싱어의
피터 싱어 지음, 김희정 옮김 / 아카넷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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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싱어의 책은 매우 흥미롭다. 그러면서도 엄청나게 불편하다. 윤리학, 특히 실천 윤리학이라는 분야가 워낙 논쟁 거리가 많기는 하지만, 피터 싱어는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능력이 있으며 또 때로는 사람을 매우 불편하게 만드는 능력도 가지고 있는 학자다. 내가 그의 글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 윤리학 수업을 들으면서 였다.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라는 매우 직설적인 질문을 받을 때면, 사실 책을 그만 덮고 싶어지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 책에는 9.11 이후 세계적 차원의 윤리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이 담겨있다. 그래서 기존의 책과는 조금 성격을 달리하는 것 같지만, 역시나 책의 말미에선 독자를 밀어붙인다. "네가 여러가지 제한 요소 '때문에' 윤리적 행동을 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그 제한 요소가 얼마나 정당하고도 실질적인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윤리적 행동을 '강요'(?) 받으면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시선을 돌리거나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야 만다. 하지만 결국 저자의 책을 다 읽을 수 밖에 없는 것은, 그의 주장이 단순히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당위를 주장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주장을 하기 전에 수많은 관점에서 문제를 살펴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며 반대의 입장도 꼼꼼하게 타진해 나간다. 그야말로 '실천' 윤리학의 거장이라고 할만한 태도다. 이 책에서도 세계화에 관련된 환경, 경제, 법률 등의 문제를 사변적인 서술로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니라 각종 수치와 사실 관계를 들이대면서 논쟁이 되는 지점을 하나 하나 짚어간다.

 

문제제기의 시작은 존 롤스로부터 시작된다. 싱어가 보기에 롤스의 '정의'는 지구화, 혹은 세계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현재에 적용하기에 너무나 문제점이 많다는 것이다.

 

  윤리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변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자유주의적인 미국이 성립되는 과정에서의 정의에 대한 20세기 후반의 사고를 대표하는 롤스(John Rawls)의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을 살펴보아야 한다. 1971년 출판된 직후에 읽었을 때, 나는 거의 600쪽에 이르는 이 책이 서로 다른 사회들 사이에 존재하는 극단의 빈부 간의 부정의(injustice)를 전혀 논의하고 있지 않다는 것에 놀랐다. 롤스는 정의의 본질을 밝히는 방법으로, 만약 어떤 지위를 차지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선택을 할 경우 사람들은 정의의 원칙으로 어떤 것으르 택할 것인지에 대해 묻는다. (이것은 오늘날 모든 철학도와 정치학도에게 기본 자양분이 되는 방법론이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자신이 부유한지 가난한지, 다수 민족의 일원인지 소수 민족의 일원인지, 신앙인인지 무신론자인지, 고도의 기술을 가졌는지 아닌지 등등에 대해서 알지 못한 채 정의의 원칙을 선택해야 한다고 상정하는 것이다. 만일 주어진 하나의 사회가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 방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면, 선택을 하는 사람이 알아서는 안 되는 것으로 상정해야 할 사실(fact) 가운데 한 가지가 그들이 미국과 같이 잘사는 나라의 국민인가 아이티(Haiti)같이 가난한 나라의 국민인가 하는 점임은 금방 분명해질 것이다. 그러나 원초적 선택이라는 개념을 정립하면서 롤스는 선택하는 사람들 모두가 동일한 사회에 속해 있으며 그 사회 내에서 정의를 이룩하는 원칙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으로 단순하게 가정한다. (32쪽)

 

존 롤스가 중세나 19세기나 18세기의 학자가 아님을 감안한다면, 싱어의 지적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때, 한 사회만을 대상으로 '정의'를 논할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싱어는 이제 '하나의 지구'에는 하나의 환경, 하나의 경제, 하나의 법률, 하나의 공동체에 맞는 윤리가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아직까지도 많은 불신과 무능력함을 지적받기는 하지만, 그가 국제기구의 기능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물론 '하나'로 일원화 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최선의 대안은 국제적 수준으로 기능하는 하나의 기구, 기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애초에 이제까지의 국가들이 전지구적인 차원의 윤리관을 가지지 않았던 것은 그 자체로 잘못이었을 뿐이라는,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그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 주장도 잊지 않는다. 게다가 이젠 당대 최고의 제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심장부까지도 안심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지구적 차원의 윤리는 당위성만으로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도 협의되어야 한다.

 

잘사는 나라가 전지구적인 차원의 윤리관을 가지지 않는 것은 오랫동안 그저 도덕적으로 아주 잘못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결국, 그로 인해 그들의 안전까지도 위협받기에 이르렀다. (37~38쪽)

 

특히 사회 내에서 더 완전한 평등을 추구해야 하는가, 아니면 사회들 사이에서 더 완전한 평등을 추구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단지 우리가 두 가지를 다 할 수 없을 경우에만 발생한다. 때로는 우리는 두 가지 일을 다 할 수 있다. (224쪽)

 

두 가지 일을 다 할 수 있다는 피터 싱어의 주장이 너무 극단적으로 들리는가? 그러나 정작 들여다보면 이게 그렇게 극단적인 이야기도 아니다. 미국에서 원조에 대한 선입견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조사를 살펴보자. 미국인들인 연방 정부의 예산 중 너무 많은 액수가 원조에 투입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얼마 정도가 적정 수준이겠느냐는 질문을 했다. 전체 응답의 평균치는 15퍼센트. 다른 조사에서는 미국의 원조가 전체 예산의 20퍼센트를 차지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적정 수준은 10퍼센트 정도라고 답했다. 그러나 비정부 차원의 원조를 더하더라도, 미국의 총원조액은 GNP의 0.14퍼센트에 불과하다(게다가 이 원조조차 자국의 이익에 관련된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이게 비단 미국만 그러한 것일까? 우리는 스스로가 꽤나 인간적이고 윤리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그래서 수없이 벌어지는 비윤리적인 사건이나 행위에 쉽게 분노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건 말로만 떠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실제와는 다르게 알려질 때 많은 권익을 얻어갈 세력들에게 이용당하는 것일지도. 국제 구호 기구에 "국내에도 밥을 못먹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라며 저주를 퍼붓는 이들 중에 실제로 국내 빈곤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이가 거의 없다는 것은, 우리의 '비윤리성'에 대해 아마도 너무 쉽게 제시할 수 있는 경험적 증거가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어떤 명확한 '정답'을 내놓고 있진 못하다. 하지만 적어도 특정한 방향을 과감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꼭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생각해볼만한, 그리고 생각해야만 하는 많은 문제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세계화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진부하게 들리는 때가 되었지만, 실은 우린 아직 세계화를 시작도 안했을지 모른다. 이 책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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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록 미스터리
백승종 지음 / 푸른역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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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예언문화에 대한 연구의 일단락. 그 동안 저자의 책에서 수없이 등장했던 문제의 책, '정감록'을 본격적으로 다뤘다. '정감록' 혹은 예언서라고 하면 무엇인가 허황되고 과장된 묘사가 가득한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 그런 면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예언서 연구'에 대해서도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겠다. 고작해야 어떤 예언서가 진본인가를 따진다거나(물론 이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긴 아니다), 예언의 내용이 얼마나 들어맞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전부가 아닐까 오해할 수도 있다는 얘기. 그러나 예언서에 대한 연구는 '해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많은 상징이 들어가있고, 책 자체가 문화적 암호로 서술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자가 예언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라는 문제는 물론이고 '과거의 사람들이 예언서를 어떻게 해석해왔느냐'라는 문제야 말로 중요한 지점이 된다.

 

  좀 더 중요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 해석이다. 역사 속 민중들은 자기들의 필요에 따라 정치적 예언을 늘 새롭게 해석했다. 나 역시 사실보다는 "해석"에 무게를 둘 것이다. 이 책은 <정감록>에 관한 해석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7쪽)

 

신화에 대한 연구가 그러하듯이, 자연스레 이 예언서에 대한 연구도 방대한 지식을 요구한다. 한 사회나 문화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이는 응축된 텍스트인 예언서를 읽어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현대 한국사회의 특정 세대 문화를 이해하지 않고서 디씨인사이드의 글들을 전혀 읽어낼 수가 없듯이. 게다가 저자가 주목하는 '정감록'은 단순히 특정 시대에 유행했던 텍스트가 아니라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텍스트이기 때문에, 그 내용상의 축적과 변화를 추적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자세히 알면 알수록 예언은 그저 어느 한 사람의 무책임한 말장난이 아니라 문화의 집적임이 확인된다. 그 문화는 상층이나 하층의 어느 한 쪽의 전유물이 아니라, 상하를 왕래하며 풍부해진 것이었다. 민간의 설화, 점쟁이의 예언 그리고 유식한 양반들의 풀이와 기록이 정치적 목적과 어우러지며 문화의 나이테가 되어간 것이다. (42쪽)

 

그렇다면 저자가 '해석'하는 이 '문화의 나이테'는 어떤 모습일까? 저자가 언급하듯이 예언서에서 중요했던 것은 "이상향의 모습이 아니라 과연 언제 새 날이 밝느냐는 문제"였다. 오랜 시간동안 영향을 미쳤던 불교의 영향을 받아 많은 사람들이 이상향의 모습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모습 자체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 지긋지긋한 세계가 뒤집어지고 새로운 세상이 오는 시점이었다. 때문에 저자는 '정감록'이 하나의 저항문화이며 저항 이데올로기였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시대의 지배 이데올로기와는 결을 달리하는, 새로운 세상의 이론적 기반. 예언서가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은 각 시대마다 예언서를 불온하게 여기고 그것을 차단하려고 애썼던 지배권력의 모습으로 쉽게 증명 가능하다. 심지어 일제조차도 '정감록'에 신경을 곤두세웠고 그것을 평가절하하려 했다. 일본 지식인 호소이 하지메는 1923년 '정감록비결집록'이라는 책을 출간, 최초의 '정감록' 인쇄본을 간행했다. 그냥 겉으로만 봤다가는 일제가 한국의 예언문화에 관심이 많았다는 정도의 해석에 그칠 수 있으나, 저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이것은 오히려 '정감록'을 죽이기 위한 프로젝트였으며, 따라서 일개 개인의 관심사에 의해 진행된 일은 아닐 거라는 주장이다.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공개해라. 그렇다, 금단의 예언서 <정감록>을 죽이는 방법은 공개하는것이다. 그러면 <정감록>은 신비함을 잃게 된다. 신비성을 잃어버린 <정감록>이라면 이미 반쯤은 죽은 거나 다름 없다.

또 하나, 기왕에 공개할 바엔 <정감록>의 정본을 만드는 거다. (254쪽) 

 

'정감록'과 같은 '비기'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책을 둘러싼 신비의 아우라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매우 단순하게 생각해서, '인쇄본'이라는 것 자체도 신비함과 은밀함을 없애는 데 적격이었을지 모른다. 상상해보라. 당신이 산에 오르다 만난 도인이 건네준 비기가 2쇄의 인쇄본인데다 인쇄일자나 저자, 출판사, 가격까지 떡하니 적혀있다면 어떠할지. 어찌보면 일제의 전략은 일방적인 금지보다도 더 효과적이고 무서운 것일지 모른다. '정본'의 의미도 그렇게 읽을 수 있다. 다양함을 무기로 삼아 번식하던 예언서가 '정본'을 만나는 순간 그 번식력은 확연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런 문화적 전략은 '문화적 번역', '문화적 설득'이라는 맥락에서 금서, 민중신앙, 미신 등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할 때 매우 중요한 관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현재 저자는 금서에 관련된 다른 저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아는데, 매우 흥미로운 주제임에 틀림없다).

 

최근 국내 굴지의 기업의 대표이사가 '점장이'의 말을 믿고 주식 투자를 했다가 엄청난 액수의 돈을 날렸다는 얘기가 있었다. 우리가 이미 '비이성적'이고 '전근대적'이라고 비난을 해대는 와중에도, 이 '전근대'와 '비근대'는 계층에 상관없이 근대 속에 여전히 숨쉬고 있다. 내가 준비하는 논문도 이런 관점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 제시하는 관점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또한 자신이 관심을 가진 한 주제를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성실히 연구하는 연구자의 모습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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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Muse - The 2nd Law [CD+DVD Deluxe Edition][Digipack] - 초도 한정 1회 EU 수입반
뮤즈 (Muse) 노래 / 워너뮤직(WEA)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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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앨범이 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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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Day - 정규 9집 ¡UNO!
그린 데이 (Green Day) 노래 / 워너뮤직(WEA)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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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올해의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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