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베개 - 민족의 등불 장준하, 그 뜨거운 '항일 기록', 개정판
장준하 지음 / 세계사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장준하의 대장정 기록. 나는 솔직히 자서전이나 회고록 류의 책을 읽고 재미를 느껴본 적이 거의 없다. 아무래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과장된 면이나 사실의 일부만을 전하고 마는 것이 좀 불편해서였을까. 이 책, 돌베개도 그런 면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재미'가 있다. 이건 분명 필력의 문제일 것이다. 설사 장준하의 사상적 지향점이나 그의 삶을 존경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빨려들어가듯 금방 읽어버릴 수 있는 책이다. 70년대 초반에 쓴 책임에도 쉽게 잘 읽을 수 있다.


조금 거리를 두면 더 재미있는 모습들도 포착된다. 공산주의 및 사회주의에 대한 장준하의 강한 반감이라던지, 국공합작이 틀어진 상황에서 중국 내 일본군의 반응이라던지 하는 것들은 꽤 흥미롭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상태인 70년대에 쓴 책임을 감안하고서 분석하면, 해방 직후 장준하의 정세 판단 및 인물 평가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그의 판단 및 평가로 오히려 그 자신, 장준하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그리고 왜 70년대 초반에서야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을까 하는 것도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그가 본격적으로 박정희와 맞서게 되는 그 시절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금와서야 '애국'이라는 말이 촌스럽게 느껴지지만, 나라 없는 설움이라는 게 어떤 걸까라는 것도 조금이나마 상상해볼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 세대가 말하는 애국은 오늘날의 그것과는 분명 다를테니까. 세대차나 노선의 차이를 좀 더 '역사적'으로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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