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의 미로 - 번역에 관한 열두 가지 물음
김욱동 지음 / 글항아리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앞으로 번역하고 싶은 책들이 있어, 선수 학습 차원에서 읽은 책. 역시 그냥저냥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번역과 직접 마주한 번역은 차원이 다르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겠지만, 설렁설렁 생각할 일은 분명 아니다. 그래서 독서를 한다기 보다는 교재를 본다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어찌보면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명심해야할 구절들이 있었다.

번역의 세 가지 우상이란 1) 모국어에 대한 편견, 2) 번역을 암호 해독 행위로 간주하는 태도, 그리고 3) 완벽한 번역에 대한 그릇된 믿음이다. (51~52쪽)

번역가는 외국어에 대한 독해력이 뛰어나야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모국어에 대한 이해력이다. (62쪽)

한 텍스트를 자국어로 번역하는 것은 상이한 두 언어 사이에서 등가물을 암호화하고 그것을 해독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70~71쪽)

번역가는 원천 텍스트를 읽는 순간 직감적으로 그 뜻을 파악해야 한다. 물론 두 번 세 번 읽어야 비로소 그 의미가 잡히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대개는 첫눈에 그 뜻이 들어와야 좋은 번역이 된다. (102쪽)

"본질적으로 언어들은 전달해야 하는 것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전달할지 모르는 것에서 차이가 난다."는 로만 야콥슨의 지적처럼, 내가 번역하고 싶은 책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어쨌거나 가장 중요한 일이자, 처음 해야하는 일인 것 같다.

다만 책으로서 아쉬웠던 점은, 이 책이 지향하는 바가 애매하다는 점이다. 번역 실무를 자세히 다룬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론적으로 깊게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이 책을 권할 대상을 생각해보자면... 참 애매하다. 한 가지 신기한 건, 이 책에서 신랄하게 비판하는 오역의 예들이 한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이라는 거.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여튼 조금 더 이론적인 공부를 한 뒤, 번역을 시작해야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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