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설명하는 죽음 동문선 현대신서 302
에마뉘엘 위스망 페랭 지음, 김미정 옮김 / 동문선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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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때던가. 꿈 속에서 아버지의 상여 행렬을 체험하고 밤새 울었던 것이.

그 이후 나는 거의 10년을 울지 못했다. 메마른 눈물만큼이나 나는 죽음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했다.

나는 겁이 많은 인간이라 무서운 것이 생기면 회피하거나 혹은 그런 것들과 맞설 생각은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그 무서움과 당당히 맞섰던 몇 안되는 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죽음'의 이미지다.

내가 죽음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꿈 속에서 마주했던 죽음을 피하려 하지 않고 그것을 알아보고자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왔다.

죽음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어서 사회학과로 가고 싶었고, 사회학 전공을 선택해 공부를 하다가 아리에스와 엘리아스를 만났다.

그들의 저서와 당시 나를 가르치시던 분들의 영향으로 결국 사회학보다는 사학을 선택해 대학원을 진학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설득력이 별로 없는 그런 행보지만, 나는 왠지 당연한 수순을 밟아온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지금도 너무나도 더디게 걸어가고 있지만, '죽음'을 그리 쉽게 인식할 수 있을 거라 또 서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적은 없다.

내 평생의 연구과제랄까. 아마도 내가 죽기 전까지 '안다'라고 말하지 못할 주제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내겐 그것이 매력이라면 매력.

 

용기도 없는 한 아이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음을 무조건 피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실제로 많은 아이들은 죽음을 무서워 한다. 아니 무서워 한다기 보다는 알지 못한다. 대부분의 경우 어른들의 은폐 때문에.

하지만 어른들의 은폐 따위로 죽음을 없앨 수는 없다. 그것은 어른들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그러는 것일까.

 

아이들에게 죽음을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가. 이 질문은 내가 죽음에 관심을 가지면서 계속 스스로 던져왔던 질문이다.

죽음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감추려고만 든다면, 내 삶에 대해서는 어떤 진솔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이 책은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나누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설명'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어머니도 죽음을 완전히 알지 못하므로 설명보다는 '대화'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나는 그녀가 설명하는 죽음과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도 꽤 있었지만, 이 책의 저술 동기는 참 마음에 들었다.

 

아주 나어린 아이들은 죽음을 자주 입에 담는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커가면서는 더 이상 그런 말을 하지 않게 된다. 어른들의 고통과 침묵을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침묵과 싸우고 싶다. 우리가 죽음을 피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그것을 불가사의한 일이나 금기로 여기는 것만은 피할 수 있다......

깊은 슬픔에 빠져있거나 절망 가운데 있는 이들에게는 이런 식의 대화가 의미 없고 너무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의미를 잃지 않고 고찰하며, 그것을 있는 그대로 생각해 보는 것. 즉 죽음을 분석하지 않으면서도 정확히 언급하는 것은, 결코 죽음을 이해한다거나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며, 그런 일은 가능하지도 않다. 대신 죽음이 주는 공포와 두려움을 피할 수 있도록 죽음에 대해 듣고, 그것에 적응하는 것을 말한다. 아이와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죽음이 주는 고통과 침묵으로부터 벗어나게 함으로써 삶의 가장 가까이에 다가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굳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좋다. 또 대화 상대가 아이가 아니어도 좋다. 옆의 살아있는 사람과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라.

생각만큼 두렵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내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지도 모른다.

다만 그 이야기가 매우 구체적이고 진솔하다는 가정 하에.

 

p.s. 동문선... 아무리 안나가는 책들을 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는 하지만. 이 얇은 책이 8천원이라는 건 좀 오버 같다.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시리즈가 몇 개 더 있어서 챙겨볼까 고민 중인데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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