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흔든 공산당 선언 세계를 뒤흔든 선언 1
데이비드 보일 지음, 유강은 옮김 / 그린비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그린비에서 출간되고 있는 '세계를 뒤흔든 선언' 시리즈.

공산당 선언의 원문과 함께 등장배경, 공산당 선언의 여파/유산이 서술되어 있다.

'선언'은 이미 '레즈를 위하여'에서 많이 인용했으므로 한 구절만 인용해본다.

 

  공산주의를 특징짓는 것은 소유 일반의 폐지가 아니라 부르주아적 소유의 폐지다.……

  힘들게 일해 혼자 힘으로 얻은 스스로 번 소유라니! 부르주아적 소유 이전에 있었던 소규모 장인의 소유나 소농민의 소유를 말하는 것인가? 그런 소유라면 폐지할 필요가 전혀 없다. 산업의 발전으로 이미 상당 부분 폐지되었고 또 지금도 나날이 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언'으로 시작된 공산주의는 이후 여러가지 '해석'의 과정을 거치면서 변화하거나 왜곡되어 왔다.

가장 대표적인 왜곡이 스탈린주의라고 할 수 있겠는데, 하지만 왜곡이 아니라면 변화나 차용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태도로 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맑스주의의 재해석 과정을 통해 공동체 개념이 '함께 존재함'에 가까운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겨났다. 모든 인간을 생산자(프롤레타리아트)로 환원하는 대신에 각자의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다차원적인 사회로. 이 새로운 공동체 개념이야 말로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사회라는 '선언'의 꿈에 더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어떤 점에서 보면 우리는 길고도 험난한 우회로를 거쳐 다시 '선언'으로 되돌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의 지적대로 '현실적 운동'임을 강조하는 '선언'은,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일단 가보아야 한다"는 식의 회피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맑스는 수수께끼를 더욱 분명하게 만들었고, 이 때문에라도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

 

책의 말미에는 고병권의 짧은 해제가 들어있는데, 이 해제의 한 구절이 오늘날 '선언'의 의미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 같다.

좀 길 수도 있지만 인용해본다.

 

'선언'은 위험한 책이다. 하지만 이때 '위험하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위협하다'는 말과 혼동되어선 안된다. '선언'의 유명한 문장, "지배계급으로 하여금 공산주의 혁명 앞에 벌벌 떨게 하라"가 위협하는 말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선언'의 위험성은 오히려 아무도 위협하지 않는다는 사실로부터 나온다.

  '위협하다'는 것과 '위험하다'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위협하는 자는 무시무시한 폭력을 사용할 때조차 거래를 원한다.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말하는 제국의 지도자도, 직장을 폐쇄하겠다는 사장도, 총파업으로 위협하는 노조도, 회초리를 들고 서 있는 교사도 원하는 것은 거래이다. 위협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들은 실제로 폭력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폭력은 여전히 거래의 메시지이다. 일정한 개량이 이루어지면 그만하겠다는 메시지. 따라서 이들 때문에 현존하는 세계가 위험에 처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기득권이 강화되고 법이 강화될 뿐이다. 부시를 보라. 위협하는 자가 원하는 것은 세계 속의 이권이지 새로운 세계가 아니다.

  그러나 위험한 자는 세계의 이권에 관심이 없다. 그가 원하는 것은 새로운 세계이다. 폭력은 그에게 수단도 목적도 아니다. …… 위험한 자는 결코 거래를 하지 않는다. 그들이 폭력적으로 느껴진다면 그것은 그들이 폭력을 사용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존재 자체가 폭력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저들이 비난할 때 애용하는 '국가위기'라는 말에 휘둘릴 필요가 전혀 없다. 이에 대해서는 '선언'의 한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노동자에게는 조국이 없다. 어떻게 가지고 있지도 않는 것을 빼앗는단 말인가.

 

그러나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이제 우리는 진정한 '보수'가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극명하게 충돌했던 용산에서의 '폭력'을 보라. 한 쪽은 위협을 하며 생존권에 대한 '거래'를 원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 쪽은 거래를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새로운 세계'를 원하는 것이 틀림 없다. 그래서 그들은 '위험하다'.

 

종이질을 조금 낮추고 가격을 조금 더 내린 문고판 형식으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하지만,

'선언'을 부담 없이 읽어보기에는 괜찮은 선택 같다. 유강은 씨의 번역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꽤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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