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왜 쉬쉬하지? - 죽음을 알아야 삶이 보인다 청소년을 위한 세상읽기 프로젝트 Why Not? 3
실비 보시에 지음, 고아침 옮김, 베로니크 데스 그림 / 개마고원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소년을 위한 세상 읽기 프로젝트. Why not? 시리즈의 세 번째 책.

100페이지 조금 넘는 책의 분량이나 글씨의 크기 등을 고려하면,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수식이 '깊이가 없다'로 받아들여 질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책의 수준은 결코 낮지 않으며, 오히려 죽음에 대해서 중요한 부분을 빠뜨리지 않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아니, 설명이라기보다는 문제제기에 가깝지만, 사실 '죽음'에 대한 문제제기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적은 분량 속에, 그것도 매우 쉽게 이런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저자의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알려준다.

죽음이 일종의 실패로 간주된다는 '금기'서부터 시작하여, 죽음의 처리 방식, 죽는 방식, 타인의 죽음, 자살 등의 폭넓은 주제가 다뤄진다.

따라서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죽음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개설서로서도 굉장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죽음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는 것은, 그 주제 자체가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있는 엄청난 주제이기 때문이다.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제들, 예를 들어 자살, 유서, 안락사, 매장, 화장 등의 주제만이 아니라

폭력, 노화, 이미지, 공포, 타부, 심지어 권력과 계급까지 여러가지 주제를 포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죽음이다.

아직까지도 국내에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저서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게 또 이 주제의 어려움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이 주제를 '다룰' 것인가. 일단은 석사 때 조금 건드렸었던 '화장'의 문제를 발전시켜볼 생각이다.

그리고 박사논문 때는 유서와 유언, 유산, 그리고 매장 방식에 대해서 역사적 고찰도 시도해볼 예정.

음. 써놓고 보니 정말 쉽지 않구만. -_-...

 

어쨌거나 이 책의 마지막에 인용된 다음의 글은 재미있으면서도 꽤나 시사하는 바가 많다.

 

- 의사선생님, 제발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사실을 전부 말해 주세요, 알아야겠어요.

- 말하자면, 나쁜 소식입니다. 어느 검사 결과로 보나, 환자분은, 음... 그... 아주 더디게 진행되는 병에 걸리셨고, 그... 병의 주요 특징은... 그러니까... 세포의 퇴화와....

- 저기요, 분명하게 말해 주세요! 제가 암에 걸렸나요?

- 그러니까, 그건 아닙니다. 그 말씀을 드리려는 게 아니고요.

- '돌이킬 수 없다'고 하셨잖아요. 죽을병인 거죠? 그러니 암이네요, 솔직히 말해주세요. 저... 저는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까요?

- 어디 보자, 그 말은 맞습니다. 살날이 한정돼 있으세요. 제가 봤을 때, 아주 운이 좋아도 앞으로 삼사십 년 정도 밖에 더 못 사십니다, 최대한.

- 아니, 암이 아니면 그 병명이 대체 뭡니까?

- 그게... '삶'이란 병입니다.

- '삶'이라고요? 선생님 말씀은 그러니까 제가....

- 네, 살아 있다는 거죠. 유감입니다.

- 아니, 제가 어디서 그따위 잡스런 것에 걸린 거예요?

- 불행히도 유전병입니다. 위로하려고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아닙니다만, 전세계적으로 굉장히 보편적인 병이랍니다.

 

피에르 데프로주, '죽음을 기다리며 행복하게 삽시다'에서(쇠이유 출판사, 19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