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史 - 현대 역사학의 거장 9인의 고백과 대화
마리아 루시아 G. 팔라레스-버크 지음, 곽차섭 옮김 / 푸른역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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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실은 오히려 원제에 가까운)는 '현대 역사학의 거장 9인의 고백과 대화'다. 9명의 저명한 역사가들의 인터뷰인데, 각자의 논문을 모아놓은 논문집과는 당연히 판이한 느낌을 준다.

 

인터뷰에 있어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어떤 질문을 어떤 타이밍에서 던지느냐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꽤나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의 저자(?)인 마리아 루시아 G. 팔라레스-버크는 그 자신이 역사가인만큼 각각의 인터뷰 대상들에게 날카로운 질문들을 날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9명 모두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맞는' 질문을 함으로써 독자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잘 이끌어내고 있다.

 

이 책은 '재미'를 위한 독서를 하고자하는 독자보다는 아무래도 역사를 전공하거나 남다른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것이다. 비록 독자층이 넓진 않을 책이지만 이 책을 집어들만한 독자들에게는 분명 '좋은'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나도 그랬지만, 역사학자 9명의 인터뷰를 읽어나가면서 지금 '나'는 어떠한 '역사가'인가(혹은 어떠한 역사가가 될 것인가)를 조금 더 명확하게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퀜틴 스키너나 아사 브릭스보다는 나탈리 저먼 데이비스나 잭 구디, 로버트 단턴의 인터뷰가 훨씬 흥미로웠다. 특히 '교육의 환상'에 대한 잭 구디의 소박한(그러나 너무나도 절실한) 자기반성이나, 자신을 가장 자랑스럽게 한 업적으로 아이들과 손주들을 남겼다는 것을 꼽는 데이비스를 보노라면 '역사학'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구체화되어 다가오는듯한 느낌이다.

 

기존의 이미지와는 달리 역사가의 투박한 작업을 강조하는 로버트 단턴, 왠지 중언부언하는 듯하지만(물론 여기에는 독자인 나의 개인적인 취향 탓이 크다.) 너무 쉽게 동의하기에 '가디언'지를 멀리하고 피가 거꾸로 솟는듯한 느낌을 준다는 '이코노미스트'지를 구독한다는 스키너의 말들도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중간중간 삽입된 해상도 떨어지는 사진과 굳이 제목을 '탐史'라고 지어낸 것에 대해서는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게 되지만(이 책의 원제는 'The new history: confessions and conversations'다), 9명의 저명한 역사가들의 이야기(글이 아닌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지금 나 자신이 어디쯤 서있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될 뿐만 아니라 '통찰'이란 것이 과연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앞서 이미 이야기했지만,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이거나 조금은 전문적인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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