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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위한 컬러 사전 - 의미가 담긴 색채 선택의 기준
션 애덤스 지음, 이상미 옮김 / 유엑스리뷰 / 2022년 1월
평점 :

디자인과 전공 n년차지만, 색 쓰는 건 늘 어렵다. 정확히 말하자면, 예뻐 보이게 색을 사용하는 게 어렵다기보다는, 그 색에 어떤 의미를 담아 사용하는지가 어렵다.
왜 노란색을 보면 기분이 밝아지고 경쾌할까?, 왜 보라색은 오묘할까, 그리고 마법 혹은 마녀 등이 등장하는 이야기에 자주 쓰일까? 막연히 색이 주로 사용되는 범주와 그 분위기는 얼핏 알고 있지만, 그에 대한 이유: 뒷배경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이 책은 색을 대한 생각과 느낌에, 문화적 배경을 토대로 한 정답에 가까운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어떤 물감을 섞고, 빛의 3원색을 운운하거나 하는 색에 대한 기술적 지침을 이야기하는 책은 아니다. 대신에 조금 더 사적인 지침을 담고 있다. 색 하나하나를 문화, 역사, 그리고 사회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각자의 색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차원적인 직감, 그리고 어렴풋이 들었던 생각에 대한 확신을 한 스푼 얹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색은 주관적이고 감성적이다’(p.12)
누구나 마음속에 나만의 색 하나씩은 품고 살지 않는가? 나는 갈색을 늘 마음에 품고 살았다. 왠지 모르게 갈색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오묘하게 느껴지곤 했었기 때문에 좋아한다. 갈색의 문화적 의미로, 책은 ‘대지와 완련되어 있다. 이 색은 건강하고 안정적이다’(p.211)라고 나와있는데, 그러고 보니 나도 모르게 갈색을 좋아할 때, 흙 내음 나는 대지, 바스락거리는 흙을 떠올렸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내가 애정하는 갈색의 또 다른 이름들을 알게 되어서 또 좋았다. 커피, 초콜릿, 모카, 히코리, 그리고 마호가니. 갈색이라는 색의 다른 이름들이라고 생각하니 더 따뜻하게만 느껴진다. 커피와 초콜릿, 모카라니. 역시 갈색은 따뜻한 색이 아닐 수 없는 것 같다.
눈을 즐겁게 하는 다채로운 색들로 가득 채워진 <디자인을 위한 컬러 사전>은 ‘읽는다’라는 표현보다는 그저 ‘감상한다’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색에 담긴 이야기들과 함께 한 장 한 장, 색들을 보고 각자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게 하기 때문에. 당장 주위만 둘러보아도 주변엔 정말 다양한 색들이 있고, 그리고 그 색들을 바라볼 때, 이 책은 우리가 조금 더 풍부한 생각을 떠올릴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니, 색이 어렵게 느껴지는 (나 같은) 디자이너들이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