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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엑세쿠탄스 1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실망이라고 단정 짓기엔 당신의 이력과
당신에 대한 나의 신뢰가 너무 억울합니다.
언제나 당신을 믿었습니다.
당신의 논리를 차용하여 대학시절 '운동권'의 그물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작품은, 당신의 이름은 나에겐 자부심이고
내가 지성인임을 일깨워주는 척도였습니다.
다른 책들은 누렇게 바래면 곧장 버려졌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이름이 있는, 당신의 생각이,
당신의 방대한 지식과 유려한 필체가 서려 있는 책은 아무리 낡고,변색돼도
단 한권도 버리지 못하고 23년이 넘게 그대로 책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모습을 닮은 의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신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만으로
무한한 신뢰와 존경심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호모엑세쿠탄스' -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못한 상태로 마지막장을 덮었습니다.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표지의 작가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는 왜?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실앞에 현실임을 확인하기 위해 입으로, 말로 내뱉었습니다.
'왜 이러지? 이상하네?'
초등학교3학년인 아들이 돌아보며 물었습니다. 뭐가?
이문열씨의 작품세계를 나의 짧은 설명으로
그 애에게 이해시키는건 불가능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 작품은
몇문장으로도 설명이 되었습니다.
"엄마가 우리나라에서 글을 제일 잘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가장 존경하는 작가인데........"라는 말로 시작해서요.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쟎아요.
이름도, 역사도 너무나 동떨어진 유대역사를 읽고 또 읽으며
역시 세대초월,공간초월의 방대한 지식을 가진 대단한 작가야!
하지만''''' 하지만'''
점점 불안해지면서 소설의 남은 양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왜 꼭 이토록 길게 자세하게 써 졌을까?
우리와의 연관성이, 연결고리가 제대로 끼워질까?
이문열씨라면 가능하겠지?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끝까지 정말 끝까지 집중하며 읽었습니다.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까지도 이럴리가 없는데?
이럴 수는 없는데?
이문열인데? 설마?
설마가 사람 잡은 건가요?
저는 아직도 당신의 열렬한 지지자입니다.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또 어김없이 사서 읽을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이 언제까지나, 내가 죽을 때까지도
이어질 줄 알았는데 아닐 수도, 아니면 어쩌지?하는
불안함을 느끼게 된 것이 너무 슬픕니다.
당신의 삼국지를 열심히 보는 아이들을 얼마나
흐뭇하게 지켜보았는지 모릅니다.
'역시 내가 인정한 작가는 애들도 알아보는군'
하는 생각으로요.
이젠 마냥 흐뭇할 수 만을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힘내시고요.
당신이 애독자의 입장이 되어 다시 한번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