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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론 ㅣ 동서문화사 세계사상전집 26
맬서스 지음, 이서행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6년 9월
평점 :
아담 스미스의 계보를 이으면서 후일 다윈(1809~), 마르크스(1818~), 케인즈(1883~)등의 후학들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진 책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가레트 하딘의 1968년도 논문 ‘공유지의 비극’ 이론도 결국은 여기서 차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도 들 정도이다. 그만큼 이 책은 여러 학자들에게 두고두고 영향을 준 책이다.
토마스 로버트 맬서스(1766 ~ 1834)는 런던 남부에서 태어났는데 당시 집안은 꽤 잘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그가 후일 목사로 살았기 때문에 책에 지나치게 가정을 강조하고 난잡한 성 풍속을 경멸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혹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케임브리지대학의 킹스칼리지에 입학하였는데 그가 1학년일 때 교재로 쓰였던 페일리의 <도덕철학 및 정치철학의 원리>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인들이 흔히 <인구론>하면 가장 잘 알고 있는 두 가지 핵심사항이 있다. 첫째,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나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밖에 증가하지 않으므로 인구와 식량 사이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둘째, 여기에서 기근 ·빈곤 ·악덕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책은 맨 앞의 제1편(인구와 식량증가율)에서 인구론의 핵심으로 위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이론을 풀어나간다.
현재 세계인구가 10억이면 인류 총수는 1 - 2 - 4 - 8 - 16 - 32 - 64 - 128 - 256으로 늘어날 것이지만, 생존자원은 1 - 2 - 3 - 4 - 5 - 6 - 7 - 8 - 9로 늘어날 것이다. 200년 뒤에는 인구 대비 생존자원 비율은 256 대 9 ...(p22)
그러면서 그 해결책으로 타락한 풍습과 질병, 그리고 생존자원과 무관한 인간을 약화시키고 파괴하는 모든 정신적, 물질적 원인들을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물론 이것이 인구론의 핵심주장은 맞다. 하지만 ‘인구론’에는 우리들이 막연히 알고 있었던 것과는 다른 여러 가지의 주제들과 사상들이 담겨져 있다.
우선은 ‘인구론’이 단 한 번에 완성된 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들이 ‘인구론’을 검색하면 1798년에 출판되었다고 나오지만 이것은 처음 초판본이 나온 때를 말함이다. 맬서스는 그 후에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현재 우리가 읽고 있는 6판을 26년 만인 1824년에야 완성하였는데, 이것은 분량으로 치자면 초판본 분량의 무려 다섯 배에 달한다. 그러니까 맬서스는 초판본에서 ‘인구론’의 아주 핵심적인 내용과 연구 방향만을 밝혔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인구론의 내용이 아주 방대하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위의 두 가지 명제(또는 핵심 사항)은 아주 단편적인 결론일 뿐이다. 그는 이러한 결론을 유도해 내기 위하여 2편과 3편에서(책은 모두 4편으로 되어 있다) 전 세계의 생활습관을 장장 300여 페이지에 걸쳐서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야만사회의 경우, 아메리카 인디언의 경우, 미크로네시아 군도의 경우, 고대 북유럽의 경우, 북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근대 유목국가의 경우, 아프리카의 경우, 시베리아의 경우, 인도, 중국, 일본의 경우까지, 정말 거의 전 세계의 결혼 및 생활습관을 분석하고 있으며, 그들 각 지역의 출생과 사망에 관한 통계를 여러 학자들이나 선교사들의 보고서를 인용하여 분석하고 있다.
프랑스의 인구 증가를 설명하는 통계가 재미있다. 1820년의 출생 수 957,875, 사망 수 764,848, 혼인 수 218,917, 사망 대비 초과 출생 수 193,027인데, 여기서 초과출생 수를 대략 20만으로 단순화 해 볼 경우 매 25년마다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한다는(20년 후면 3천만) 그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당시의 프랑스 인구가 3,045만 명이라고 하는 통계는 <프랑스 사>에서 소개하고 있는 인구 숫자와도 일치한다.
그러면 책에서 강조하는 부분들을 아주 간략하게 살펴보자.
①전쟁, 야만성, 폭력, 강간, 식인습관, 불결한 위생상태, 전염병 창궐과 같은 원인들이 인구를 감소시킨다.
②유목민에게는 강한 이동능력이 있는데, 그것을 곧 전투능력이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476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것도 결국은 훈족의 이동이 게르만족의 연쇄 이동을 불러 온 때문이었다.
③중동-아프리카 지역에는 무더위로 인한 게으름이 만연해 있으며 여자들은 조혼으로 인하여 11살부터 아이를 낳기 시작한다.
④중국은 땅이 비옥하고 통치자가 농업을 장려하는 문화가 있다. 이것이 인구 증가에 기여한다.
⓹그리스-로마의 경우는 많은 숫자의 노예가 인구 증가에 방해요인으로 작용한다.
⑥터키-페르시아의 경우는 일부다처제 때문에 남자의 정력이 30세 전후면 고갈된다.
⑦조혼이 성행하는 가난한 나라의 사망률(1:20)은 교육이 좋고 부유한 나라의 사망률(1:40)보다 두 배의 차이가 난다.
⑧질병은 자연재해가 아니다. 불결과 게으름 - 전염병 창궐 - 인구 다수 사망 - 하수도 확충 - 위생개선 - 통풍 개선 - 전염병 근절 - 인구증가의 선순환도 가능하다.
⑨구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 속에서 양육되어야 한다. 사생아들은 일찍 죽는다.
맬서스는 책의 제3편에서 책 전체 분량의 1/3을 할애하여 구빈법 제도를 설명하고 있다. ‘영국 엘리자베스 빈민법’ 또는 ‘구빈법’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1500년대부터 시행되어 왔는데, 그는 영국뿐만이 아니라 아일랜드, 스웨덴, 프랑스, 네델란드, 독일, 노르웨이 등등의 다양한 제도를 연구하고 나서, 구빈법은 국가 전체의 자원을 감소시킴으로 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며, 극단적인 가난은 구빈제도의 존재와는 상관없이 어떤 인간의 방법과 노력으로도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기부금과 같은 강제행위는 결국 그것이 물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가장 먼저 지적할 것은, 기부금의 강제적 납부는 필연적으로 노동에 대한 간접세와 동일한 작용을 하며, 애덤 스미스가 적절히 언급한 바와 같이, 결국 이를 부담하는 것은, 그것도 더욱 값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노동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라는 점이다. 결국 이 정책은 구빈세를 높아진 인건비와 물가로 대체하는 셈이 된다.(p515)
요즘의 우리나라에서 만연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복지제도를 수립하고 집행하는 정부 부서들이 참고해 볼만한 구절이다. 물론 지금 우리는 인구증가가 문제가 아니라 인구감소를 걱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맬서스의 ‘인구론’은 두고두고 곱씹어 보아야 할 명저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다음 결론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내용이다.
“인간의 이기심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p550 전체 내용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