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의 증언
나경원 지음 / 백년동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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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올바른 정치인의 올바른 생각을 읽었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판사 생활을 하다가 정계에 입문하여 4선 의원으로 자유한국당(현재 국민의힘) 원내총무를 역임했던 나경원 전 의원의 에세이이다.

나의 서재에는 많은 정치인들의 회고록 또는 자서전이 있다. 이승만, 박정희, 노무현, 김영삼, 전두환, 김대중, 이인제, 이명박, 박근혜 등등, 그 여러 책들 중에서도 이 책은 비록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한 정치인의 생각을 가장 사실적으로 솔직하게 표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기나 자서전은 본인이 자신의 양심을 걸고 집필하는 책이다. 비록 그것이 본인 스스로가 썼던 아니면 다른 대필 작가의 손을 빌렸던 간에 솔직하게 쓴다라는 사상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어떤 책들은 읽으면서 무언가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하여서 썼다는 의심이 들었다. 내가 그 사람에 대하여 알고 있는 것은 그게 아닌데, 분명 자서전에는 그렇게 써 놓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상당히 사실적이고 솔직하다. 본인이 시종일관하게 견지하여 온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제도를 옹호하면서 일반적인 상식에 근거하여 정치를 해 보려는 저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몇 군데를 살펴보겠다.

나는 대법원의 강제징용판결이 옳은가 그른가를 가릴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대법원 판결이 수년간 미루어져 온 것을 사법자제리는 법리로 옹호할 생각도 없다. (...) 나는 바로 이러한 점에 비추어 문재인 정권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정치적으로 필요로 했다고 하는 것이다.(pp68 ~ 69)

위 글은 강제징용판결을 사법농단이라고 몰아세우면서 정략적으로 이용하였다는 저자의 생각을 밝힌 부분이다. 내가 알기로도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우리는 무상으로 3억 달러를 받았다. 그해의 우리나라 무역액이 30억 달러 정도였다니까, 일 년 무역액의 10%를 배상금 형식으로 무상으로 준 셈이다. 그 금액을 올해 우리나라의 무역액으로 환산해 보자. 2020년 무역액 1조 달러의 10%1천 억 달러, , 환화로 치면 120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거금이다. 가령 서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 우리가 과거에 일본에게 몹쓸 짓을 하였다고 치고 지금 120조 원을 배상금으로 주었는데, 50, 70년이 지난 다음에 그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다시 더 내놓으라고 하면 그것이 과연 온당한 처사인가? 그 돈으로 우리가 고속도로도 닦고 포항제철도 세우고 해서 산업을 일으킨 것 아닌가?

한번 서울을 보십시오. 저 높은 빌딩, 우리는 대한민국의 역사가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는 위대한 역사를 가진 민족입니다. 우리는 전쟁의 폐허, 가난과 절망의 늪 위에 풍요와 긍정의 땅을 일군 역사의 주인공들입니다. (...)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뭐라고 했습니까? ‘독재의 후예라고 했습니다. 3대 세습 독재에 나 몰라라 하고, 북한 인권 나 몰라라 하는 문재인 대통령, 그런 말 할 자격 있습니까? 오히려 지금 좌파 독재를 곳곳에서 펼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야말로 좌파 독재의 화신이 아닙니까?(p147)

위 글은 201910월 광화문집회 때에 나경원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내가 1979~ 1980년에 현대차 포니를 수출한다고 돌아다닐 때에 중동과 아프리카를 다녀보면, 한국은 대사관조차도 변변히 없었다. 어떤 나라에는 그저 영사관이라고 해서 호텔에 방 하나 빌려서 태극기 걸어 놓고 거기서 영사 혼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나라도 있었다. 반면에 북한은 대사관 건물의 담장이 무려 100m가 넘었다. 그것도 번화가의 쉐라톤 호텔 바로 옆에 그렇게 번듯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는 우리나라가 북한에 한참 뒤져 있다고 했고 또 우리들도 그런 말을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고 지냈다. 그런 대한민국을 불과 반세기 만에 이렇게 눈부시게 발전시켜 놓은 것이다. 다 시장경제의 힘이요, 위대한 지도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엄마 꿈 깨!”

나는 이 말이, 딸이 엄마인 나경원 의원에게 한 말인 줄로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나경원 의원의 딸이 다니는 학교의 교장이 한 말이란다. 저자의 딸이 다운증후군이 있다는데 받아주려고 하는 학교가 없어서 동부서주 하던 중, 어렵사리 어느 사립초등학교의 교장선생님과 면담이 잡혔단다. 아이를 입학시키려고 원서를 써서 들고 간 김에 교장선생님으로부터 확인을 받고 싶었단다.

그날 교장실에서 겪은 일은 나를 180도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책상 뒤로 교장선생님이 앉아계셨다. 이 분야 교육의 개척자로 잘 알려진, 인터넷 검색 창에 넣으면 주루륵 뜨는 이름이다. 그 교장 선생님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장애 아이를 교육시킨다고 해서 보통 아이처럼 되는 줄 알아? 꿈 깨!”

나는 꿈이 깨졌고 꿈에서 깨어났다. 장애를 가진 딸을 반듯하게 교육시켜서 꼭 결실을 맺겠다는 꿈이 아니었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교육자라면 모름지기 보듬어주지 않을까 하는 꿈이 깨졌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세상은 충분히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꿈에서 깨어났다.(p196)

그때까지만 해도 꼼짝도 않고 오히려 장애아를 가진 학부모라고 무시하던 교육청과 학교 측에서, 저자가 자신이 판사라는 신분을 밝히자, 그 때서야 겨우 태도가 바뀌더라는 현실을 고발한 대목이다.

다음은 책에 부록으로 삽입한 무너지는 헌법가치 국민과 함께 지켜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20193월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 중 일부이다.

(...) 이 위대한 대한민국이 좌파 정권에 의해 무너지고 있습니다. 국민을 편 가르는 정치, 당장의 인기에만 집착하는 정치, 정의의 논리를 독점하며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는 정치, 과거에 얽매여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정치, 동맹의 소중함과 역사의 교훈을 무시하는 정치...... 바로 그런 정치가 이 나라를 뿌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나경원 전 의원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또 그녀의 미래가 어떻게 풀려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낙선의원 변호사로서의 인생을 살게 될지, 또는 다시 정계로 돌아와서 서울시장이 될지, 아니면 더 큰 일까지도 할지는 오직 신만이 일고 계시리라. 그러나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실제로 우리나라의 변화를 체험하고 목격한 사람으로서, 이런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앞으로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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