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의 한뼘스토리
황경신 지음 / 북하우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책에는 총 41편의 짧으면서도 여운이 남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이 책은 어쿠스틱 인디밴드 앨범 한 장 듣는거 같은 느낌이 난다. 여린 소녀가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보는 듯한, 가냘픈 목소리로 소근대는 그런 느낌 말이다. 작가 황경신 특유의 묘사법이 그런 느낌을 내는데 한 몫 톡톡히 하지 않았나 싶다. 예를 들어, 바에 앉아 친구가 오길 기다리면서 마신 한 맥주병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주 인상적인 맛이었어. 처음에는 약간 달콤한 것 같았는데 나중에는 쌉쌀한 맛이 돌고, 독한 듯하면서도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갔지. 그런데 이상한 건, 맥주가 목으로 넘어가는 것과 동시에 그 맛이 아련해져버리는 거야.


이 이야기는 여름에 속해있는 '소나기'의 일부다. 줄거리는 한 편의 미스테리 같다. 친구를 기다리면서 옆에 앉아있던 남자와 맥주를 나누어 마신다. 아무 말도 없이. 잠시 자리를 피한 사이 남자는 사라지고 친구가 와 있었다. 주인공은 친구와 그가 누구였을지 생각해보면서 자신들의 엣 추억을 되살려보는 걸로 끝이 난다. 어떻게 보면 앞과 끝이 없다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게 황경신 글의 매력같다. 짧으면서도 여운이 남고, 상상을 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게 하는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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