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말을 하는 곳
윤병무 지음, 이철형 그림 / 국수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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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말을 하는 곳

 

 

윤병무 글 / 이철형 그림 / 국수

 

 

 

눈속말이라....

귓속말이 아닌 눈속말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고

왠지 그 느낌이 온다.

눈속말을 하는 곳...

 

 

 

 

표지부터 살펴보자..

작은 툇마루가 있는 한옥인가보다..

창호지가 발라져있는 문과 문고리..

흑백그림중 오롯이 색상이 입혀진 신발 한켤레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그리고 이 소복소복 내리고 바둑이 밥그릇이 놓여있다.

왠지 추운 날씨이지만 따뜻한 느낌...

이렇게 눈속말을 하는 곳을 만났다..

 

 

 

허니에듀 서평단에 운좋게 뽑혀서

윤병무님의 자필 사인이 담긴 책을 받게 되었다.

감각있는 색상의 펜과 서체가 작가님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윤병무 님은 직업은 출판인, 퇴근하면 시인이시다.

지난 3년간 휴일은 물론 퇴근 직후부터 출근 직전까지 주로 산문가로 지내셨다. 전동열차와 마을버스, 집근처 공원벤치, 집안 화장실 좌변기가 작가님의 책상이였고 원고지는 스마트폰 메모앱, 펜은 양손엄지였다.

이렇게 153편의 산문을 연재하고 그중 "장소"에 대한 글만 추려서 이 책에 묶었다 하신다.  장소없는 시간이 있을 지 몰라도 시간 없는 장소는 없기에 이책 속의 장소이야기는 시간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시간은 역사이기도 추억이기도 당장이기도 하다.

 

 

이책의 순서는 3부의 순서대로 이야기한다.

1부. 곳

점집, 버스정류장, 국숫집, 영화관, 고찰, 철도역, 우편함, 횡단보도, 묘소, 맥줏집

2부. 곳곳

집골목, 펜션, 야영지, 엘리베이터, 외가, 맛집, 다락방, 전통시장, 미용실과 이발소, 처가

3부. 곡곡

서점, 빈소, 공중전화 부스, 사무실, 본점과 분점, 옥상, 안마원, 상설의류 할인매장, 화장실, 산책공원

 

더불어 이철형님의 따뜻하고 감성적인 연필화 삽화가 더욱 눈속말을 머릿속에 상상하고 그리게 되고 추억을 되새김하게끔 해준다.

이 책의 그림.... 너무 좋다...

 

 

나열된 장소만 보아도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장소도 있지만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곳들도 있다.

그 이름만 나지막히 불러보아도 감성이고 추억이다.

 

 

그중에서 몇군데에서 들려주는 눈속말을 들어보려한다.

 

 

왕복을 해도 늘 편도인 곳 : 버스정류장

 

요즘에야 바로 코앞을 가도 차를 운전해서 슝.. 가게 되지만

예전에는 정말 하루에도 몇번이고 버스정류장에서의 시간이 있었다.

 

작가님이 이야기 했듯이 왕복을 해도 늘 편도인 곳..

따뜻한 그림 한컷과 덧말로 이어지는 눈속말...

버스정류장에 누군가 흘리고 간 열쇠꾸러미의 사연은 무엇일지...

 

 

 

작가님은 이야기하신다.

인생은 편도용 승차권 한장만 손에 쥐고 가는 행로이기에 그 길에는 왕복 승차권이 없어 그 누구도 떠났던 곳으로 되돌아 올수 없다. 어떤 이는 환승없이 줄곧 타고 가고 또 어떤 이는 어는 승장강에 내려 다른 노선으로 갈아탄다.

 

 

그렇다.. 인생은 편도행 여행...

찬찬히 나의 편도행 여행을 뒤돌아보니

환승도 하고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쉬었다 가기도 하고

멀미도 하고

꾸벅꾸벅 차에서 졸기도 하고 자기도 하고

즐거운 여행이기도 하다.

 

 

 

 

신앙이 없이도 눈속말을 하는 곳 : 고찰

 

우리가 유럽 여행을 가더라도 그곳의 성당을 찾아가서 둘러보고 숭고함과 경건함을 느끼고 오듯이

우리의 고찰에서도 신앙이 없어도 그곳의 분위기와 그곳에서 전하는 눈속말을 보고 느끼고 오게 된다.

그러면 그것이 힐링이고 한참을 생활하는 힘이 되어준다.

 

내가 한참전 강화도의 전등사를 찾았을 때도 그곳에서의 눈속말을 잘 보고 왔던 기억이 있다.

나도 물론 종교가 없지만 고찰에서 느끼는 느낌과 눈속말은 아직까지도 그 고즈넉한 분위기와 차분함은 나의 마음을 다독여준다.

 

 

덧말에서 작가님은 이야기 하신다.

눈속말이라는 낯선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귀에 소곤대는 말이 귓속말이면 자기 마음을 누군가와 눈으로 주고받는 말은 눈속말입니다.

눈속말은 눈으로 하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언어가 아닙니다.

그래서 상대의 눈빛과 표정만으로 마음을 읽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아.....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의 눈속말...

그것은 진정으로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고 에너지가 되어줌이 틀림없다.

누군가가 해주는 설탕발림 이야기가 아니라

그 느낌과 눈으로 느껴지는 눈속말..

눈속말을 지긋이 해줄 수 있는 따뜻하게 눈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돈 몇십원으로 언어 예절을 배웠던 곳 : 공중전화 부스

 

요즘에야 거의 모든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어서 찾아보기 힘든 곳이지만

예전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공중전화 부스는 정말 요즘말로 핫 스팟이었다. 줄을 길게 서있었고 앞 사람이 길게 사용하면 뒷사람은 발을 동동 굴렀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뒷사람이 들을까 그 더위에도 부스 문을 꼭 닫고는 이야기 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단돈 몇십원으로 언어예절을 배웠던 곳이다.

좋은 일이 있어도 공중전화 부스로 뛰어 들어갔고

위로받고 싶은 일이 있어도 공중전화 부스로 뛰어 들어갔으며

가족과 친구와 함께 하하호호 아무 일이 없어도 그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공중전화 부스로 뛰어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곳이지만

그곳에서의 추억과 작가님이 덧말에서 이야기 했듯이 누군지 모르는 상대방의 전화와 그곳에서 들려오는 노래, 귀속말도 이제는 볼 수 없는 눈속말이 되어 버린듯 하다.

 

 

 

오롯이 나 혼자 있는 유일한 곳 : 화장실

 

화장실을 뜻하는 영어 toilet은 프랑스어 toile이 변형된 말인데 그 뜻은 망토라 한다. 수백년전 프랑스에서 망토와 양동이를 들고 다니며 용변이 급한 행인에게 즉석 화장실을 제공하고 밥벌이를 했던 직업인에게서 만들어진 말이라 한다. 이처럼 화장실은 그 옛날부터 오롯이 혼자만의 공간인 것이다. 사람이 엄청 나게 많은 곳에서도 공중화장실 한칸은 나 혼자만의 공간이니 말이다.

그곳에서 무엇을 하던 어떻게 사용을 하던 그것은 오롯이 우리의 개개인인 나에게 달렸다고 작가님은 눈속말을 하신다.

그렇다.  공중화장실이던 집안의 화장실이던 나만의 공간이고 나만의 시간이다.

혼자만의 공간 혼자만의 시간에서 많은 생각과 많은 일들을 한다.

나역시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아이엄마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아이가 어렸을 때는 볼일을 볼때도 화장실 문을 열어놓아야 했고 그때는 정말로 화장실의 나만의 공간임이 너무나 절실했고 그 소중함을 느꼈다.

 

 

 

이렇게 눈속말을 하는 곳에서는 여러 장소에서의 에피소드와 추억 그리고 이야기하는 무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책이다.

그저 따뜻하고

그저 머리아픔 없이

그저 행복하게 미소지어지는 책이다.

이렇게 추워지는 겨울날

따뜻한 커피한잔과 눈속말을 하는 곳을 만나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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