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기일지 ㅣ 은행나무 시리즈 N° 24
이선진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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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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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진진주는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할 때 ‘나’ 대신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 마치 다른 사람을 바라보듯 스스로에게 거리를 두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다.

처음에는 그저 독특한 말버릇처럼 보이는데,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그것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진주가 만들어 놓은 자신만의 방어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진주의 일상에 다섯 살 조카 석기가 들어온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엉뚱한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아이.
진주는 석기와 함께하는 동안 오래 전에 묻어두었던 기억과
자신의 어린 시절을 조금씩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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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보다 문장이었다.
비유와 상징적인 표현이 많고, 익숙한 단어의 의미를 비틀거나
새롭게 정의하는 문장도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솔직히 어떤 문장은 한 번에 이해되지 않아 다시 읽기도 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문장의 의미를 헤아리느라 멈추게 되는 순간도 많았다.

조금 난해하다고 느끼면서도, 이상하게 그 ‘멈춤’이 이 소설의 매력처럼 느껴졌다.

쉽게 읽고 지나가기보다 ‘이 말은 무슨 의미일까?’,
인물이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를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제목에 담긴 ‘잃는다’는 말의 의미도 읽을수록 조금씩 달라진다. 누군가를 잃는 것, 기억을 잃는 것, 자기 자신을 잃는 것이란...

진주가 지나온 시간 역시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는 과정이라기보다, 오랫동안 외면했던 자신의 슬픔까지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모든 문장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한 문장 앞에 오래 머물며
나름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었던 소설이다.

빨리 읽어내기보다 자꾸 멈추게 하고,
그 멈춤 속에서 ‘잃는다는 것’과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여기에
책과 함께 받은 ‘교환사전’ 노트도 매력적이다.
어린 시절 진주가 친구이자 첫사랑인 펄과 함께
단어에 자신들만의 의미를 붙여 써 내려갔던 교환 사전을
직접 써볼 수 있도록 만든 굿즈다.

익숙한 단어 하나를 골라서
사전에는 없는 ‘나만의 뜻’을 붙여보는 것도
이 소설을 조금 더 오래 간직하는 방법이 될 것 같다.

단어와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이야기 속에서 나를 찾아 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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