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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파파와 바다 ㅣ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7
토베 얀손 지음, 허서윤.최정근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4월
평점 :
이 책은 무민 이야기가 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적절한 답을 찾기에 가장 적절했던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싶다.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고 “무민”이 그려진 상품들을 하나씩 사 모으면서도
“무민”이 속한 세계에 대해서는 별로. 그다지. 알려고 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었던 나.
“무민 파파와 바다”를 통해 “무민”뿐 만 아니라 “무민 가족”이 우리에게 던지려고 하는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무민”은 따뜻함이 극대화된 소설이 아니며, 어떤 말 한마디로 가슴속에 평생 동안 남겨질 명언을 남기는 소설도 아니다. “무민”을 통해 다른 소설에서 느낄 만한 것들을 찾고자 했다면 오히려 “무민”이라는 소설에 회의감을 느끼거나 이 책 자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민”이 나오는 다른 작품들을 읽으면서 호의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했던 나에게 이번 <무민 파파와 바다>는 내게 새로운 각도로 이 책을 들여다보게 도와준 것 같다.
무민 가족의 삶은 현실의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해 그렸다고 보인다. 물론 이것이 현대화되고 물질문명이 팽배한 인간이라는 형체로 삶을 살아가는 존재에 일대일로 대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무민 가족은 그들이 속한 사회에서 하얀색의 귀여운 트롤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보통의 삶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존재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 공간에서 보내는 삶과 시간은 인간의 것과 같은 형태로 흘러가고 있으며 삶을 통해 느끼는 감정은 똑같이 공유한다. 인간 삶의 사실적 투영이라고 해야 할까? 공간적 요소와 정체성을 인간의 것과 다르게 살짝 틀어버림으로써 우리가 삶 속에서 별것이 아니라고 치부하며 지나쳐버렸을 감정, 추억 등을 끄집어 낼 수 있게 만들어준다. 우리가 일찍이 읽어왔던 다른 소설들 혹은 동화와는 다르게 무민 가족의 삶은 무지갯빛 속의 달콤한 이야기만을 전개하는 방식이 아닌 빛과 그림자가 모두 살아 숨 쉬는 공간에서 이야기들이 흘러가고 있다.
독자들은 때로는 빛 속에서, 때로는 어둠 속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찾아 흩어진 조각을 맞출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퍼즐을 어떻게 끼워 맞추는가?에 따라 우리가 “무민 가족”을 좋아하게 되는 그 특별한 이유도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 같다.
<무민 파파와 바다>는 가족을 위해 쉴 새 없이 걱정을 하는 무민 파파의 소원대로 그가 살고 싶어 하는 섬으로의 이동, 그곳에서의 삶이 주된 이야기를 차지한다. 등불이 더 이상 켜지지 않는 등대, 새로운 공간에서 만난 어부와 해마들, 그리고 그곳까지 따라온 그로크. 그리고 무민 가족들의 새로운 삶...
어쩌면 사소하고 맥락 없는 이야기처럼 들려올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속에서 나의 어린 시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아버지의 희망으로 인한 이사.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적응을 시도해야만 했던 나의 학창시절.
과거의 추억은 음지에서 나를 기다리고, 새로움에 혹하다가도 어쩔 수 없는 슬픔을 감당하기도 했어야 했던.
나의 어린 시절과 무민의 섬 적응기.
무민 엄마의 말처럼 그곳은 " 우리가 괴로움도 즐거움도 함께 맛보며 살아가게 될 곳"이었다.
그리고 나는 무민이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것이 한순간에 바뀌기도 하고..."아무 이유도 없이 모든 게 정반대로 바뀔 수 있다니... 그냥 그렇게 돼 버렸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힘들어서 회피하기도 했다."무민은 혼잣말을 했다. 내일 생각할래. 지금은 머릿속이 꽉 차서 안 되겠어."
나의 조각은 무민의 말들과 함께 퍼즐을 맞춰가며 하나의 결말을 향해 나아갔다.
등대가 다시 어두운 바다를 비추기 시작했듯이 나 또한 이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보았고 또 다른 나의 삶도 이렇게 변화해 나갈 것임을, 등불이 다시금 비칠 것임을 기약하며 또다시 시작되고 있는 듯하다.
무민과 만나고 있을 다른 누군가는 어떠한 퍼즐을 찾았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어부가 돌아서서 무민파파파를 바라보다니 말했다.
"이제 기억납니다. 우리가 모자를 바꿔 썼네요."
어부가 모자를 벗어 들어 무민 파파에게 내밀었다. 둘은 말없이 모자를 바꾸어 썼다. 등대지기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