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꽤 긴 통화를 마치면서 뭔가를 고백하듯 말했다."그래요. 당신이 곁에 있어 참 다행인 것 같아요. 나도 당신 덕분에 버티고 있나 봐요."나는 이 말을 듣고 괜스레 가슴이 울렁거렸다. 한편으론 의문도 들었다. 아니, 환자의 보호자가 환자 덕분에 버틴다니, 무슨 말이지? - P109
위로는,헤아림이라는 땅 위에피는 꽃이다.상대에 대한 ‘앎‘이 빠져 있는 위로는 되레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상대의 감정을 찬찬히 느낀 다음, 슬픔을 달래 줄 따뜻한 말을 조금 느린 박자로 꺼내도 늦지 않을 거라고 본다. - P70
주위를 둘러보면 영화 속 마스터처럼 깊은 상처가있을 법한 사람들은 타인을 향해 섣부른 위로를 하지않는 듯하다.그들은 위로를 정제한다. 위로의 말에서 불순물을 걸러낸다고 할까. 단어와 문장을 분쇄기에 넣은 뒤 발효와 숙성을 거친 다음 입 밖으로 조심스레 꺼내는 느낌이다 - P69
자식이 세상 풍파를 겪을수록 빗줄기는 굵어지고 축축한 옷은 납처럼 무거워진다. 그러는 사이 부모는 우산 밖으로 밀려난다. 조금씩 조금씩, 어쩔 수 없이. - P65
대지에 발을 붙이고 사는 사람치고 사연 없는 이가없다.아무리 보잘것없는 몸뚱어리의 소유자라 할지라도우주만 한 크기의 사연 하나쯤은 가슴속 깊이 소중하게간직한 채 살아가기 마련이다.다만, 그러한 사정과 까닭을 너그럽게 들어줄 사람이많지 않은 게 현실인 듯하다. 우리 마음속에 그럴 만한여유가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 가슴에 그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는 커다란 구멍이 나 있기 때문일까. 가끔은 아쉽기만 하다. - P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