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인가, 베이징인가?
김병기 지음 / 어문학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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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북경인가, 베이징인가? 

부제 : 한글전용과 중국의 지명 인명에 대한 원음주의 표기 비판

저자 : 김병기(전북대학교 중어중문과 교수)

출판 : 어문학사, 2016



예전에는 한글 전용과 한자 교육 문제에 대한 논쟁을 들으면, 교육관련 종사자들의 ‘밥그릇 싸움’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이 아주 편협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는 책 한권으로 충분했다 . 바로 <북경인가, 베이징인가? - 한글전용과 중국의 지명 인명에 대한 원음주의 표기 비판>이라는 책이 그것이다. 전북대 중어중문과 교수인 저자 김병기는 이 책을 통해 이전에 ‘북경(北京)’으로 익숙하게 읽어오던 중국지명을 1997넌 원음주의 표기원칙으로  ‘베이징’이라고 표기해서 그 뜻과 의미를 쉽게 알 수 없으며 표기나 발음에도 불편을 초래하는 상황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다. 


즉, 수천년간 우리의 문자로 사용해온 한자는 우리의 문자이지 중국만의 문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그동안 줄곧 한자로 사용하던 북경, 남경, 상해, 심양, 주은래, 모택동 등의 중국 인명과 지명을 하루아침에 중국어 발음으로 표기하는 것은 과거 역사와 문화를 부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원음주의 표기방식을 고집하는 것을 중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십수년전 내가 대학 다닐때의 일이다. 법학 전공이었던 나는 교과서를 처음 접하고 놀랐다. 책의 하얀 부분은 종이이고, 검은 부분은 대부분 한자였기 때문이다. 일부 접속사는 한글로 되어 있었지만 대부분 한자로만 쓰여져 있었던 것이다. 물론 교수님들이 수업을 할때에도 칠판에 한자로 필기를 했다. 학생인 나는 당연히 시험지에도 한자를 많이 써야 했다. 이전에는 읽던 책이 대부분 한글로 되어 있었는데, 전공서적은 전부 한자로 되어 있으니 예전 한글보다 읽는데 시간은 많이 걸렸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읽는데 시간이 걸리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한자로 된 교과서는 그 의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왜냐하면 한자는 한글과 달리 소리글자가 아닌 의미글자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년간 공부를 하다가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복학하니 법률 교과서의 한글화가 많이 진전되었다. 훨씬 한자가 적게 쓰여서 읽는데 속도는 빨라졌지만 의미 파악하는데 는 오히려 시간이 더 걸렸던 기억이 난다.물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한글을 사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수천년간 한자로 사용한 우리말의 의미를 정확히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글과 한자를 병용하여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2차세계 대전후 동아시아국가의 어문정책에서 미국과 소련의 간섭을 받았던, 중국, 한국, 북한, 일본의 사례를 들어 한자 말살이라는 공통적인 정책을 고집했으나 결국은 실패하고 다시 한자를 중시하는 교육으로 전환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한자는 중국문자나 외국의 문자가 아니다. 이미 우리의 문자이고 우리의 문화이다. 더욱이 한글과 한자를 결합하면 새로운 문화와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글 전용이라는 우물안 개구리의 시각에서 벗어나 우리의 것인 한자를 한글과 공생하도록 하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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