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 리더십 - 위대한 마에스트로는 어떻게 사람을 경영하는가
이타이 탈감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단군이래 최악의 출판불황이라고 하지만, 리더십에 대한 책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먹고 살기 어려운데 왜 그럴까? 그것은 훌륭한 리더, 존경받는 리더를 갈구하는 사람들의 열망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리더들은 많은 ‘시련’을 겪고 있다. 이합집산이 빈번한 정치권의 경우는 그렇다 치더라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미래다’라는 메시지로 공익광고를 했던 어느 대기업의 경우에는 신입사원들까지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의 행동으로 그 기업의 대표이사 회장의 소탈한 이미지와 시원시원한 리더십에 먹칠을 끼얹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그 재벌그룹이 속임수를 썼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그동안의 ‘포장’된 행동은 진정성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서 얼마전 나온 <마에스트로 리더십>은 기업인이 아닌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집필한 리더십 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저자 이타이 탈감은 이스라엘 출신의 오케스트라 지휘자이다. 데뷔이래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라이프치히 오페라 하우스 등 여러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왔다. 특이하게도 지휘 외에도 그는 여러 기업과 정부기관에서 리더십 강의를 해왔고 TED강연을 통해 더욱 유명해졌다. 우리나라는 주로 프로야구팀의 감독들이 리더십에 대해 책을 내거나 강연을 하는 경우가 많다. 김인식 감독, 김성근 감독과 같은 감독경력이 많은 사람들이 리더십 강연을 하는 일은 자주 있었다. 그런데 음악 종사자가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이채로운 풍경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저자는 리더십이란 집단의 노력을 강화시키면서 동시에 개인들의 기회도 넓혀주는 능력이라고 한다. 당신이 제로(0)를 보기만 한다면 그건 그냥 제로이다. 하지만 당신이 제로를 투시하여 본다면 당신은 무한을 보게 된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 저자는 3요소를 강조한다.
첫째, 무지(ignorance)이다. 무지는 새로운 공간을 탐구하려는 의지를 포함한다.
둘째, 간격(gap)이다. 간격은 발굴되기를 기다리는 감추어진 잠재력을 품고 있다.
셋째, 으뜸음 듣기(keynote listening)이다. 이것은 견해와 어젠다를 바꿀 수 있는 듣기를 말한다. 사람들이 대화 중에 그들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하지만, 저자에 의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자신이 전문분야에 대해 잘 알고 정통하다 하더라도, 기존의 지식을 내려놓고 무지를 포용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하며, 그것이 새로운 리더십 자산을 얻게 해주는 전환점이 된다고 한다.

 

저자는 위대한 작품들은 각자 예측불허의 요소를 품고 있어서 그것을 다른 것과 구분시키고 독특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런 간격이 있기 때문에 베토벤 당시 평범한 작곡가들이 작곡한 수백곡의 교향곡들은 오늘날 잊혀졌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을 주문한다.

 “지도자인 당신이 무지를 선택하는 것은 부하 직원들의 학습 과정에 집중하여 그들의 자율적 발견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고, 으뜸음 듣기는 의견 교환의 공간을 만들어내어 유지해주고, 간격에 대한 수용은 당신과 부하들로 하여금 더 많은 간격을 발견하고 창조하게 하여, 거기서 생겨나는 에너지로 탐구와 의견 교환을 더욱 활발하게 하려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243쪽)

 

책 후반부에서 저자는 지휘자들이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는지 여섯명의 마에스트로 지휘자를 소개하며 부연설명하고 있다. 크게는 규칙을 강조하는 지휘자(무티, 토스카니니, 슈트라우스)와 의미를 중시하는 지휘자(카라얀, 클라이버, 번스타인) 그룹으로 분류했다. 특히 저자의 스승인 번스타인이 리허설을 앞서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일일이 관심을 표하고 인간적으로 친하게 지내려 했던 점, 개성이 넘치는 피아노 연주자인 글렌 굴드를 인정하는 모습 등의 일화도 흥미롭다.

 

경영과 리더십 책을 자주 접하는 사람으로서 <마에스트로 리더십>은 다른 리더십책에 비해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전문용어가 아닌 일반적인 용어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오히려 전문용어와 연계하려는 습관 탓이었을 것이다. 오히려 리더십에 관심있는 일반 독자에게 이책은 더 적절할 것 같다. 다행히 저자는 비록 음악을 잘 모르더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저자와 으뜸음 듣기를 해놓았다. 우리나라의 음악 거장들에게서도 이런 책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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