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 21세기 분배의 상상력
김만권 지음 / 여문책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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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69 : 1,754’

 

앞의 숫자는 국내 취업자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이고, 뒤의 숫자는 OECD 35개 회원국 연평균 노동시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려 315 시간이나 더 많이 일을 했다는 뜻이다.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OECD 국가들중 우리는 평균 회원국보다 38일, 즉 한달 하고도 8일 더 일했다는 것이고, 독일하고 비교하면 무려 90일 석달을 더 일한 셈이다.


 열심히 일을 하면 성공한다는 신화는 빛바랜 사진처럼 아련한 과거의 이야기 같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청년들에게 익숙한 암담한 현실도 그렇다. 그렇지만 어둠이 지나면 새벽이 오는 법. 서울시나 성남시에서 여러 가지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나오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기본소득’ 개념이다. 기본소득은 매달 최소한의 소득을 조건 없이 주겠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주입식 교육을 받았는데 말이다. 그런데 기본소득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이제 ‘기초자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것은 먼 미래를 보고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종자돈을 조건없이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던지는 말도 안되는 공약이 아닐까 의심도 든다. 그러나 이것이 여러 나라에서 진지하게 실험되고 있고 정책으로 시행된 적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더구나 ‘기본소득’을 강조하는 것은, “빨갱이”들이 아니라, 2016년을 전후해서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갑부들이 주장한 것이기도 하다. 전기차 테슬라의 CEO 엘른 머스크,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등과 같은 톱 클래스 경영자들이 강조했다. 빨갱이들이 아닌, 자본주의 논리에 충실한 기업가들의 주장이란 말이다.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책에서 저자는 기본소득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시민에게 무조건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기본소득에 다른 소득을 늘려 총소득을 늘리게 하자’는 것이다.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하기 싫은 일을 안 해도 될 자유가 생기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을 찾아서 하기 때문에 그만큼 삶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어떻게 보면 생활비를 주는 것은 인간의 일자리를 인공지능과 같은 기계가 대처하니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근로의욕이 있어도 일을 못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사람에게 새로운 일을 준비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혐오와 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분배로 보고 있으며, 이러한 상상이 현실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지적한대로 자본가들이 입을 모아 기본소득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가 앞서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자본은 이익을 위해서 비싼 남성의 인건비보다 저렴한 여성의 사회진출을 독려했다는 주장도 있을 정도로 자본은 보다 저렴한 인건비를 통한 이윤창출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3D업종의 인력부족을 저개발국가의 인력공급으로 해결해왔던 것처럼,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도 분명히 나올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높은 실업률,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인해 줄어드는 일자리를 생각한다면 기본소득과 기초자본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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