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 hahah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술 자리의 두 남자, 선배 중식과 후배 문경이 막걸리 토크를 벌인다. 또 술이네. 그런데 이야기 구성이 재미있다. 현재의 그들이 화자이만 이미지는 정물처럼 멈춰져있고, 그들이 이야기하는 과거가 생생하게 움직인다. 그런데, 과거의 기억은 꼭 정직하게 기억되는 것일까. 두 남자는 우연의 일치로 둘 다 최근에 통영에 다녀왔다. 그리고 흥미로운 공통점을 두고 이야기를 하는데, 듣고 있으니 우습게도 그들은 똑같은 공간에 있었고,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둘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관객은 알고 인물은 모르는 것, 아이러니다. 그런데 그들은 이 아이러니를 끝내 인지 하지 못하고 하나의 공간을 두고 반대 편에서 이야기를 한다. 결국 합쳐지는 광경을 보는 것 관객들이다. 그들의 이 대낮 막걸리 토크쇼는 아주 흥미롭다. 통영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그대로 두고 두 사람의 두 가지 이야기가 역순으로 오고 간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어느 순간, 이들의 모습은 두 명이 아닌 한 명의 인물처럼 보인다. 

   

영화 속 인물들의 치졸한 연애 행각들을 목격하게 되는 것은 이전 홍상수 영화와 비슷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더 연애영화처럼 보인다. 문경의 제보로 애인 정호 딴 여자와 여관에서 나오는 것을 본 성옥은 이상한 행동을 한다. 자신의 애인의 배신을 목격한 상황에 업어주겠다고 나서지 기이한 행동이다. 왜 업어주는 것일까. 이번 영화 속에서도 술에 취하고 타지에서 만난 여인들과의 섹스를 꿈 꾸는 남성들이 중심적 화자이다. 그러나 역시나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영화 속의 여성들이 그들 보다 더 머리가 잘 돌아가는 듯 하고 또 언제나 행동은 좀 더 이성적이다. 성옥의 인자한 업어주기 복수 때문인지 정호는 그녀를 잊지못한다.  

 

후반에 엄마 윤여정이 아들 문경을 붙들고 우는 장면이 꽤 인상적이다. 이것도 저것도 잘 안 되는 아들이 빈둥빈둥 거리지만 엄마는 곁에 두려고 하는 것 같지만, 내심 떠나는 것에 극구 반대하지도 않는다. 아들의 인생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는 엄마의 시선. 그리고 그녀가 만들어내는 우스꽝스러운 신파의 장면은 이상하게도 굉장히 마음이 찡해진다. 이 영화 속에서 어머니를 그리는 모습이 아주 재미있다. 어머니도 여자도, 세상 여자들도 모두 여자인데 나약한 남자 주인공들은 그녀들의 주위에서 어린 아이같다.

 

그리고 이번 영화 속에서 다시 반복되는 '꿈'이야기도 재미나고 희한하다. 이순신을 애호하는 문소리 역시 해설가의 연설과 이순신 영정을 본 잔상이 남은 김상경은 낮잠에서 이순신 장군이 등장하는 꿈을 꾼다. 그야말로 포복절도하게 되는 순간이다. 마치 늘 알아왔던 사람처럼 이순신 장군은 김상경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첨언하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그동안 홍상수 영화의 꿈 장면은 자크 리베트 영화 속의 꿈 장면처럼 생생한 현실적 느낌으로 다가온다. 너무 현실같은 꿈을 꾼 뒤로 주인공들은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의지하려 한다. 꿈은 현실의 반영이라고, 이순신 영정이 있는 곳에서 실물의 이순신을 만나다니. 이순신 꿈 장면은 황당한 즐거움을 주지만 그 분의 말씀이란 게 지루해서 또 너무나 현실적이다.   
  

by 명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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